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우리 몸의 모든 기능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백 가지도 넘는 일을 하며 1천 가지 이상의 효소를 생산해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화학반응에 관여한다. 간이 정상적인 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간 내의 혈액 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 간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어야 한다. 단백질이 결핍되거나 기아가
계속되면 간 단백질이 줄어들어 효소의 효능은 저하되고 간의 기능도 저하되게 된다.
물질대사
먼저 혈당량 조절이 가능하도록 탄수화물대사가 일어난다. 간은 간문맥을 통해 들어온 포도당이나 근육 운동으로 생긴 유산, 글리세린, 아미노산들을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한다. 글리코겐은
필요할 때 포도당으로 다시 전환되어 혈당을 유지하고 이 포도당은 이산화탄소와 물로 연소되어 생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이 과정에서 혈당량도 조절되고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로 간은 단백질 대사를 통해 알부민, 혈액 응고 인자 등을 생성한다.
식사 후 단백질은 소화되어 아미노산의 형태로 간문맥을 통하여 간세포에 도달한 후 효소,
혈청 단백질 등의 생체 고유의 단백질로 개조된다. 세 번째로 체액에서 암모니아를 제거하기
위하여 요소(urea)로 변환시키기도 한다. 네 번째로 지방대사도 일어난다.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할 경우 지방으로 전환하여 피하에 저장해 두었다가 당분 섭취 부족 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분해되기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단백과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 및 인지질을 형성하기도 한다. 다섯 번째로 간의 4분의 3까지도 떼어낼 수 있는 간이식 수술이 가능한 것은 수술 후
4개월 정도가 지나면 간이 원래 크기로 재생되기 때문이다. 원래의 크기가 되기 위해서는
간세포의 재생이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새로운 핵산이
우선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따라서 핵산 대사에도 관여한다.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꾸는 기능(오르니틴 회로, 요소회로)
아미노산이 에너지 공급원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완전 분해되어 물과 이산화탄소로 되어야 하는데, 이때 질소 원자는 암모니아가 된다. 그런데 체내에 암모니아가 축적되면 독성이 생기므로
곧 체외로 방출하거나 독성이 약한 물질(요소)로 전환하여 잠시 저장하였다가 방출하여야 한다. 동물의 간에는 암모니아를 요소로 전환하는 화학 반응 경로인 오르니틴 회로가 있다.
이는 오르니틴, 시트룰린, 아르기닌의 세 가지 아미노산이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결합시켜
요소를 만들면서 순환하는 과정이다. 간에서 만들어진 요소는 혈액을 따라 신장에 도달하고,
신장에서 걸러져 방광에 저장되었다가 오줌과 함께 배출된다.
알코올 대사
알코올은 주로 위장관내로 흡수되지만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신체가 산화될 때 제거되는데
간이 그 과정에 필요한 효소를 많이 가지고 있어 80-90%의 알코올을 간에서 분해한다.
나머지는 땀, 호흡, 소변으로 배출된다.
해독 기능
유독한 것을 무해한 것으로, 과잉된 물질은 그 형태를 바꾸어 그 생물학적 작용을 제거하기 위해 산화, 환원, 메틸화, 아세틸화 등의 여러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알코올, 니코틴, 몰핀, 수면제,
일상적인 약물도 모두 간에서 대사되어 우리 몸을 보호한다.
쓸개즙의 생성 및 배설
매일 1L 가량의 쓸개즙을 생산해서 쓸개로 보내는데 이 쓸개즙은 담즙 색소(빌리루빈), 담즙산
그리고 콜레스테롤이 주성분이고 나트륨, 염소, 칼슘 그 밖에 무기질, 내인성 에스트로겐이나
안드로겐 등도 포함되어 있다. 또 외인성 약제나 색소 등도 쓸개즙 중에 포함되어 배출된다.
쓸개즙은 지방의 소화력을 증진하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며 소장에서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 소화를 돕기 위해 십이지장으로 배출된 쓸개즙의 성분이 소장에서
흡수되어 문맥을 거쳐 간으로 돌아오고 이것이 다시 간세포에서 쓸개즙의 생성 분비를 촉진케
하는 작용을 한다.
불필요한 물질의 배설
담즙 안에는 간세포에서 직접 생산하여 배설되는 성분들인 콜레스테롤, 인지질, 담즙산염, 수분, 전해질 등과 혈액 속의 찌꺼기 성분인 빌리루빈 등이 포함되어 배출된다. 또한 간은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 제거에도 도움을 준다.
혈액 응고
간세포에서 피브리노겐, 프로트롬빈 등의 혈액 응고 인자를 생성하여 혈액으로 공급한다.
항체 생산
간소엽을 형성하는 쿠퍼세포는 특수한 간엽계의 세포로 체내에 들어오는 이물질을 포착할 수
있다. 쿠퍼 세포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인 감마 글로불린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순환 혈액량의 조절과 물, 전해질 대사 기능
간은 체내 혈액의 약 3분의 1 또는 2분의 1까지 일시적으로 저장 가능하기 때문에 체내의
혈액 순환량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장의 기능이 나빠져 혈액을 충분히 내보낼 수
없을 때는 간이 대량의 혈액을 저장하여 순환 혈액량이 적어지도록 조절하여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기도 한다. 추울 때는 간에 혈액을 집합시켜 피부의 혈관을 수축시켜 체온이 밖으로 소모되는
것을 방지하기도 한다.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저장
각종 비타민을 풍부하게 저장하고 있으며 철을 저장하여 출혈로 인해 철이 부족하면 간에
저장된 철을 사용하여 헤모글로빈을 생성하기도 한다. 구리나 아연도 저장할 수 있다.
호르몬 대사
간의 지배를 받는 바소프레신은 뇌하수체 후엽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소변량을 감소시킨다.
여성 호르몬에 대한 파괴작용도 있어 남성의 경우 간에 이상이 생기면 여성 호르몬이 증가하여
가슴이 커지거나 털이 없어지는 등의 여성화를 발생시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