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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830 (월)
- 오색(五色)의 신비(神秘), 메밀과 쇠비름 이야기 ③
- 비름과 맨드라미 - 식물이야기 (40)
어느덧 8월말입니다.
어제는 국치일(國恥日)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는데 뭐 기념한다고 하면 슬프고 우습고
부끄럽지만 잊지는 말아야지요...
올해 8월은 덥기도 하였지만 비도 많이 와서 다른 해보다 많이 특별한 달이었습니다.
이제 다음 달에는 추석이 들어있고 또 오곡백과가 익어가고 그리고 여러분의 장사도
잘되시는 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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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메밀”과 “쇠비름” 그리고 “쇠비름”과 같은 과(科)에 속하는 “채송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쇠비름”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제가 참 좋아하는 나물인 ”비름“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요즘이 제철이라 지금도 가끔 좋아하는 비름나물을 먹고 있는데 제게는 다른 어떤
나물보다 더 맛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비록 앞에서 말씀드렸던 “메밀”이나 “쇠비름”과 같은 다섯 가지
색깔을 가진 “五方草”는 아니지만 “비름”과 또 같은 “비름과” 식물인 “맨드라미”
이야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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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참비름, 개비름, 눈비름 등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가 나물로 먹는 “비름”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참비름”과 “개비름”과 “눈비름(누운비름)” 등이 대표적이며 이들은
아주 오래전에 들어온 귀화식물이고 세 가지 모두 나물로도 먹지만 한약재로도
쓰이는 “비름과”의 “한해살이풀”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꾸 “비듬”이라고 잘못 발음해서 처음 듣는 사람들은 먹기를
꺼려하는데 말씀하시는 그런 이름이 아니고 정말로 맛있는 나물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잎이나 꽃이 피는 모습이 우리가 쌈으로 먹는 들깻잎이나 그 꽃과 약간 비슷한데
“비름나물”은 부드럽고 향기도 좋아서 우리가 집에서 흔히 먹는 “미나리나물”,
“취나물”, “고춧잎나물”, “시금치나물” 등등 보다 훨씬 더 맛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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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참비름 (꽃말 : 애정)
그냥 “비름”하면 통상 이 “참비름”을 말하는 것인데 다른 말로는 “현(莧)” 또는
“현채(莧菜)"라고도 부릅니다.
키가 약 1미터 정도의 이 식물은 우리나라 전역의 들판, 집 부근의 텃밭이나 빈터
등에 흔히 자생하는데 전에는 어린잎을 뜯어서 나물로 하여 먹었는데 요즘은
일부농가에서 노지(露地), 또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여 시장에 내놓습니다.
열대아시아가 원산이고 우리나라에 들여온 시기는 오래전에 들어왔다고만 추정되는
귀화식물인데 7~9월에 녹색의 꽃이 피고 9월부터 열매가 익습니다.
민간에서는 전초를 안질, 창종, 회충, 보익 등에 약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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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개비름
“요두현(凹頭莧), 또는 ”야현(野莧)“이라고도 불리고 키가 30~80cm인 이 식물은
유럽이 원산인 귀화식물로서 “참비름”보다 키가 좀 작고 잎의 끝이 오목하게
파지는 모습이 다릅니다.
6~9월에 녹색 꽃이 피고 8월부터 열매가 익는데 “참비름”과 용도가 같습니다.
* 통상 식물이름에 “개~~”라는 말이 들어가면 먹지 못하거나 볼품이 좀 떨어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개비름”은 “참비름” 못지않게 맛있습니다.
- 매번 생각하는 것이지만 식물학자들이 이름을 붙이는 방법에 의문이 있고 가끔은
못마땅한 것이 있는데 어쩌겠습니까.
- 그래도 아주 잘못 된 경우에는 고치기도 하던데 그 대표적인 것이 전에 우리가
“아카시아나무”라고 부르던 나무는 학명이 “가짜 아카시아”인데 “진짜 아카시아”는
아프리카 초원 등지에서 자라고 있는데 “동물의 왕국” 등에서 자주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식물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자라는 이 식물의 이름을
“아까시나무”로 바꾸었으니까 그렇게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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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눈비름
“누운비름”이라 불리기도 하는 “비름과”의 “한해살이풀”인 이 식물은
키가 10~30cm 정도로 밑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비스듬히 자라거나 옆으로
퍼지며 연한 털이 약간 있어서 “참비름”이나 “개비름”과 구분됩니다.
보통 8월에 녹색 꽃이 피고 10월에 열매가 익는데 풀의 모양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고 어린잎은 식용하며 민간에서는 꽃을 지혈제, 자궁염, 거담제 등의
약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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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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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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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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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드라미 (꽃말 : 사치-奢侈, 허식-虛飾) ***
“비름과”에 속하는 식물에는 또 여러분이 잘 아시는 “맨드라미”가 있습니다.
위의 “채송화‘ 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요즘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추억과 낭만이
있는 꽃입니다.
“맨드라미”는 “수탉의 볏” 모양의 그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한자로는
“계관화(鷄冠花)”라고 하고 영어로는 “Cock's comb”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동양이나 서양이나 보는 눈이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꽃모양은 어느 분은 “부채모양”이라고도 하는 “수탉의 볏”
모양이지만 그 이외에도 “둥근 공 모양”의 꽃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꽃의 모양이 마치 “촛불” 또는 “횃불” 모양의 길쭉한 꽃이 피는
“개맨드라미”도 흔히 볼 수가 있습니다.
꽃의 색깔은 품종에 따라 여러 가지이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꽃은 붉은색인데
노란색, 흰색 등의 꽃도 있으며 “개맨드라미”의 경우는 붉은 색 이외에 분홍색이
있기도 합니다.
* “개맨드라미”의 씨는 한방에서 “청상자(靑箱子)”라 하여 눈병이나 고혈압, 두통 등에
쓰이며 눈에 좋은 것이 “결명자(決明子)”와 비슷하다고 하여 “초결명(草決明)”이라고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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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드라미 전설 ]
오랜 옛날, 로마시대에 황제가 가장 아끼는 사람에 카크스 라는 충성심이 강한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기심 많은 대신들은 그를 궁궐에서 쫓아내려고 음모를 꾸몄습니다.
“폐하, 군인이란 모름지기 나라를 지키는 것이 본분이옵니다.” 황제는 카크스 장군과
헤어지기 싫었지만 대신들의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년 후에 돌아온 장군은
사치와 허영으로 세월을 보내는 대신들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다시 전쟁터로 나갈
것을 결심한 장군은 황제에게 자신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때 기회를 노리고 있던 대신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폐하, 카크스를 보내시면 그는 군사를 이끌고
궁궐로 쳐들어 올 것 이옵니다.” 황제는 정권을 잡으려는 대신들에게 속아 장군을
체포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대신들과 싸우던 장군이 팔에 상처를 입자, 대신들은 황제에게
칼을 빼어들었습니다. 장군은 다시 몸을 일으켜 간신들을 모두 쓰러뜨린 뒤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황제는 그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습니다. 이듬해 여름, 그 무덤에서
방패모양의 붉은 꽃 한 송이가 피어났습니다. 이 꽃이 맨드라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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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한참 전에도 한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경상도 지방에서는 “민들레”를
“맨드라미”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다음에서 확인합니다.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 이상화(李相和 : 1901. 4. 5 ~ 1943. 4. 25), 대구출생으로 독립 운동가이며 시인인
이 분은 호가 이름과 같은 발음인 “상화(尙火)”라서 독특한데 이시는 1926년
“개벽” 6월호에 실렸고 이 분의 또 다른 걸작시인 “나의 침실로”와 더불어 젊은이들
특히 문학소녀들이 좋아하는 시입니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조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여기서 “맨드라미”는 “민들레”를 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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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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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맨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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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첫댓글 비름 나물은 먹어보긴 했을텐데.. 제가 나물을 잘 먹질 않아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앞으로는 참비름인지 무슨 비름나물인지 확인 후에 맛을 봐야겠습니다. 맨드라미도 다양합니다. 언제나 참신한 지식으로 우리의 지식 지평을 넓혀주시는 선배님께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우리집 식구들은 어릴때부터 이 비름나물을 무척 좋아해서 고추장에 무쳐서 먹어왔는데 잎이 매우 부드러워서 처음 맛보시는 분들은 고춧잎나물인가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골5일장이나 재래시장에서는 자주 보이고 얼마전 대형마트에 갔을 때도 이 나물이 보이더군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나물의 종류가 무척 많은데 요즘은 비교적 한정적으로 몇가지만 먹는 느낌입니다.
그려셨군요. 먹어보긴 했을 텐데.. 철이 어딘지 모르겠지만 꼭 알고 먹어봐야 겠습니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 을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군요. 경술 국치 잊지 말아야 겠지요. 더욱 일본보다 잘 사는 나라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죠.
그래야지요. 일본을 두고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데 잊을 것은 잊고 잊지않고 갚아주어야 할 것은 또 갚아주어야지요. 요즘 젊은이들은 일제강점기나 6.25전쟁에 대해서 너무나 모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시골에 가면 새로 뜯은 풋나물도 나오고 작년에 뜯어서 말린 나물들도 많이 나와 있는데 여자들은 나물은 손도 많이 가고 양념을 잘못하면 엉뚱한 맛이 되어버리니까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듯 한데 이제는 남자들도 나물마다 국을 끓이는 건지 고추장으로 무치는 건지 간장이나 된장으로 무치는건지 잘 연구해서 도와주어야겠습니다. ㅎㅎ
선배님의 비름나물 소개로 앞으로 나물 종류에 대해서도 잘 알고 먹어야겠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여자들 때문에 남자들이 나물 무치는 것 까정 배워야 하나요?ㅎㅎ
저는 오징어를 참 좋아하는데 어릴 때 제 생일날에는 오징어 요리를 해달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말린 오징어도 좋고 오징어불고기도 좋고 오징어볶음도 좋고 오징어비빔밥도 좋고 또 오징어찌게도 좋긴 한데 오징어를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양념과 요리방식을 알아두자는 이야기인데...ㅎㅎㅎ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구워 먹거나 튀겨 먹는 것이 대세인데 나물같이 무쳐 먹거나 쪄서 먹거나 삶아 먹는 쪽이 건겅에 더 좋다고 하던데... 수입할 정도로 좋아하는 삼겹살구이 좀 줄여서 외화도 절약하고 건강도 챙기는 것이 어떨지 하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