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가 쉽게 무르는 이유
얼마 전에 부모님을 모시고 식당에 들렀다.
도심에서 떨어진 외딴 곳이었다.
그런 곳에 식당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식당이 아니었다면, 그 골짜기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갈 이유가 전혀 없는 곳이었다. 요즘은 맛이 있기만 하면 산골짜기라도 찾아가는 추세이기에, 그 식당은 어느 정도는 성공한 듯싶다.
주문한 음식이 드디어 나왔다.
음식들이 정갈하고 맛이 있었다.
맛있는 주 메뉴를 제쳐두고 단순한 김치에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백김치였다.
고춧가루를 전혀 쓰지 않는 백김치!
그 맛을 어떻게 자세히 표현할 길이 없다.
시원하면서, 여운이 오래 남는 맛이었다.
입안에서 여운이 사라질듯 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김치에 이미 젓가락이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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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김치는 촬영하지 못함, 인터넷에서 퍼온 백김치 이미지
특별히 그 김치는 굉장히 아삭아삭했다. 줄기 부분의 식감이 아삭아삭하면서, 질긴 것 같으면서도 질기지 않았다. 고소한 맛이 깊게 느껴지는 것이 배추 고유의 맛을 잃지 않는 듯 했다. 특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맛이 배어 있었다.
지난 가을에 담근 김장김치라고 하는데, 아직도 배추의 싱싱함이 제대로 살아있었던 것이다.
사장님에게 물어보았다.
“김치가 왜 이렇게 아삭아삭하고 싱싱합니까?”
“우리는 배추를 직접 길러 김치를 담급니다.
김치 맛은 다른 것이 없어요. 무엇보다도 배추가 우선 좋아야 합니다.
배추를 기를 때 제일 명심해야 할 것이, 바로 물주는 방법입니다.
요즘 농부들은 배추를 속성으로 길러내기 위하여 스프링클러로 물을 준다지요? 왜냐하면, 물을 자주 주면 배추통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물에 효소 같은 것을 섞어서 배추에 직접 뿌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배추를 버리게 되는 지름길입니다.
배추의 통이 앉을 무렵에 스프링클러로 물을 주게 되면 배추의 포기 안으로 물이 흘러 들어갑니다. 그 배추는 크기는 커질지 모릅니다. 즉 상품가치가 높고 보기에는 튼실하고 큰 배추가 될는지 모르지만, 그 배추는 특유의 맛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런 상품가치 있는 큰 배추로 김장김치를 담그게 되면, 김치가 쉽게 물러 버리는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배추 잎사귀 위에 물을 주지 않습니다. 물을 주려면, 밭고랑 배추뿌리 밑에 줍니다. 그리고 통이 앉을 무렵에는 거의 물을 주지도 않습니다. 원래 배추라는 것은 통을 무조건 키우기 보다는 가뭄도 견뎌 내면서 고난 가운데 자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맛있는 배추가 됩니다. 그런 배추가 통이 비록 작아도, 굉장히 고소하고 맛있는 배추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 집 배추가 맛있는 이유는 쉽게 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생한 배추랍니다. 그러기에 김치를 해 놓아도 무르지 않고 오래갑니다. 아삭거리면서 고소하고, 식감이 좋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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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매일 먹는 김치이다.
김치를 어떻게 맛있게 담글까? 고심하며 양념에 집중한다.
양념을 좋은 것을 써서 김치를 담그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정말로 맛있는 배추김치는 양념보다 배추 그 자체에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
무조건 배추를 크게 키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상품가치를 높게 하려고 배추통을 무조건 크게 키울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요즘 배추김치가 왜 쉽게 물러지는가?
모두 맞춤형 배추이기 때문이 아닐까?
통을 크게 키운 배추!
속성으로 빨리 키운 배추!
그 배추에는 힘이 없다.
힘을 잃고 쉽게 물러지는 것이다.
현대 우리들의 살아가는 방식과 교육방법도 무엇이든지 속성으로 쉽게 키워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김치가 쉽게 물러지듯이 말이다...
“우리 집 배추가 맛있는 이유는 쉽게 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배추는 가뭄도 겪으면서 고생한 배추랍니다. 그러기에 김치를 해 놓아도 무르지 않고 오래갑니다.”
음식점 사장님의 이 말이,
현재 우리들의 삶속에서
새기고 적용시켜야 할 명언(名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첫댓글 아~ 아~ 백김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