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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 송미경 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코로나19로 집안에 머물며 밖으로 나서길 얼마나 갈망했던가. 드디어 코로나 팬더믹에서 한걸음 해방이다. 모처럼 친구들끼리 숲길 걷기에 나섰다. 얼마나 반가운지, 만나자마자 이야기꽃으로 입이 쉴 틈이 없다. 따스하게 내리쬐는 봄햇살을 받으며 각자의 포즈로 사진 찍기에 바쁘다. 어디를 가든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초록의 자연이다. 근사하게 핀 꽃 한 송이, 들판에 뒤엉켜 핀 야생초며 모두 폰갤러리에 저장해 놓았다. 한 친구는 쑥잎을 가까이 대고 연신 카메라를 터트린다. 렌즈에 봄을 닮고 싶어 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쑥밭이다. 꽁꽁 얼었던 땅이 녹는가 싶더니 어느새 싹을 틔워 생명의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한참 물오른 싱그러운 연초록 쑥들이 산들바람에 일렁인다.
쑥을 비벼서 살며시 코에 갖다 댔다. 본연의 쑥향이 코끗을 상큼하게 파고든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계절에 따라 꽃은 피고 때에 맞게 쑥쑥 잘도 자란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주시던 쑥버무리가 생각난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너나 할 것 없이 쑥 캐기에 바쁘다. 평소에는 관심 밖이던 쑥이 오늘은 인기다. 주변을 걷노라면 사방에 자생하는 쑥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매연등 중금속으로 변이 된 쑥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잡풀보듯 쑥 자체에는 관심 밖이었다. 순식간에 봉지 가득 채웠다.
예로부터 쑥은 많은 약재로 쓰여 왔다. 성질이 따뜻해서 성인병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코피 날 때 지혈작용으로 쓰인다. 3월의 쑥은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라서 약효가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단군신화에 짐승이 먹어 사람으로 변했다는 영험한 약초이기도 하다. 원자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된 도시에 가장 먼저 싹을 틔운 식물이 바로 쑥이다. 이렇듯 강인한 쑥이 여러모로 여자들에게 아주 유익하다고 한다. 특히 부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자궁을 따뜻하게 해 주기 때문에 생리통이나 몸이 냉한 여성에게 좋다. 그 외에도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간 해독 기능은 물론 면역력을 높여준다.
간식거리가 풍족하지 않던 시절, 봄이 오면 어김없이 어머니는 쑥을 캐다 쑥버무리를 만들어 주시곤 하였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면 할머니와 나란히 앉아 동그란 원형의 쑥개떡을 만드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모양도 없고 맛도 별로인 쑥버무리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제 점점 나이 들어 입맛도 변해가는지 유년에 먹던 토속적인 음식이 그립고 입에 당긴다.
여름날 마당에 멍석을 깔고 오순도순 저녁을 먹으며 쑥대에 향을 태워 모기를 쫓던 정경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이다.
쑥을 손질해 찹쌀을 넣고 쑥버무리를 만들었다. 봄 향기가 입안 가득 맴돈다.
첫댓글 쑥 버무리, 냄새가 고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