혜원 신 윤복 1758~?
조선에는 단원 김홍도, 오원 장승업과 더불어
“3원 화가”라 불리우는 화가가 있습니다.
호를 혜원으로 사용하는 신윤복이 그 사람이죠.
조선을 대표하는 풍속화가로 인정받고 있는 화가 신윤복
그의 그림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매우 솔직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쉽게 볼 수 없었던 은밀한 생활까지도 익살스럽게
그려낸 그의 그림에는 또 다른 우리네 인생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조선 여인들의 섬세한 감정들과 아름다운 자태를
그림 속에 잘 표현하였는 데요.
아마도 여인의 심리를 잘 이해한 것 같습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대상을 이해할 수 있어서
감정이입이 가능해졌을 때 비로소 진실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 대상이 사람이건 사물이건 말입니다.
특히 그가 그린 <미인도>는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낸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련된 선과 대담한 색채의 사용 또한 많은
이들에게 높이 평가받고 있답니다.
신윤복은 그 어떤 비판가들 보다 더 날카로운 도전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질서와 도덕이 무너지고 사치와 향락 풍조가 만연해지는 조선후기의 사회를 그림으로 고발하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위선과 거짓을 경멸하며 적나라하리만큼 솔직한 인생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이고 싶었던 것이겠죠.
그래서 체면차리기 좋아하는 어떤 이들을 불편하게 하더라도 말입니다.
기방무사 (妓房無事) (1805)
방안에서 남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다가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당황한 듯 하죠?
아마도 방 안의 여인은 기생의 몸종이고, 방안의 남자는 기생을 찾아왔다가 그녀의 몸종과
사랑을 나누던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갑자기 기생이 들어오니 사내는 이불로 자신의 벗은 몸을 가린 듯 하구요.
혜원의 춘화 중에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이불을 덮지 않은 채 벌거벗은 사내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있답니다.
단오풍정(端午風情) (1805)
신윤복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죠.
단오날에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며 놀던
조선 시대 여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놀이의 이유는 악귀를 물리치고자 하는 액땜의
뜻이 있다고 합니다.
멀리서 목욕하는 여인들을 훔쳐보고 있는 소년들은
절간의 젊은 스님들 같은 데요,
그 모습이 익살스럽습니다.
월야밀회(月夜密會) (1805)
달빛만 고요한 한 밤중에 인적 드문 길의 후미진 담장
밑에서 한쌍의
남녀가 깊은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남자는 차림새로 보아 관청의 무관인 듯 하고,
그 남자의 여인은 기생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만남을 한 켠에서 지켜보고 있는 또 다른 여인은
이들의 만남을 주선해준 사람인 듯 하구요.
담장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화가의 시선이
재미있습니다.
청금상련(聽琴賞蓮) (1805)
연못가에서 세 남자가 기생을 데리고 유희를 즐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옛 선비들은 기생들과 즐기는 놀이도 양반들이 지녀야
할 풍류로 생각하였기에,
당당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기녀들의 옷맵시나 선비들의 옷매무새, 가야금,
우아한 정원의 나무들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어 당시의 생활상을 잘 알게 해 줍니다.
연당의 여인 (1805)
평론가들에게 신윤복 회화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작품입니다.
연꽃이 활짝 핀 연못 을 바라보며 여인의 모습을 시원하면서도 운치있게 그려내었습니다.
생황을 불려는 듯 한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담뱃대를 든 채 툇마루에 앉아 있는 이 여인은
은퇴한 기생인 퇴기인 듯 합니다.
순간의 모습을 잘 포착하여 깔끔하게 화면에 담아낸 혜원의 솜씨가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