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신유통업인 드럭스토아가 국내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제일제당은 작년 11월 강남구 신사동에 드럭스토아 ‘올리브영’(Olive Young) 1호점을 오픈한 뒤 지난 8월에는 반포 센트럴시티와 이대 앞에 올리브영 2, 3호점을 새로 출범시켰다.
드럭스토아란 건강과 아름다움(Health&Beauty)이라는 테마로 운영되는 새로운 형태의 점포로 의약품, 건강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취급해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향상시켜주며, 전문 약사 및 스킨카운슬러로부터 상담을 받을 수 있어 해외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는 상태.
하지만 한국형 드럭스토아인 올리브영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별다른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드럭스토아라는 새로운 형태의 유통에 대해 인식을 하지 못해 전문점과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제품군에 있어서도 전문점과 구별이 되지 않아 가격 경쟁력도 불리한 편. 전문 약사 및 스킨카운슬러를 통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 또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중심상권에서 대형 전문점을 운영하는 Y씨는 “약사들을 통한 카운슬러는 약국 전용 화장품이 만들어져야 가능한데, 메이커마다 이런 제품을 만드는 것을 불가능”이라고 전제한 뒤 “모든 업종이 갈수록 세분화, 전문화되어 가는 추세에 드럭스토아는 역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일제당 올리브영 기획팀의 최우석 팀장은 이런 평가에 대해 “드럭스토아는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듯 미래의 신유통으로 각광받는다”고 반박했다. 또 드럭스토아는 ‘국내에는 적합하지 않다’거나 ‘시기상조’라는 일부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향후 1, 2년만 지나면 완전히 정착해 활성화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실제로 올리브영의 경우 꾸준하게 상승세를 타 현재는 안정화에 접어든 상태다. 제조업체 중심의 기존 점포의 진열 방식에서 탈피해 상품의 기능 및 사용되는 인체의 부위별로 진열함으로써 고객의 구매 편의성을 향상시킨 점이나 첨단 영업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소비자 편의증진을 꾀하고 있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판매 중심의 방식에서 탈피, 자유롭게 쇼핑을 하다가 궁금한 점은 전문 상담원에게 문의할 수 있는 ‘셀프&카운슬링’ 방식 또한 젊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올리브영이 제대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존 약국과 화장품 전문점, 편의점과의 차별화에는 성공했으나 이를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인식시키지 못한 점이 활성화를 가로막는 큰 벽이라는 의견이다.
체인점을 전국적으로 확장하고 충분한 홍보활동과 세심한 매장 관리가 이뤄질 때 국내에서도 드럭스토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견해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유망 사업분야로 평가되어 후발업체의 시장 참여도 예상되고 있는 지금, 국내 최초로 드럭스토아 사업에 진출한 제일제당의 올리브영이 어떤 식으로 자리를 잡아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형 드럭스토아 절반의 성공]
올리브영 헬스&뷰티 개념 국내 첫 도입… 가격마찰 어려움
국내 최초의 드럭스토아인 올리브영이 점차 자리를 잡고 있다. 2001년 9월 현대 미아점과 10월 압구정점, 올해 5월 선릉점이 성공리에 문을 열면서 지난해 초 센트럴시티점이 폐점하면서 나돌던 위기설은 일단 무마됐다. 선릉점을 제외하고는 신사점과 이대점 등 4개점 모두 매장별 손익분기점을 넘은 상황이다.
매출 성장과 함께 올리브영의 이미지 확립도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건강과 미용(Health&beauty)라는 컨셉이 소비자들에게 점차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개점한지 2년째 되는 신사점과 이대점은 상당한 수의 고정고객을 확보하며 젊은층 고객에게 ‘올리브영’의 이미지 전달에 앞장서고 있다.
올리브영의 가장 큰 특징은 건강과 미용 전문 매장이라는 점이다. 제약과 화장품, 건강용품, 기타 건강음료 등을 판매함으로써 건강과 미용에 관련되는 전문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올리브영 오픈 이후 개인 사업자나 약사가 편의점과 약국을 통합한 형태의 드럭스토아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것도 건강과 미용이라는 정확한 컨셉보다는 단지 약국과 편의점의 판매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다.
셀프셀렉션 판매도 올리브영의 특징 중 하나다. 50평 이상의 대형 매장에 다양한 구색을 갖춰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면서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화장품의 경우에도 품목별로 브랜드를 진열해 놓았다. 이와 함께 상담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전문적인 카운슬링을 하고 있다. 모든 매장에 피부확대경과 유수분 측정기를 설치해 전문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드럭스토아의 경우 셀프셀렉션 위주의 판매에 전문적인 카운슬링을 곁들이는 판매방식을 ‘측면판매’라고 지칭한다. 올리브영 역시 이런 측면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나가고 있다.
하지만 올리브영이 국내 시장에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가격 마찰 부분. 특히 화장품의 경우 가격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 현재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의 판매비율은 40%대로 제약(약 30%), 기타(약 30%) 품목보다 높다. 하지만 대다수 화장품 전문점에서 10% 이상의 가격 할인이 공공연한 현실에서 정가 판매는 쉽지 않은 법. 제조사와의 관계와 시판 시장의 할인율 사이에서 올리브영은 좀처럼 해법을 못 찾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 할인이 심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클레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 전문점의 경우 판매시 카운트 DC가 가능하지만 올리브영의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것이다. 화장품의 가격으로 인한 소비자 불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숙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큰 난제에도 불구하고 드럭스토아는 국내에서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일부 백화점에서 드럭스토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편의점에서 ‘헬스&뷰티’ 코너가 신설되는 추세다. 또 올리브영이 제일제당의 미래 주력 사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꾸준한 투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드럭스토아의 국내 정착은 낙관적으로 예상된다.
[2002-07-30 기사]
[강남구 논현동 올리브 영 압구정점]
“편안한 원스톱쇼핑에 백화점식 서비스”
지난해 9월 오픈한 올리브영 압구정점은 신사, 이대, 미아에 이은 4호점이다. 올리브 영은 제일제당이 운영하는 드럭스토어 숍으로 현재 서울지역에 5개점이 있다.
“최대 강점이라면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번 여름만 해도 발관리 제품을 사면서 건강미용용품과 바디용품까지 구매하는 손님들이 많았거든요.”
편도일 점장은 드럭스토어에 대한 인식이 국내엔 정착되지 않았으나 올리브 영만의 다양한 이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독특한 상품이 많이 구비돼 있습니다. 본사에서 직접 구매해 주기 때문에 국내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죠. 대부분 건강미용용품이 많은데 지방에서도 구입문의가 자주 들어옵니다. 또한, 분야별 구성제품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이점두 있구요.”
그러나 각종 생활물품을 취급하는 드럭스토어라고 해서 화장품 전문점보다 못하다는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제품별 테스트 코너, 체계적인 카운슬링, 심지어 피부테스트 기계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전문적인 관리는 본사의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편 점장의 설명이다. 매월 본사에서 카운슬러를 대상으로 화장품 교육을 실시해 고객응대 방법이나 시즌별 화장품에 대한 지식을 전달해준다. 화장품 매장 내 설치된 별도의 피부테스트 코너는 피부 타입이나 유수분 상태 등을 체크해 전문 카운슬러가 상담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타깃층이 20~30대 젊은 여성이기 때문에 이들의 쇼핑패턴에 맞춰 셀프판매를 기본 원칙으로 합니다. 색조뿐 아니라 기초브랜드 중 절반이 넘는 풍부한 테스트 코너와 백화점식 서비스 실천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대리점의 도움없이 의료, 잡화, 화장품 등 담당자가 일일이 체크해 관리하는 방식이라 일손이 많이 가고, 특히 신상품이나 기획상품 등 호응도 예측이 어려워 힘들 때가 많다는 편 점장.
“압구정 점의 경우 유동인구가 정해져 있어 고객확보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따라서 우리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이익을 본 것 같은 즐거운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올리브 영이 편한 쇼핑을 꿈꾸는 소비자들에게 최상의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299호 기사)
[올리브영 사업부 분사 법인설립]
홍콩 자본 1천만달러 합작 … 매장 확대 등 공격 경영 펼 듯
건강 및 미용 복합매장인 ‘올리브영(Olive Young)’이 제일제당(대표 손경식)으로부터 분리돼 새로운 법인으로 출발한다.
제일제당은 홍콩 유통업체 데어리 팜사와 지난달 30일 △올리브영 합작법인 설립 △50대 50의 비율로 지분 공동소유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양사는 11월 중 자산 양수도와 증자작업을 완료하고 12월부터 건강 및 미용매장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며 합작법인의 초기 자본금 규모는 약 1천만달러 규모로 자산 실사 이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제일제당과 합작하게 되는 데어리 팜은 홍콩을 비롯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 슈퍼마켓, 할인점, 편의점, 건강·미용점 등 2만2천여 개의 소매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999년 1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처음 문을 연 올리브영은 이대점, 압구정점 등 서울 지역에만 5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건강식품 등을 위주로 판매하는 전문매장으로 미국과 일본, 홍콩 등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유통업태다.
제일제당 측은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데어리 팜으로부터 앞선 경영 노하우와 다양한 해외 상품의 조달망을 구축, 사업 경쟁력 및 고객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드럭스토어 사업에 대해 사실상 실패 선고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지만, “엔프라니가 매각되고 올리브 영 역시 자본금을 확충한 합작법인 형태로 분리됨에 따라 본격적인 건강·미용매장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더 강하다.
(304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