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의는 위흥 태수 신의로부터 맹달이 공명과 내통하여 신성에서 대군을
일으켜 낙양을 취하고 천자를 체포할 거란 소식을 듣고 맹달의 목을 벱니다.
사마의는 맹달의 목을 조예에게 바치자 조예는 장안과 낙양의 병력을 모두
사마의에게 너겨 주면서 제갈량을 공격하라고 명합니다. 명을 받은 사마의
는 촉군의 군량 소재지인 '가정'을 치기 위해 계획을 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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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는 친인척이자 반 사마의 파의 핵심인 조진과 조휴가 보는 앞에서 모든
병권을 일임합니다. 조진은 앞서 왕랑과 출전하여 패전하기도 했고, 반
사마의 파로 표현 되어 하후무 같은 머저리와 거의 동급 수준으로 심각하게
평가절하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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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진은 ‘가정’에서 훌륭히 촉 군을 격파하였고(물론 장합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도독으로서 제갈량의 북벌을 무난하게 까진 아닐지 몰라도
나름대로 잘 막은 셈이 됩니다. 무엇보다 제갈량의 2 차 북벌에서 기산이
아닌 진창으로 올 것을 예측하고 학소를 배치한 것은 사실 사마의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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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입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후에 공명의 격문 한 장으로 사망하는데,
억측일진 몰라도 이것은 연의에서의 머저리 도독으로서의 모습과 실제
노련한 도독으로서의 평판이 모순되어 낳은 일화는 아닐지. 하여튼 드라마
에서는 하후무, 조휴와 더불어 연패를 일삼는 머저리 대장군으로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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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화에서야 처음 등장한 장합은 그간의 패배가 결코 무의미하지만은
않다고 주장합니다. 잘 알려졌다시피 장합은 조조 때부터 활약한 장수이고
전공 역시 많습니다. 그 때문인지 모두가 사마의를 씹을 때 다소 반대되는
의견을 늘어놓아도, 사마의를 포함한 누구도 반발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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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마의가 놀라운 발언을 하는데, "만일 내가 공명이라면
기병을 동원하여 자오곡에서 진령을 넘어 장안을 취할 것이다."가 바로 그것
입니다. 이 무슨 황당한……. 사마의는 제갈량이 그리 하지 않을 것을 꿰뚫어
보고 마침내 운명의 땅(?)인 '가정'을 취하라고 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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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취하게 되면 촉군 보급에 큰 문제가 생기고 결국엔 철군할 것이라
여긴 것이지요. 장합도 위나라 굴지의 장수지만 2차 북벌에서의 고집과
그것이 마침내 목문도의 함정으로 이어져 사망하게 됩니다. 연의에서는
사마의를 공명의 적수로 만들어주기 위해 '사마의가 말리고 장합이 추격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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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새'를 취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였습니다. 물론 연의와 정사를 바꿔
놓은 일화는 다양하지만 사망 직전 일화가 워낙 여러 가지 의미에서 유명
한지라 이 이야기가 알려졌을 따름이지, 장합이 세운 전공이 셀 수도 없음은
삼국지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도 잘 알만한 주지의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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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은 왕평과 마속을 보내 '기산'을 지키게 합니다. 여러 가지 여건상
왕평은 조자룡 사후 촉한 말 최고의 장수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써 빠지지 않는 것이 ‘가정’에서 산 위에 진을 치려는 마속을 말리는
것인데, 사실 마속이 병법에 빠삭 했을 진 몰라도 자신을 맹신하고 융통
성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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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 진을 쳤을 때 보급이 끊어지는 것 정도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을
터인데 위에서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진을 치다니.
아무튼 이때를 차치하더라도 훗날 위연을 진압하는 과정 등 여러 활약
상으로 하여금 나 역시 왕평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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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물 보급이 끊어져 마속군은 사기를 잃고, 사마의는 산 아래에 영채가
한 군데라는 소식을 듣자 이때라는 듯이 공격에 나섭니다. 제갈량은 산 위에
마속이 진을 쳤다는 왕평의 보고를 듣자마자 서둘러 퇴각을 명령합니다.
제갈량 본인은 서성으로 이동하여 사마의를 맞이하니, 이것이 유명한
제갈량의 '공성지계'입니다.
2022.12.16.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