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도서관이 좋아요
-문윤경 사모님
안녕하세요. 저는 박종일 목사 아내 문윤경입니다. 구미남교회로 온 지 6개월 정도 되는데 그동안 적응을 위해 많이 도와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미라는 낯선 곳에서 교회와 성도님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된 것에 감사합니다.
오렌지에 글을 부탁받고 무슨 글을 쓸지 고민하던 중에 구미남교회에서 “도서관”을 담당하고 있기에 “도서관이 좋아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1. 시골 아이 도서관을 만나다
어렸을 적 시골집에는 없는 살림 중에서도 책이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놀 것이 워낙 많은 시골이라 유년 시절에는 책을 즐겨 읽지 않고, 그 책마저 놀거리로 전락했습니다. 초등 5학년에 시골을 벗어나 도시로 이사 오고 나니 도시에는 도서관이라는 곳이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푸른 공원 사이에 있는 커다란 도서관 건물이 어찌나 멋이 있던지, 그 안에 책들은 또 얼마나 많던지. 그때 도서관에 매료되어서 자주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다니던 교회가 도서관과 가까워서 주일학교를 마치면 주일학교 친구들과 다 같이 도서관에서 뛰어놀곤 하였습니다. 그때도 그렇게 다독하거나 좋은 독서 습관은 없었고, 그 공간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2.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사랑하다
높다란 책장에 풍성히 꽂혀있는 책들을 보고 있노라면 항상 든든합니다. 책을 다 읽지 않아도 지성이 채워지는 듯한 대리 만족감이 들었고,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우리 엄마가 늘 들고 있던 책, 엄마가 생각나는 친근한 공간입니다. 도서관과 서점에 가면 왜 마음 가득 풍성함이 차오를까요? 책 한 권에 쓰인 나무를 생각하면 도서관은 숲과 같은 공간입니다. 도서관 가득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있는 걸까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푸르른 나무들이 들어차 있는 숲 같습니다. 도서관을 좋아하는 습관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에게도 전수가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자주 도서관에 가서 놀았습니다. 이사를 할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 지역의 도서관과 서점을 알아보는 것이 이사의 소소한 재미였습니다.
#3. 구미남교회에서 도서관을 만나다
지난번 사역지에서 지역도서관 사서로 근무했었습니다. 사역지를 구미로 이동하면서 일을 그만두었지요. 그런데 구미남교회에 들어왔을 때, 교회 로비에 가장 먼저 도서관이 있는 것을 보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저에게 교회 도서관 봉사를 맡겨주시니 더욱 신이 났습니다. 좋은 교회에 와서 감사하고 있던 터에 하나님께서 이렇게 세심한 것까지 예비해 주셔서 참 감격스러웠습니다.
#4. 도서관을 섬기는 기쁨
도서관 봉사를 하며 감사한 것 첫째는 주일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된 요즘 세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으로 들어와 독서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합니다. 학습만화를 읽든, 긴 줄 글을 읽든 책자를 들어 책을 만지고 그 시간을 들여 몰입하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요즘 아이들은 자극적인 것에 노출이 많이 되어있는 영상 세대들입니다. 어른 세대와는 다르게 어렸을 때부터 빠르고 화려한 시각 자극을 많이 접한 아이들입니다. 정보를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해서 한꺼번에 받아들이는 세대입니다. 그런 세대들이 책을 소화해 내는 것이 어른 세대들보다는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미디어를 보아도 긴 미디어는 보지 못하고, 짧은 동영상도 빨리 넘겨버리는 스킵의 귀재들이 책을 하나씩 붙잡고 한참을 읽어가는 모양들이 너무 예쁩니다. 만화를 읽는 것은 엄밀히 말해 독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자기 효능감을 느낍니다. 그런 소소한 자기 효능감이 쌓이면 긴 글을 읽는 독서로의 연결이 수월합니다. 만화를 즐겨 읽는 모습을 보아도 칭찬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담임목사님께서도 어린 시절 만화를 많이 읽으셨다고 하시니 어찌나 위로가 되던지요. 도서관에 가득한 학습만화 애독자들도 훌륭히 자랄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합니다.
#5. 도서관 기호 정리 중 - 보물찾기
주중에 한 번씩 시간을 내어서 도서 기호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책들을 다 꺼내어 통일되어 있지 않는 도서 기호들을 통일되게 정리하는 일을 하는데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아직도 끝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교회 도서관에 책들이 많습니다. 정리를 빨리하려다가도 손에 잡히는 좋은 책들을 만나면 마치 보물을 만난 마냥 기쁩니다. 기호 정리가 끝나면 도서관에 있는 보물들을 찾기가 훨씬 수월해질 것입니다. 유명한 신앙 선배들의 책들이 너무나도 많아 빨리 읽어보고 싶습니다. 정리가 다 끝나고 나면 숨어있는 책들을 소개하는 코너를 도서관 한 켠에 하나 만들까 생각합니다.
주를 예배하는 성도가 모인 “교회”와 하나님의 도구인 책이 있는 “도서관”이라는 두 공간이 함께 있는 구미남교회는 참 행복한 교회입니다. 구미남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항상 느끼는 것은 다음 세대가 희망이 있구나, 우리 아이들이 이곳에서 부흥을 경험하는 세대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구미남교회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모든 영역에 드러내는 많은 믿음의 세대들이 세워져 나가길 기도합니다. (도서관에 자주 방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