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바다 건너"에서 퍼왔습니다.
방학 중에만 해외에서, 서머스쿨 연수가 트렌드
사실 나도 큰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전까지는 소신교육, 인성교육을 외치며 대안학교도 생각해보고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을 한심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 역시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아이를 데리고 영어 유치원으로도 모자라 영어 프로그램이 좋다고 소문난 곳에는 어디든지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좀 더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영어 연수까지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남들 다 간다고 나도 무작정 쫓아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정말로 내 아이들이나 남편,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한 유학 방법이 뭘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는 ‘기러기’가 정말 많았지만 최근에는 학기 중에는 한국에서 영어학원을 다니고 방학 때만 해외에 나가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학기 중에 한국에서 열심히 배운 영어를 방학 때 외국에 나가 써보면서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동기 부여를 한다는 것.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지내면서 생긴 실패 케이스가 많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나로서도 솔직히 경제적인 손익분기점을 생각하면 당연히 ‘기러기’가 더 낫겠지만 아이들과 부모 사이에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굳이 기러기 생활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들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아빠 사이의 단절감이 제일 큰 문제로 생각되었다. 적어도 3학년이 될 때까지는 아빠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방학 중에 꾸준히 연수를 다녀오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태국을 선택하다
연수 지역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먼저 미국은 은연 중에 인종차별이 있어 영어를 못하면 기가 많이 죽는다고 해서 싫었고, 캐나다는 1년 정도 살아봤지만 자연은 좋아도 지루한 면이 있었다. 필리핀은 다녀온 엄마들이 말하길 치안 상태가 안전하지 않다고 하고, 말레이시아는 연수 붐이 한 번 일어났던 지역이라 그사이 비용이 많이 올라 있었다. 이런 저런 면을 따져보다가 태국이 적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가도 싼 데다(캐나다의 1/3 수준. 태국은 방값과 생활비가 생활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아끼고 살면 한 달 1백만원으로도 충분할 듯했다) 교육 개방으로 인해 방콕에만 100개의 국제학교가 있을 정도로 교육 환경이나 커리큘럼이 훌륭하다. 이 국제학교들은 방학 연수도 환영하는 분위기라 정식 학교에서 방학 때만 영어 연수를 받을 수도 있다. 여름방학에 3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1인당 2백만원 정도. 외국 생활의 테스트로 가는 서머 캠프에 큰 비용을 들이는 것은 낭비라 생각하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적당한 듯하다. 무엇보다 아이가 공부하는 동안 엄마는 쇼핑과 골프, 스파와 마사지를 저렴한 가격에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여러 면에서 태국은 엄마와 아이가 방학을 이용해 가기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듯했다.
자료 수집과 사전 탐사를 겸한 태국 여행
사전 탐사 차원에서 3박4일 동안 태국을 다녀오기로 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호텔 컨소이지를 찾아가서 한국에서 여러 경로로 추천 받아 미리 점찍어두었던 곳들의 자세한 연락처와 브로셔 등을 요구했다. 여기선 웬만한 것은 다 가르쳐준다. 그리고 전용 가이드와 차를 1일 20만원의 비용으로 2일 동안 빌렸다(한국에서 미리 예약). 요리, 국제학교, 영국문화원, 쇼핑, 관광까지 가이드에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모두 말한 뒤 일정을 짜달라고 부탁했다. 가격은 좀 비쌌지만 동선이 줄어 시간이 절약되는 바람에 3박4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원하는 정보를 다 얻고, 블루 엘레펀트에서 요리도 배우고, 백화점에서 보그 패션쇼도 보고 스파도 세 군데나 들르는 등 전 일정을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국제학교는 컨시어지에서 3개를 추천 받았는데 미리 예약해야만 학교 내를 둘러볼 수 있었다(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가능). 학교 시설들을 직접 둘러보니 수영장도 있고 미술실, 음악실, 강당 등의 시설들도 생각보다 훌륭했다. 학교를 둘러보면서 만난 한국 아이에게 이곳이 왜 좋으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질문도 잘 받아주고 학생 수가 적어서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기에 입학하려면 레벨 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데 성적 증명서와 영어 시험 외에 신기하게도 수학 시험이 필요하다. 영어를 잘 못해도 수학 실력이 뛰어나면 가산점을 준다고 한다(수학 점수가 나올 정도면 학습 능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분위기).
요즘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ESL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로 열 살 된 한국 아이가 ESL을 한 달만 하고 정규 코스로 들어간 예가 있다고.
몇몇 학교를 둘러본 후 마음에 둔 곳은 NSIS(New Sathorn International Scool). 이곳은 16년 된 학교로 시험 문제를 스위스에서 가져오며 채점도 스위스에서 한 뒤 다시 가져온다고 한다. 한 반의 정원도 8~9명 수준. 방콕 내 교육 평가에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커리큘럼, 교사진 모두 상위권이다. 언어도 영어·중국어·스페인어·태국어를 모두 가르친다. 학교 건너가 주택가이고, 5~10분만 걸으면 대형 마트와 방과 후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각종 학원, 쇼핑센터들이 있어서 차 없이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다.
아쉽게도 겨울방학 캠프는 방학이 3주라 없다고 해서 내년 여름에 가볼까 생각 중이다. 서머스쿨의 경우 1명당 2백만원 정도이고, 그동안에는 레지던스에 들어갈 생각. 아파트 개념의 콘도가 있다고 하는데 연수 기간이 3주 밖에 되지 않아 계약하기는 어정쩡해서 호텔 근처에 있는 레지던스를 선택했다. 레지던스는 방 1개는 50만원, 2개는 70~80만원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