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몽(胡蝶夢)
달리의 연체 시계는 게오르규의 25시를 향하여 흐느적거리며 돌아가요. 닿을 수 없는 시간, 오지 않을 사람을 더 이상 기다리지 말아요. 절규하는 뭉크의 공포는 실체가 없는 거예요. 하지만 당신의 불안을 확대해서 재생산하고 있지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은 행복과 불행, 웃음과 슬픔이 이란성 쌍둥이임을 말해주지요. 님, 이번 생(生)은 좀 행복하셨나요? 아니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지요. 어찌 되었든, 뜰 앞의 잣나무를 보면서 차나 한잔 들고 가라고 조주(趙州)선사는 말하네요.
봄은 봄인데 봄을 느낄 수가 없어요. 산이 불타고 있어요. 제 몸이 불타도 도망갈 수도 없는 나무들의 비명이 들려요. 탄핵의 찬/반이 거리에서 불타고 분열된 국민의 마음이 불타고 거리에 날리는 깃발들과 프랭카드는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흩날리고 있어요. 중동의 미친개 무아마르 가다피를 찜쪄먹을 아름다운 나라파의 장문인은 관세의 장권으로 나만이즘의 비전절학을 시전 중인데 아직 초식을 다 펼치지도 않았기에 그 노부의 일장을 받아내려면 최소한 흡성대법 정도의 내공이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전 세계가 운기 조식 중이라고요?
잡히지 않는 것들을 잡으려고, 놓을 수 없는 것들을 더 움켜쥐려고 몸살을 앓고 있지요? 몸살은 신이 만들어 놓은 육체의 방어기제예요. 섀도우를 인정하고 신이현이 기증한 숨어있기 좋은 방으로 가세요. 촛불을 켜고 가스통 바슐라르의 불의 정신분석을 읽어요. 그 방의 충만한 적막과 넘실대는 고요와 호젓함이 당신의 세포 속으로 스며들어와 이제 편안해질 거예요. 그리고 나비가 된 당신은 꿈을 꾸는 거예요. 4월은 잔인한 달이었고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꿈을.
2025.4.
하롱베이에서
하롱베이에 뿌려진 섬들은
그대로 ‘신의 지문’이다
삼천 개의 섬을 지나는
삼천 개의 바람에는
삼천 개의 사랑과
삼천 개의 별리
삼천 개의 눈물과
삼천 개의 그리움이
살결처럼 묻어나는데
‘뜨롱’을 연주하는 아오자이 여인
그 여린 몸을 훑는 대숲 바람
그 바람에 넘실대는
물결과 별들과 사람들이
하롱베이의 이 밤을 지피고 있다.
※'신의 지문'은 그레이엄 핸콕이 사라진 언약궤를 추적하는 책의 제목이고 ' 뜨롱 '은 대나무로 만든 베트남의 전통악기이다.
2024.9.
겨울 山行
昨日香雪今日雨 (작일향설금일우)
어제는 눈이 오더니 오늘은 비가 내린다
雪覆山野雨漬地 (설복산야우지지)
눈은 산야를 덮고 비는 대지를 적신다
雪迎雨漬獨山行 (설영우지독산행)
눈을 맞으며 비에 젖어 혼자 걷는 산 길
山湖冱凝鳥飛絶 (산호호응조비절)
산속의 호수는 꽁꽁 얼었고 새들도 보이지 않는다
名愛不遮世上繁 (명애불차세상번)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 가릴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 많고
純粹不容世上多 (순수불용세상다)
순수라는 이름만으로 용납되지 않는 것들이 세상에 많아
生前不持一名懷 (생전부지일명회)
살아서는 가질 수 없는 이름 하나 안고
頻姌舛心媕恁諒 (빈염천심암임량)
자꾸만 휘청이고 머뭇거리는 마음, 님은 살펴 아실까?
2022.1.
나원준 한국문협 회원
노원문협 이사
연세종교철학연구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