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고 있는 스트라이크 존과의 싸움 ⓒ 순(純)스포츠
A
2013 : .253 .314 .394 .708
2014 : .251 .311 .391 .701
B
2013 : .254 .322 .399 .722
2014 : .252 .320 .384 .704
한국 프로야구가 역대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리그 평균 .292 .368 .449)을 보내고 있는 반면, 올해 메이저리그는 1992년 이후 최고의 투고타저(.252 .315 .388)다. 타석에서 차지하는 삼진의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우타자(A)보다 좌타자(B)의 성적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 지난해 OPS 15위 내에 6명의 좌타자(2위 크리스 데이비스, 4위 데이빗 오티스, 8위 조이 보토, 12위 로빈슨 카노, 13위 프레디 프리먼, 14위 추신수)가 포진되어 있었던 반면, 올해는 세스 스미스(10위) 마이클 브랜틀리(11위) 앤서니 리조(13위) 프레디 프리먼(15위) 네 명이 10위 아래로 자리하고 있다.
좌타자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로는 다음의 두 가지가 지적된다. 첫 번째는 수비 시프트의 대유행. 2011년 총 2000회, 2012년 4000회, 2013년 8000회로 매년 두 배씩 늘어났던 '내야 시프트'는 올해도 1만4000회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수비 시프트에 고통받는 존재는 대체로 좌타자들이다.
2011 [우타자] .291 [좌타자] .299
2012 [우타자] .296 [좌타자] .298
2013 [우타자] .297 [좌타자] .298
2014 [우타자] .299 [좌타자] .298
사실 좌타자들의 BABIP에는 큰 변화가 없다(우타자들의 BABIP가 상승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질 수는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좌타자들이 올해 들어 갑자기 불리한 스트라이크 존을 적용받고 있다는 것. 그러나 우타자들의 삼진 비율이 지난해 19.9%에서 올해 20.9%로 늘어난 것에 비해, 좌타자들의 삼진 비율은 지난해 19.8%에서 19.5%로 되려 줄어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타자들은 심리적인 박탈감을 토로한다. 바깥쪽 스트라이크 콜이 지나치게 후해졌다는 것. 과거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은 우타자의 경우 좌우 모두 규정보다 좀더 넓었던 반면, 좌타자의 바깥쪽은 결코 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 심판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좌타자들의 바깥쪽을 넉넉하게 잡아주고 있다. 실제로 볼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된 횟수 상위 8명은 6명의 좌타자와 두 명의 스위치히터이며, 비율로 따져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8명에는 추신수의 이름이 들어 있다(갯수 3위, 비율 7위).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억울한 스트라이크'를 가장 많이 감내해 내고 있는 세 명은 맷 카펜터(세인트루이스) 브렛 가드너(뉴욕 양키스) 추신수(텍사스)다. 이 셋의 공통점은 모두 좌타자라는 것. 그리고 공을 고르고 골라 치는, 이른바 '눈야구'를 한다는 것이다. 타석당 투구수에서 가드너는 4.47개로 ML 2위, 카펜터는 4.35개로 5위에 올라 있으며 시즌 초반 4.50개를 넘었던 추신수는 스트라이크 논란 이후 현재는 크게 떨어져 4.09개를 기록하고 있다.
카펜터-가드너-추신수 성적 비교
카펜터 : .284 .379 .400 [BB] 12.4% [K] 15.5%
가드너 : .276 .350 .448 [BB] 09.5% [K] 21.4%
추신수 : .241 .341 .371 [BB] 11.0% [K] 24.9%
그러나 '오심 존'(스트라이크로 선언된 볼이 몰려 있는 영역)을 보면, 카펜터는 추신수-가드너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의 '오심 콜'이 바깥쪽과 낮은 코스에서 나오고 있는 것. 반면 추신수와 가드너는 바깥쪽과 더불어 높은 코스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는 카펜터가 추신수(180cm)와 가드너(178cm)보다 큰 키(191cm)를 가지고 있지만 무릎을 굽힌 크라우치(crouch) 자세와 오픈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추신수와 가드너는 몸을 꽂꽂히 세운 업라이트(upright) 자세에다 홈플레이트에 붙어 있기 때문에(close to plate) 카펜터와 달리 높은 볼이 스트라이크로 둔갑하고 있다.
카펜터의 오심 존(투수 시각) 텍사스리거닷컴
가드너의 오심 존(투수 시각) 텍사스리거닷컴
추신수의 오심 존(투수 시각) 텍사스리거닷컴
이들 세 명에게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카펜터는 낮은공에 약하지 않다는 것. 레벨 스윙(또는 다운 스윙)을 채택하고 있는 가드너 역시 높은 코스에 그다지 약하지 않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어퍼 스윙을 하는 타자 중 키가 작은 축에 속하는 추신수의 약점은 바로 높은 코스다. 즉, 카펜터-가드너와는 달리 '오심 존'이 '약한 코스'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신수처럼 키가 별로 크지 않으면서 어퍼 스윙을 채택하고 있는 좌타자 중에는 닉 마카키스(185cm)가 있다. 마카키스 또한 높은공에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마카키스에게는 높은공 오심이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다.
마카키스의 오심 존(투수 시각) 텍사스리거닷컴
여기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좌타자 바깥쪽'과 관련 없는 '높은 존'이 왜 갑자기 등장했냐는 것이다. 물론 추신수는 지난해에도 적지 않은 높은 볼이 스트라이크로 둔갑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추신수의 2013년 오심 존(투수 시각) 텍사스리거닷컴
추신수의 또 다른 문제는 다른 타자들에 비해 오심 존이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카펜터의 경우 오심 콜이 상당히 일정하며 오심 존의 면적도 좁다. 가드너는 카펜터보다 넓지만 그래도 추신수와 비교하면 양호하다. 그에 비해 추신수는 다른 주요 좌타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넓은 오심 존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과 비교하더라도 엄청난 차이다.
재설정한 추신수의 존 (투수 시각)
재설정한 가드너의 존 (투수 시각)
재설정한 카펜터의 존 (투수 시각)
재설정한 2013 추신수의 존 (투수 시각)
심판들이 추신수에게 고의적으로 이러한 존을 적용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지 TV 해설은 이미 'Choo Zone'을 언급한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침묵과 항의는 둘 다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높은공을 치는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해 스트라이크 존을 재설정하거나 타격폼을 수정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타격폼 수정으로도 대처할 수 없는 너무 높은 공들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고 있다.
추신수에게 높은 존은 과연 항구적으로 나타난 것일까. 아니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게 될까. 내년부터 시작될, 더 분발해야 할 6년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른다.
출처 : 김형준 칼럼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world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224&article_id=0000003266
첫댓글 추신수 선수 저런 핸디캡이 힘들긴 하겠지만 실력을 키우는 길만이 돌파할 수 있는 길인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 짬나면 나중에 글 하나 올릴게요
아무래도 추신수의 타격방법을 이해해야 지금 추신수의 부진이 무슨 이유인지 알 수가 있거든요
단순히 실력의 저하가 문제가 아닌 타격 메카니즘 자체가 흔들려버렸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