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보내는 엽서(손주 이야기) 48호>
≪ 외손녀가 말하는 띠:띠의 대결 ≫
외손녀가 말했다.
“외할아버지, 내 띠가 무엇인지 아세요?”
“네 띠는 개띠잖아?”
“아니예요, 나는 아직 어리니깐 ‘강아지 띠’예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띠:띠의 대결을 이야기한다.
“할아버지는 ‘뱀띠’인데요. 나한테 꼼짝 못해요. 강아지가 뱀 꼬리를 물면 꼼짝 못하거든요.”
- 하기야 당연하다. 달랑 하나밖에 없는 손주 말에 할아버지가 꼼짝 못할 것은 당연지사다.
“할머니는 ‘쥐띠’인데요. 나한테 꼼짝 못해요. 쥐가 워낙 작잖아요.”
- 하기야, 하나밖에 없는 손주에게 납작 엎드리나 보다.
“그럼, 이 외할아버지는 무슨 띤인줄 아냐?”
“원숭이 띠잖아요. 원숭이는 까불기만 해요. 원숭이도 강아지가 물면 꼼짝 못하죠.”
- 맞는 말이다. 꼼짝 못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에 와서 특별과외를 해준다.
“그러면 외할머니는 무슨 띠인지 알아?
“나처럼 ‘개 띠’잖아요. 우리 그래서 서로 친해요.”
“그런데 엄마는 ‘용띠’라서 물속에서 잠을 자고 있어요. 강아지가 떠들면 용이 막 야단만 쳐요.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고. 그래서 제가 엄마한텐 꼼짝 못해요.”
- 에미기 닦달하기 시작하면 보통이 아니다. 여우가 같은 외손녀도 눈치만 살살 살피고 강아지 꼬리를 내린다.
“그럼, 아빠는?”
“아빠는 돼지띠잖아요? 강아지가 돼지꼬리를 잡고 늘어지면 막 도망가요. 그런데 꼬리가 짧아서 잡기가 어려워요.”
- 하기야 그렇다. 딸이 재촉하면 슬슬 피해 다니니.
결국 외손녀와의 띠 대결에서는 5:1로 외손녀가 완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