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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빗자루질 25년, 앞으로도 이걸로 먹고살게 해달라 | ||||||||||||
[인터뷰]칠곡환경지회 천정출 조합원 | ||||||||||||
칠곡에서 서른한 살부터 빗자루를 잡기 시작해 지난해로 꼬박 스물다섯 해를 환경미화원으로 일해 온 전정출 씨(56). “그저 먹고 살기위해” 환경미화원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일이 고되고, 힘들어도 가족이 이 돈으로 먹고 산다는 사실 하나로 버텨냈다고 한다.
여름에는 쓰레기의 악취가 땀과 함께 범벅이 되어 흘러내려도 꾹 참았다. 시일이 한참 지난 쓰레기에서 구더기가 기어 나와 몸에 스멀스멀 스며들어도 참았다. 겨울에는 연탄재가 부서져 온몸이 온통 뿌옇게 덮어 쓴 채로 일해도 참았다.
청소부는 청소만 하는 게 아니다
그의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봄이 다가오면 가로수의 가지치기를 하고, 잡초도 뽑고, 꽃도 심는다. 한 번은 가지치기를 하다가 나무에서 떨어진 적이 있는데, 그 때 부러진 뼈가 아직도 쑤시다. “피붙이도 아닌 사람을, 생전에 한 번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씻기고 삼베옷을 입혀 무덤을 파서 묻어야 하는데 그 일은 참말이지 제일 힘들다”고 그는 말했다.
"무연고자 시신 묻는 것도 우리 일, 참 힘든 일입니다"
힘든 일이었지만, 칠곡군청 ‘상용직 공무원’으로 그는 묵묵히 일했다. 새벽에 청소일을 끝내놓고 주위를 돌아볼 때 어느덧 환해진 거리를 보면서 가끔은 보람도 느끼며 23년을 일했다. 그런데 2002년 7월 1일 ‘경북위생사’로 용역계약을 맺고 난 뒤부터 그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용역업체로 이전하는 것은 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진행됐다. 칠곡군은 앞으로 5년동안 고용보장을 약속하고, 임금도 깎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일하는 시간은 늘어나는데 월급은 자꾸 줄어들었다.
축제 인생에 가려서 안 보이는 다른 인생들
일은 더 늘어서 오전 일을 끝내고 졸린 눈을 붙이기가 무섭게 다시 오후에도 일을 나가야 했다. 정해진 일 이외에 수시로 사장에게서 전화가 와 “군청에서 전화가 왔는데 00에 쓰레기가 쌓였단다. 빨리 가서 치워라”고 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퇴근시간도 훌쩍 넘겼다. 계절마다 돌아오는 관공서의 각종 행사 뒤치다꺼리도 이들의 몫이 됐다. 칠곡군의 아카시아축제나 군 체육대회 등의 행사에도 달려가야 했다. 축제처럼 먹고 마시고 놀다 돌아간 뒤에는 으레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잔업수당도, 특근수당도 없었다. 공휴일도, 명절도, 일요일에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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