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문경 농촌 소경

[윤선한]

1.언제:2010.06.06

2.누구와:무와/윤선한

 전라남도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 전망대까지!! 

약 850여km의 대장정을 홀로 걷고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암벽등반을 같이하는 '자일파트너'인 후배 창효성이라는 친구인데

약 1달전에 다니고 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홀연히 단독자가 되어

대한민국의 국토를 종단하고 있는 이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경북 상주로 내려갔습니다.

해남 땅끝에서 걷기 시작한 지 14일만인 6월6일 경북 상주시 내서면 901번 지방도로를 지나가는

이 친구를 따라 약 20여km를 문경 방향으로 함께 걸었는데

이른 초여름의 후끈한 더위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로 걷기가 곤혹스러웠습니다.

이 험난하고 고독한 고행길을 왜 가냐고 묻자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생각을 정리해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도보 여행을 하면서 '자문자답'해보고 싶었답니다.

홀로 걸어가는 길위에는 자유로운 만큼 딱 그만큼 외로울법도 보였습니다.

지방국도는 생각보다는 자동차들이 많이 지나가지 않아  한적했지만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며(빵빵빵~빵빵^^)

격려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14일을 하루 평균 약 40km 정도를 걸어오면서 길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시골 인심이 참 좋더라는 소회를 밝히더군요.

잠은 주로 마을회관이나 교회,절에서 묵는다고 하는데 가끔씩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들이

밥도 지어주며 격려도 해주시기도 하고 심지어는 한사코 거절해도 용돈(2만원)을 꼭 쥐어 주시면서

걱정해 주셨다는 어느 할머니 얘기를 듣고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그 돈은 도저히 못쓰겠다고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하는데 어느 마을에서는 마을회관에 묵기로 했는데

경찰관을 불러서 신원조회를 마치고 재워주기도 했고

특히 교회에서는 유난히 문전박대를 많이 당했다는 씁슬한 소식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24일 일정으로 6월16일 고성 통일전망대에 도착할 예정이라는데 

아름다운 도전을 무사히 마치기를 기원해봅니다.

 해남 땅끝을 출발하여 강진,장흥,보성,순천 송광사,주암,곡성,남원,함양,거창,무주,황간을

거쳐 경북 상주에 이날 도착했습니다.

 경북 상주시 내서면 901번 지방도로에서 (am 10시 30분)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김재진

갑자기 모든 것 낯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 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만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
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
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 속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 가는 것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배어올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 위를 스쳐가는 만월같이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6월의 장미/이해인

 

  길/ 문태준

배꽃이거나 석류꽃이 내려오는 길이 따로 있어

오디가 익듯 마을에 천천히 여럿 빛깔 내려오는 길이 있어

가난한 집의 밥 짓는 연기가 벌판까지 나가보기도 하는 그런 길이 분명히 있어

그 길이 이 세상 어디에 어떻게 나 있나 쓸쓸함이 생기기도 하여서

그때 걸어가본 논두렁길이나 소소한 산길에서 봄 여름 다 가고

아, 서리가 올 때쯤이면 알게 될는지

독사에 물린 것처럼 굳어진 길의 몸을

 상주를 지나 문경시 농암면으로..!

 상주시와 문경시의 경계를 지나며

지명이 참 예뻣습니다.

뒤로 배추밭입니다. 

 넝쿨장미가 있는 집 (문경시 농암)

 쌍용 계곡의 망중한^^

 담배 농사가 한창입니다.

 감자꽃 필 무렵

 

 

 

 

 6월이 오면/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 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저녁 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저 고갯마루에서 헤어져 이친구는 계속 걸었고 우리는 귀경했습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은 걷는 만큼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걸어갈 문경새재를 너머 충주,제천,평창,속사,양양,속초,간성,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자신을 찾는 도보여행을 무사히 완주하길 바라며 늘 행운이 함께하길..!

농촌은 절기상 이맘때가 년중 가장 바쁠때라고 합니다.

보리 수확과 모내기가 한창인 농촌 들녘에는 일손이 분주했습니다.

올 농사도 풍년들기를 기원합니다.

-끝.

[섬으로]

상주, 문경 다녀오셨군요... 어디 잠수 타셨나 했습니다.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는 그 차체로 부러움이 되는군요...
쌍용계곡에서는 시원했겠습니다. 노출증 있는 건 아니쥬~~

[윤선한]

요즘은 잠수 타고 싶은 맘이 꿀뚝같습니다만..^^ 성능 좋은 첨단 잠수함을 구할길이 없어서 참고 있습니다.노출증도 좀 있지만^^ 물을 워낙 좋아라 합니다.

[케인]

도전한다는것...자신을 내려 놓는다는것...동행해주는 지인도 있고...부럽기만 하네요...

[쥬디]

창씨 성은 처음이에요. 매일매일 건강하고 무탈하게~~ 효성씨 화이팅! 직장을 확 그만둬버린 용기가 참 부럽네요!

[수련]

우리는 문득문득 저렇게 떠나고 싶음을,참고 또는 용기 없어서 이런저런 이유들로 실행하지 못하기에 가슴 뭉클함을 느낍니다...
윤이사님 역시 진정한 자유인 같아요...건강히 완주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