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는 각각 글이 있어 의사를 서로 발표하되 우리나라에는 글이 없는 것은 민망히 여기시고 왕 28년(1446)에 정음국을 두고 문신에 정인지(鄭麟趾) 신숙주(申叔舟) 성삼문(成三問) 최항(崔恒) 등을 명하여 우리나라 글을 찬정(撰定)하실 새 이것을 연구하시기 위하여 주야로 노심초사(勞心焦思) 하시며 주무시지도 않으시고 생각하신고로 안질(眼疾)까지 발생이 되었으나 불고하시고 안질로 인하여 온양온천까지 가실지라도 책을 가지시고 연구하시며 훈민정음 해례본 간행에 힘쓰셨다. 자모 28자를 지으시니곧 초중종(初中終) 소리인데 첫소리 17자요 가운데소리 11자 합 28자라 이름 하여 훈민정음이라 하니 이 글이 비록 우리나라에 한한 글이라 하여도 각국 언어를 다 기록할 수 있고 고저청탁 억양을 따라 기록하지 못할 말이 없다. 대개 성왕의 깊으신 의장과 문신들의 발명이 저 아침 해와 같이 빛나는 글이다. 그 소리 나는 틀은 엄니소리 혀소리 입술소리 잇소리 목구멍소리 반혓소리 반잇소리인데 가운데 중성소리를 합하여 소리를 낸다. 또 첫소리를 다시 끝소리로 쓰게 되고 ㅇ 는 입술소리 밑에 쓰면 입술소리가 경하여진다 하여 첫소리를 아울러 쓰기도 하며 끝소리도 두음을 쓸 수 있게 되고 높고 긴소리는 좌편에 점을 찍으라 하였고 낮은 소리는 점이 없게 하고 그 후 최세진(崔世軫) 선생이 첫소리가 끝소리로 통용할 자는 8자 뿐이니 아래와 같다. 기윽 니은 듸긋 리을 미음 비읍 시읏 이응 등이요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 14자는 버리지 않고 다 쓰기로 학회에 정하였다. 그 외 ㅋ키 ㅌ티 ㅍ피 ㅈ지 ㅊ치 ᅀ이 ᄋ이 ㅎ히 이 8자는 첫소리에만 쓰게 하고 ㅏㅑㅓㅕㅗㅛㅜㅠㅡㅣㆍ 11자는 가운데 소리에만 쓰게 한다고 최선생은 말하였으나 세종대왕의 본뜻이 아닌 고로 이제 첫소리 14자 곧 ㄱㄴㄷㄹㅁㅂㅅㅇㅈㅊㅋㅌㅍㅎ는 첫소리와 끝소리에 겸하여 쓰게 하고 ᅙᄋᅀ 3자는 금(今)에 맞지 않는 고로 쓰지 않기로 되고 ㆍ도 필요 없다 하여 쓰지 않기로 되었다. 본문은 아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