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자연형 하천'들을 복원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 하이포인트 근린지구의 경우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자연 배수 시스템을 조성하는 공사를 벌였다. 빗물을 땅에 스며들게 한 후 천천히 '롱펠로'라는 샛강으로 흐르게 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공동 주택들 옆에 빗물을 모아 땅속에 스며들게 하는 공동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독일 하노버시의 크론스베르크 주택단지 역시 도로 양옆에 갈대와 잔디 등을 심은 도랑 등 자연 배수시스템을 2000년 만들었다.
- ▲ 22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 안양천변에 자동차들이 주차된 모습. 이 하천은 2002년부터 시작된 ‘자연형 하천’사업이 거의 완료 단계에 있지만 생태하천으로서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안양=이재준 기자 prome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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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만 없으면 자연형 하천?자연형 하천의 기준을 정한
환경부의 '2004 자연형 하천 정화사업 추진 지침'은 직선으로 뻗은 하천의 모습, 직각 형태의 하천 단면은 자연형 하천과 거리가 멀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가 거의 끝난 안양천과 탄천의 경우 콘크리트 안벽만 헐렸을 뿐 직선과 직각 형태가 그대로 남아 있다.
김 교수는 "하천 단면이 직각이면 강을 따라 내려온 풀씨가 뿌리를 내릴 수 없어 하천변에 갈대 같은 풀이 자랄 수 없다"며 "습지가 조성되지 않는 하천을 '자연형 하천'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탄천 사업 계획엔 습지 조성이 들어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실제로 추진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형 하천 공사(2006년 1월~2007년 12월)를 한다며 1만6073㎡ 면적에서 흙과 모래를 파내는 작업을 했다. 선진 외국에선 이렇게 하지 않는다. 노르웨이 오슬로시 북쪽의 니다렌 지역을 지나고 있는 아키셀바강 지역은 1990년대부터 자연형 하천사업을 했다. 이 하천에 완만한 경사의 수심을 만들어 습지 식생들이 자라게 하고 있다. 또 하천을 굴곡이 있는 곡선형으로 조성해 하천 안에 모래섬이 형성되고, 유속이 낮아지는 하천변에는 자갈과 모래가 퇴적되도록 했다. 이 위엔 사람이 따로 심지 않아도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다.
자연형 하천을 만든다고 하면서 사실상 일반 공원을 만드는 곳도 있다. 경기도 광주시는 총사업비 150억원으로 경안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만들겠다면서 아스팔트 주차장(4773㎡), 체육공원(5720㎡), 민속놀이쉼터 (1544㎡), 휴게쉼터 (418㎡), 포토존 (176㎡) 등 1만7404㎡의 면적을 인공시설로 채울 예정이다. 이에 반해 갈대·미나리·부들 등 수질 정화 작용을 하는 습지 식생 면적은 6810㎡에 불과하다.
2008년 한 해 동안에만 전국 82개 하천에서 '자연형 하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다투어 '자연형 하천'사업에 뛰어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국비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자연형 하천 정화사업 추진 지침을 2003년 6월에 만들었고, 2008년에만 환경부 예산 811억1100만원을 전국의 각 지자체에 지원했다. 각 도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포함된 지방비는 485억6700만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