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영화 및 책 제목)은 데이터 야구 얘기를 다루었다.
한국의 배구팀도 데이터 관리를 도입한 감독 있어 도쿄올림픽에서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런데 왜 그런 감독을 수입해야 하나?? -cmj
배구공 잡아본적 없는 ‘배구장의 히딩크’ 라바리니 감독
‘데이터 배구’로 강호 잇단 격파
“체격 좋은 터키엔 서브가 관건”
수비·공격 실시간 바꾸며 공략 도쿄=양지혜 기자 입력 2021.08.05 03:27
[태극기 꼭 쥔 3인의 외국인 사단 - 지난해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본선 티켓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는 ‘라바리니 사단’. 왼쪽부터 안드레아 비아시올리 전력분석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세자르 에르난데스 코치. /양지혜 기자]
한국 여자 배구의 도쿄올림픽 준결승 진출은 그저 정신력으로 일군 쾌거가 아니다. ‘데이터 배구’에 일가견 있는 초호화 외국인 사단이 합작한 결과다.
스테파노 라바리니(42·이탈리아) 감독은 배구 강국 브라질 리그에서 4관왕을 해냈던 명장이다. 배구 선수로 뛴 적은 전혀 없지만, 배구 분석을 즐겨 열여섯부터 지역 클럽의 코치로 일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44·스페인) 대표팀 수석 코치는 여자 배구 최고 명문 구단인 터키 바키프방크에서 기술코치로, 라바리니 감독의 전천후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다. 안드레아 비아시올리(32·이탈리아) 전력분석관은 고교 때 배구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던 밀라노 공대 출신 엔지니어로,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출입증 발급에 제한을 둬 선수촌 밖 호텔에서 지낸다. 하지만 호텔에서 눈만 잠시 붙일 뿐 대부분 시간을 라바리니 감독과 함께한다. 이들은 도쿄 올림픽에서 상대할 11국의 최근 3년치 경기를 밤낮없이 파헤쳤다.
데이터는 사람을 이겼다. 라바리니 사단은 전술의 핵심이었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올 초 학교 폭력 논란으로 대표팀에서 빠지는 악재에 부딪혔다. 하지만 이들은 “대한배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고선 다시 새 해법을 고민했다. 박은진·안혜진·정지윤 등 신인들을 실력만 보고 과감하게 뽑았다. 지난 6~7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선 선수들의 손발이 안 맞아 전체 16위 중 15위에 그쳤지만, 한 달 새 달라진 조직력을 뽐내며 도쿄올림픽 준결승 진출 쾌거까지 일궈냈다.
이들 전술의 백미는 한일전 5세트 12-14로 밀리던 순간에 나왔다. 에르난데스 코치는 “일본이 마지막 공격을 모두 이시카와 마유에게 줄 것을 알았고, 선수들에게 분석 내용을 토대로 각자의 수비 위치를 세밀하게 지시했다. 작전 그대로 이시카와의 공격을 연속해서 차단해 역전했다. 그저 행운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의 분석력은 터키의 벽마저 넘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체격 좋은 터키를 상대하려면 서브가 관건이었다. 터키는 패스 스킬이 좋지만 공격 효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우리는 누가 서브를 하고 어떻게 수비할지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조정한다”고 했다. 가령 김수지는 서브가 강하고 박은진은 블로킹이 좋은데 그런 전술들이 잘 통한다”고 했다.
2002월드컵 때 남자 축구 히딩크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라바리니 감독도 아직 배가 고프다. “우리가 4강에 간다는 게 안 믿겨서 경기 후에도 한동안 멍했다. 요즘 매일 꿈꾸는 기분이다. 어디까지 더 멀리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기 때문에 자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