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미술관은 일반 대중에게 그리 친숙한 공간은 아니다. '고급 예술', 혹은 '고급문화'에 대한 편견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어린 시절부터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자주 들락거리지 않은 일종의 낯설음 때문이기도 하겠다.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TV나 라디오 등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대중문화보다는 분명 접하기 쉽지 않은 게 회화이고, 클래식음악이다. '고급예술'이란 게 있다면 그 범주 안에 묶일 이런 문화는 대중에게는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낯설기도 하겠다.
그 낯설음을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문화는 대중매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찾아오지만', 회화나 클래식 등의 문화는 대중들의 발품을 요구한다. 그리고 일정 정도의 지식을 요구하기도 한다. 낯설음을 없애는 일이 결국은 많이 접하고,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고급예술에 대한 낯설음을 없애는 일은 대중들의 발품과 지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낯설음은 문화적 편중 현상을 낳고, 결국 예술을 위한 예술, 혹은 소수를 위한 예술로 문화를 전락시키게 된다. '고급 예술' 혹은 '고급 문화'라는 말은 그 문화 자체가 '고급'이라기보다는 소수만의 문화,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화, 대중문화와는 다른 문화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대중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가 이 두 문화를 가르는 표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화는 소비되어야 한다. 순수문학, 순수미술 등도 대중에게 소비되어야 그 문화적 힘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다. 좋은 문화가 있고, 좋은 작품이 있는데 그것을 소비할 대중이 없다면, 그것을 알아줄 사람이 없다면 문화는 힘을 잃게 마련이다. 모든 문화가 대중문화로만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문화는 더욱 소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소비자에게만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 상품을 사기 위해 소비자의 발품만을 요구하는 것은 막연한 일이다. 공급자, 혹은 유통자가 그 소비를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다.
문화를 경제적인 측면만으로 보는 것은 물론 옳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독야청청은 세상과 인연을 끊은 이들에게는 가능한 일일 터이지만 소통을 해야 힘을 얻는 이들에게는 가능하지도, 또 그렇게 행동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돌며 그 지역의 고난한 삶을 기록해온 살가도의 사진과 아프리카와 이라크 등을 돌며 사진 작업을 해온 김중만, 성남훈 작가의 사진이 대중들과 만나는 자리였다. 이 사진전에는 난민구호단체인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탤런트 김혜자 씨가 TV용 홍보영상물 쵤영에 응해주는 등의 도움으로 많은 이들이 사진을 관람했다.
사진전의 성공에는 전북도립미술관장 최효준 씨의 공이 컸다. 전시회를 열기까지 그가 들인 노력을 들어보자.
"지금 전설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입니다. 다른 대도시에서 먼저 사진전을 했는데 춘삼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람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많은 이들이 찾아올 수 있는 전시회가 될지를 고민했습니다. 결국 유명 사진작가인 김중만 씨, 성남훈 씨의 사진과 연계하고,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김혜자 씨에게 사진전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김혜자 씨는 '안 오면 안 될 것 같다'는 연락을 해오셨고, 사진전에서 김혜자 씨의 저서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책의 사인회도 하면서 TV용 홍보영상물 쵤영에도 응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말에 많을 때는 1500여 명까지 사진전을 관람했습니다. 한편 성남훈 작가의 제자인 학생들이 월드비전 모금함에 일정액 이상 헌금하는 관람객들에게 고급 가족사진을 찍어 드렸고 호응이 좋아 꽤 많은 액수를 월드비전에 모아드릴 수 있었습니다. 순수한 예술작품보다는 예술성 높은 것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삶을 높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성 높은 것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삶을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사진전 내내 매일 소감문을 적어내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다. 선물을 받기 위해 소감문을 적어 내는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세계적으로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고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도 많다. 예술작품으로 사람들의 삶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참여'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2004년 10월 14일 개관한 전북도립미술관은 개관한 지 이제 3년을 겨우 넘어 섰다. 최효준 씨가 호암미술관 수석연구원과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을 거쳐 전북도립미술관장에 임명된 것은 2004년 3월이었다. 그가 미술관장으로 취임한 이후 전북도립미술관은 대중과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2005년에는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미술관 속 동물원전'을 열었고, 2006년에는 만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있는 그림전'을 개최했다. 2007년 7월에 열리게 될 '미술관은 놀이터전'은 어린이들이 회화를 관람하면서 상자쌓기나 공던지기 등의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최효준 씨는 이 전시회에 대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지역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 체험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당의정 예술론-쉽게 전달하는 통로로서의 문화와 예술
최효준 씨는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앞서 본 것처럼 그는 전시회 기획을 할 때 대중과의 소통에 큰 비중을 둔다. 대중들이 발품을 팔게 하기 위해 전시회에 놀이를 접목시키거나 대중과 친숙한 예술 장르를 전시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다. 2006년 연 '이야기가 있는 그림전'도 그런 의미에서 기획된 것이다. 그는 이것을 '당의정'에 비유한다.
"만화전을 하면서도 시사만화를 끼어 넣기라도 해서 젊은 사람들이 평소 관심 없는 역사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도록 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독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독도문제의 역사적인 맥락을 보여주려 합니다. 쉽게 접근해서 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문화와 예술의 힘입니다. 역사논문은 깊고 중요하더라도 공유되고 확산될 길이 없습니다. 이런 전시회를 여는 것은 영양가를 전달하기 위해 당의로 싸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그런 쪽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반대로만 너무 나아가 있습니다. 사실 그 동안 참여적인 경향성을 가진 것은 불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정치성은 이제 많이 없어 졌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토론하고 하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내용은 충실한데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이 대중성을 띄지 않는 경우 그 내용은 결국 대중에게 전달될 수 없다. 그래서 당의를 입히는 것이다. 포장에만 신경 쓰는 것은 문제될 수 있지만 좋은 작품이 있고, 그것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당의정을 입히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내용은 기본이고, 문제는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인 것이다. 대중들의 발품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미술관의 속성 상 '당의정'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 거기에서 문화의 힘은 살아날 수 있다.
문화의 힘
최효준 씨는 문화의 힘에 주목해왔다. 영화 한 편이 자동차 몇 만대를 판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힘이 아니라 문화가 가진 근본적인 힘을 그는 주목한다. 그 예로 그는 일본문화를 든다.
"19세기말에 일본이 개방되고 '아시아의 서구'가 되자, 탈아입구(脫亞入歐) 외치면서 당시 영국보다 더 많이 돈을 들여 만국박람회를 개최했습니다. 서구에서는 일본 문화를 받아들여 일본식으로 방을 꾸미고 일본 예술품을 사들이는 것이 격조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식 소품들은 서구 대중에게 쉽게 소비되었고, 그런 문화적 풍토 때문에 같은 아시아 지역에 있는 중국은 미개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본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양차대전을 겪고도 일본에 대한 선의와 좋은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었는데, 거기에는 일본문화의 힘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료들과 기업들이 문화에 엄청난 지원을 합니다. 일본의 고문화전시회를 서방에서 하면 정부와 기업들이 나서서 모든 지원을 다 해줍니다. 그래서 최고의 질을 자랑하는 전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흔히 문화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울 때 할 수 있는, 상위욕구충족단계에서 하는 것이라지만 실제 일본은 그렇지 않은 단계에서 했고 문화가 정치, 경제, 외교, 군사 분야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문화는 정치, 경제, 외교, 군사의 저변을 이루는 중요한 '힘'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문화의 힘에 주목하는 최효준 씨는 문화의 근간이 되는 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다.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지역 작가들을 위한 전시회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2005년 6월에는 19~20세기에 활동했던 전북 연고의 작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전북미술의 맥(脈)'전을 열었고, 2006년 2월에는 전북에서 활동 중인 작가 147명의 작품으로 '전북미술의 현장전'을 개최했다. 그러나 최효준 씨는 단순히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차원에서의 지역 문화발전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8년 전에 전북 부안에 내려왔다. 지금도 부안에 살고 있다. 그런데 그는 부안에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경제발전에만 치중해서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우회로를 직선로로 만드는 등 지자체가 끊임없이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도 홍수를 방지한다고 하천정비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였지만 그 마을에 홍수가 난 적이 없습니다. 곳곳에 길만 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안 됩니다. 이 지역을 찾는 사람들이 모두 그 길을 통해 지나칠 뿐입니다. 한국은 일본처럼 토목국가가 된 느낌입니다. 과연 경제발전 드라이브를 계속 밀고 나가야 하는가란 회의가 듭니다. 지방자치가 되면서 너무 단기적인 기준에 의해 가치판단과 결정이 이루어지고, 장기적인 플랜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표 때문에 단기효과에 급급하게 됩니다. 정말 이 악순환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청자 하나 없는 청자문화전시관, 박수근 작품 하나 없던 박수근미술관
이러한 경제발전 드라이브, 또 단기적인 플랜에서는 문화적 토양이 자라나지 못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데 작금의 문화에서도 외양에만 치중하는, 치적 중심의 문화 정책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부안에 만들어지는 청자전시관과 강원도 양구에 만들어진 박수근미술관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부안에서 청자전시관을 만듭니다. 그런데 적어도 청자 원품 하나 쯤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앞으로 어떻게 그 전시관을 운영할 것인지 걱정입니다. 부안에 도요지(가마터)가 있으니까 체험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원작이 없다면 안타까운 일이지요. 미술사하는 어느 교수님이 삼성미술관 리움을 가보고 처음 청자가 아름다운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청자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 최고의 원작을 보아야 하고, 그리고 나서 다른 조각이나 도요지를 보아야 되는데 처음부터 청자모조를 보고서 어찌 제대로 이해하겠습니까? 앞으로 막대한 유물구입비 때문에 원작을 확보하지 못해서는 전시관으로서의 기본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므로 건립당시부터 추후 콘텐츠를 갖추기 위한 예산과 운영을 위한 예산까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강원도 양구에 만들어진 박수근미술관도 최근에는 많은 작품이 기증됐지만 처음에는 원작이 하나도 없어서 고충을 겪었습니다. 지자체에서 박수근미술관을 만든 것은 가상한데 4~5억 원하는 원작은 못 갖다놓고 모조품이나 자료만 갖다가 전시를 했었죠. 시설에 투자한 막대한 비용을 작품 전시비용으로 일부 사용해야 하는데, 자꾸 시설을 건립하는 것만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수백억 짜리 박물관 건물보다 진품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최효준 씨는 '당의정 예술론'을 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용이 충실한 상태가 기반이 될 때 가능한 일이다. 개관 후에 예산이 부족하여 현대에 제작된 재현 복제품이나 도편 등을 위주로 전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그러면 전시관 건립 의의가 반감되므로 운영 및 컨텐츠 확보에 충분한 예산이 지속적으로 투입이 되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건물을 짓는 것만을 큰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렵게 예산을 확보해 건물을 준공했지만 운영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여력이 없게 됩니다. 예산부족으로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만들 지 못하면서,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건축 프로젝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지역에는 국립전주박물관 등 훌륭한 시설이 많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박물관 미술관을 계속 신규로 건립하려고 애를 쓰기보다는 이미 운영되는 기관과 시설이 운영면에서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서 향수층을 넓히고 그 향수의 정도를 심화시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새로운 시설의 건립은 운영 예산 확보 측면까지 감안하여 치밀하게,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면 좋을 것입니다. 도서관은 동네마다 있는 것은 좋지만 박물관은 인구 얼마에 하나 이렇게 할 일이 아닙니다. 박물관이 제대로 움직여줄 조건이 필요합니다. 현재 많은 미술관 박물관이 공조시스템이 불완전해서 고가미술품을 대여해오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미술관의 수혜층이 시군민을 포함한 도민 전체가 되기 위해서는 전용버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내실 있게 성장하고 유지할 조건을 안 갖추어 주고 또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입니다."
달이 뜨면 전통한옥 툇마루에서 대금 연주를 들려줘라
그는 콘텐츠에 주목한다. 하드웨어보다는 콘텐츠가 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지역을 하나로 묶어 '에코뮤지엄', 즉 '지역 통째로 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문화라는 것이 박제된 문화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나의 문화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의 어느 한 부분을 떼어서 전시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그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전통문화라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실생활과 유리되고 정서적으로 멀어지다보니 이를 보여주는 것이 대단히 힘들고 그래서 좌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전통문화를 살리고 그것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서는 전북을 한 덩어리로 보고 전북 전체를 전통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어야 합니다. 즉 에코센터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에코뮤지엄 논의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는데, 최근 중국에서도 에코뮤지엄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 에코뮤지엄은 우리말로 번역하면 '지역 통째로 박물관'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호주나 캐나다의 경우 한 주 전체를 에코뮤지엄이라고 해서 다양한 자원들을 보여 줍니다. 많은 문화자원들이 산재되고 방치되어 있는데 그것을 연결해서 살려냅니다. 유물을 가져다 박제하는 것이 종래의 박물관 개념이라면 현재의 자원을 그대로 보존하여 찾아가게 하는 것이 지역 통째로 박물관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물레방아를 아무도 쓰지 않지만 그 주인이 그것을 보존해서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해줍니다. 그 주인은 자연스럽게 큐레이터이면서 박물관장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을 전체가 박물관이 되면서 그것을 알리는 공동의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에는 농업박물관이 많은데 수장고에 넣어 놓고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밭갈이를 하고 농요를 부르게 하는 것과 같이 현장성과 현실성을 살려주는 것입니다."
실생활에서 직접 찾아볼 수 있는 전통문화는 분명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농기구보다 더 직접적이고, 감성적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유적보다 가슴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줄 것이다.
"건물을 새로 짓는 게 아니라 현장에 방치된 유적이나 민속들을 생활 속에서 되살리고 보존하고 의미를 규정하는 새로운 관점이 확산되어야 합니다. 전통한옥 툇마루에서 휘영청 달이 떴을 때 대금연주를 들려주면 울림이 없을 수 없고, 외국인이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현장에서, 일상에서 이런 것들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문화적 행사를 큰 행사로만 하려고 하니 안 되는 것입니다. 건물만 짓지 말고 콘텐츠를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수시로 생활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행정이라는 게 가시적인 것, 눈에 남는 것으로 가다 보니 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고민하고 활동도 하고 있는데 한쪽으로 모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통한옥 툇마루에서 휘영청 달이 뜨면 대금연주를 들을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 전북도립미술관 최효준 관장이 애쓰는 것처럼 그런 살아 있는 문화를 우리 지역 곳곳에서 접하게 될 날을 꿈꾼다.
면담일시: 2006년 5월 면담장소: 전북도립미술관 면담인사: 최효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