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신자들에게 가족 신앙 나들이 장소로 제격인 1순위 추천 성지가 있다. 수원성지(전담 나경환 신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북수동 316 북수동성당)는 손만 뻗으면 닿을 지척에 있다. 게다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화성(華城, 수원성)을 둘러보며 몸까지 함께 쉴 수 있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전철을 이용해 수원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버스요금을 쥐어준 다음 수원역에서 7, 12, 13, 32, 77-1, 83-1번 버스를 타라고 하면 된다. 서울 사당과 수원 한일타운에선 777 및 7770번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평촌, 성남, 분당, 안양, 산본, 오산 안산에선 각각 310, 2007, 700-2, 64, 64-1, 20, 11번 버스를 타면 된다.
깊은 신앙의 역사가 배인 땅인 때문일까. 도심 속 고요함 속에서 편안함이 느껴진다. 북수동 성당 내에 조성된 성지에 들어서자 대형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랫 부분은 한부원(베드로) 옹이 그린 6가지 순교 장면이고, 가운데 부분은 화성행궁, 동남각루, 팔달문, 방화수류정 등 순교지 및 증거현장이다. 또 윗부분은 순교자들이 오른 영광스런 천상 낙원을 형상화했다.
아직 그림이 없는 가장 아랫 부분에는 성지지도 및 안내도 79위 순교자 명단, 그리고 수원성역화기도문이 설치될 예정이다. 성지 지도가 필요한 것은 수원성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전체이기 때문이다.
묵주기도의 길 걸으며
대형 그림 앞에 묵주기도의 길이 아름답게 조성돼 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출신인 나경환 성지전담 신부가 직접 구상한 길이다.
그 길을 걸으며 150여 년 전을 묵상했다. 옥사, 백지사, 참수, 교수형…. 참혹했다. 수원지방과 관련된 순교 성인은 정의배 마르코, 정철염 카타리나, 장주기 요셉, 조화서 베드로, 최형 베드로 등 5위. 뮈델 주교 치명일기에 의하면 이곳에서 33명 이상이 순교했고, 병인박해(1866년) 순교자 증언록에만 64명이 순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수원성지 측은 이외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고 기록 없이 순교한 분들을 포함하면 모두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혹한 고통의 단말마가 귓전을 울린다. ‘참자. 참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럼 하느님이 날 기다리고 계신다.’
계속되는 매질.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떨어지고, 피가 튀었다.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하지만 순교자들은 죽음의 고통까지도 이겨냈다. 그들은 미사 참례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고해성사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무엇이 순교자들의 신앙을 강철로 만들었을까.
매일 미사에 참례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고해성사 볼 수 있는 요즘의 우리네 신앙생활을 생각해보면, 신앙은 분명 은총을 받아들이는 그릇의 문제인 듯하다.
방화수류정에 올라
수원성지에 와서 빠트리지 말아야할 순례지가 또 있다. 성지를 나와 걸어서 5분 정도면 방화수류정에 이를 수 있다. 이곳에서 순례자들은 화성 축성에 참여한 다산 정약용(요한)이 서쪽 벽면에 벽돌로 십자가를 표시한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당시 국내 건축물에서 십자가 문양을 새겨 넣는 것은 이례적인 일. 게다가 서쪽은 서학 즉 천주교가 발생한 지역이 아닌가.
나경환 신부는 이 십자가가 바로 정약용이 신앙인이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방화수류정 옆으로는 교수형을 당한 순교자들의 머리를 성 밖으로 던졌다는 장소가 있다. 순교자들의 가족들은 그 성벽 아래서 부모와 형제, 자식들의 머리를 수습해 장례를 치렀다.
나경환 신부는 “힘겨운 매일의 삶속에서 순교자들의 장하신 모습을 바라보며,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 순례의 길을 나설 때 우리 앞에서 하느님 나라가 활짝 열리게 될 것”이라며 “수원성지를 통해 순례의 길을 걸아가는 많은 신앙인들이 영혼의 안식 은총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발을 벗고 방화수류정에 올라 앉았다. 방화수류정에 올라보니 방화수류정 건물 자체도 십자가 문양이다. 오랜만의 묵주기도와 몸의 휴식…. 세상이 조용했다. 참 편하다.
■ 순례 및 후원 문의 031-246-8844
■ 상설고해소 주일 오후 4~5시
■ 미사 주일 오후 5시, 월요일 제외한 평일 오전 11시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