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갈라디아 교회 교인들에게 ‘할례를 전하는 복음’을 전하는 거짓 선생들의 문제를 반박하며, 편지를 이렇게 마무리 한다. “무릇 이 규례를 행하는 자에게와 하나님의 이스라엘에게 평강과 긍휼이 있을지어다"(갈 6:16). 여기에서 ‘규례’라고 번역된 헬라어는 카논(κανών)이다. 표준새번역성경은 이 단어를 ‘표준’이라고 번역한다. 이 헬라어에서 영어 canon이 유래하였다.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 교인들에게 ‘할례나 무할례가 아무 것도 아니고, 오직 새롭게 지으심을 받는 것’(갈 6:15)을 신앙생활의 표준과 행위의 규범이라고 부르면서, 그것을 κανών이라고 부른다. 고린도 후서 10장에서 바울은 ‘자신을 자랑하는 자’에 대해서 반박하면서, “우리는 분수 이상의 자랑을 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이 우리에게 나누어주신 그 범위의 한계를 따라 하노니, 곧 너희에게까지 이른 것이라"(10:13) 고 말한다. 여기에서 “범위의 한계"라고 번역된 헬라어휘는κατὰτὸμέτρον τοῦκανόνος(=according to the measure of canon)이다. 문맥의 의미는 하나님이 정하여 주신 영역, 혹은 규범을 따라 바울은 사역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바울은 사도로서 살아가는 삶의 진정한 기준으로 하나님의 κανών을 생각하고 있기에, 자신의 자랑으로서 “주 안에서 자랑하라"(고전 1:29; 고후 10:17),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고후 11:30) 고 말한다.
카논이라는 헬라어는 호머(Homer) 시대 이전에 쓰였던 헬라어 κάνη의 변형이다. κάνη는 ‘갈대,’‘줄기’를 뜻하는 히브리어 카네(קָנֶה)에서 온 외래어이다(창 41:5; 출 25:31). 이 히브리어는 측량하는 ‘장대’(겔 40:3) 혹은 ‘저울’(사 46:6)을 지칭하는 말이다. 카논은 히브리어의 어원적인 뜻을 간직한 채, ‘곧은 막대기’‘막대자’라는 일차적인 의미로 사용되었지만, 교회시대에는 ‘표준, 기준, 규범’을 뜻하는 관념적인 뜻으로 발전하였다. 그리고 성경 정경화의 역사를 통해 거룩한 책들이라고 여겨진 책들 중에서 교회가 인정하고 받아들인 책들을 특별히 정경, canon이라고 부른다. 거룩한 책들이지만, 정경으로 인정받지 못한 책들을 흔히 외경, 혹은 위경으로 분류하여 정경에서 제외하였다. κανών을 정경이라는 의미의 뜻으로 교회 역사에서 처음 사용한 사람은 주후 352년의 교부 아타나시우스이었다. ‘정경’이라는 말이 교회 시대에 사용되면서, ‘정경적’(κανονικός)이라는 헬라어 형용사와 동사의 다양한 형태들이 사용되었다. 부정어의 형태로서 ‘비정경적’(ἀκανόνιστος)이라는 헬라어도 등장하였다. 사도적 교회의 권위로 규정된 성경의 의미로서 ‘정경’을 말하면서, 교회는 ‘진리의 규칙’(regula veritatis) 혹은 ‘믿음의 규칙’(regula fidei)을 말하는데, 교회적 규정이나 공식적 고백양식으로서 ‘규정’이라는 라틴용어regula는 헬라어 κανών에서 기원을 찾고 있다. 좁은 의미로서 성경 정경화의 역사에서 이 단어는 정경의 목록이나 표를 말하는 단어가 되었다.
헬라어 카논(κανών)의 발전은 사도 바울이 하나님이 정하여 주신 규범과 기준의 의미로서 “기록한 말씀"을 교회와 신앙의 규범으로 정하였기 때문일 것이고, 베드로 후서 3:16이 말하는 것처럼, 바울의 거룩한 편지를 성경으로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기록한 말씀 밖으로 넘어가지 말라"(고전 4:6) 고 고린도 교인들에게 권면하는 것은, 하나님이 정하여 주신 규범과 기준인 말씀 밖으로 넘어서는 교만과 자랑 그리고 판단에 대해서 조심하라고 권면하는 것이었다. 오늘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진정한 기준과 규범을 잃어가고 있다. 교회와 신앙생활의 척도와 규범이 기록된 말씀이 아니라, 개인의 감정과 기분, 혹은 인간적이고 물질적인 성취와 성공이 되어버렸다. 다시 기준을 찾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진정한 개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