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생
뽀골뽀골
몇방울의 거품만이
저 거적떼기같은 할아버지
아직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더 이상 가르릉거리지도 못하는 울대엔
갈란다는 신호를 주저없이 보내고
‘할아버지는 웃으며 가셨다’
성호라도 그을 얼굴로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울며 가셨든지
큰 차이가 없을법한데도
아버진 웃으며 가셨음을 분명히 말씀하셨다
그 생에도
그럴 듯한 젊은 날
그저 싱싱한
빳빳하여
사타구니 한쪽으로 비켜놓을
그런 좋은 날 있었을까
창가에 핀 제비꽃 보며
오하이요 고자이마쓰를 외치고
폭음 속을 오로지 삼만 생각하며
달리고, 달리며 죽이고
바로 옆에서
어제 저녁 건선과 습진으로 어우러진
사타구니 벅벅 긁어대던
큰형같던 김일병이 죽어자빠지고
슬픈 얼굴로
1931년생
할아버지가 웃으며 가셨단다
4.19, 5.16, 10.26, 12.12
다 나열도 못할 그 많은 일들
다 겪고
몸으로 부대끼고
열심히 낳느라 4남 5녀 구남매 낳고
낳기만 했나
먹이고 재우고 업고 닦고
보듬어 기르느라 등꼴 휘고
오오 그래 웃으며 가셨을라구
아버지 말씀은 그리하셔도
가히 웃으며 가셨을라구요
그 생이 어느 한 시절은
컬컬컬 웃을만 하셨을라구요
정녕요
카페 게시글
잡동사니
1931년생
이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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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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