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쇼펜하우어 ＜인생론＞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출전: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아르투어 쇼펜하우어ㆍ홍성광, 을유문화사, 2023 개정증보판 제1장 사물 자체와 현상의 대립에 대한 몇 가지 고찰   모든 이해Verstehen는 표상 작용Vorstellen의 행위라서 본질적으로 표상Vorstellung의 영역에 머무른다. 그런데 이 표상은 현상들Erscheinungen만 제공하므로 현상에 한정된다. 사물 자체가 시작되는 곳에 현상은 끝난다. (222)    사물의 내적 본질은 근거율과는 거리가 있다. 그것은 사물 자체이고, 그것은 순전히 의지일 뿐이다. 그 의지가 의지인 것은 의욕하기 때문이고, 그것이 의욕하는 것은 그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본질 안에서 오로지 실재하는 것은 의지다. (224)    자연은 어떻게 형식의 보존과 개체의 쇄신, 생명 과정의 무수한 반복을 무한한 세월에 걸쳐 견뎌내면서도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224)    모든 생명체 안에는 세상의 완전한 중심이 있다. 그 때문에 그 자신의 생존Existenz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alles in allem. 이기심 또한 이러한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 죽음으로 생명체가 소멸한다고 믿는 것은 지극히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모든 현존은 오직 죽음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225) 제2장 범신론에 관한 몇 가지 말 제3장 우리의 참된 본질은 죽음에 의해 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에 관한 이론   인간은 생명이 주어진 무와 다른 어떤 것이며, 동물도 마찬가지다. (235)    현재는 객관적 현재와 주관적 현재라는 두 개의 절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객관적 현재만이 시간이라는 직관을 형식으로 지니고 있으므로, 끊임없이 굴러간다. 주관적 현재는 확고하게 고정되어 있어서, 언제나 동일하다. (236)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 “먼저 내가 있고 그 다음에 세계가 있다.” (236)    누구나 자신의 가장 내면적 핵심은 현재를 포함하고 또한 함께 지니고 다니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236)    의지는 홀로 1차적인 것이고 어디서나 본래적인 것이다. (238)    죽어가는 것은 소멸한다. 하지만 하나의 싹은 남아 있어, 거기에서 새로운 존재가 출현한다. 그 새로운 존재는 자기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 때문에 바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이제 생존 속으로 나온다. 이것이 환생의 신비다. (241)    윤회는 영혼 전체가 다른 육체로 옮겨 가는 현상이지만, 환생은 개체의 해체이자 새로운 형성이다. 이 경우 의지만이 계속 지속돼 새로운 존재의 형태를 띠고 새로운 지성을 얻는다. (241) 제4장 생존의 공허함의 이론에 대한 몇 가지 추가 기록   한 번 존재했던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음 순간 벌써 존재했던 것이 된다. 그 때문에 아무리 하찮은 현재라도 현실이라는 면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과거보다 우월하고, 현재의 과거에 대한 관계는 유有의 무無에 대한 관계와 같다. (249)    인생의 과제는 무엇보다 어떻게든 밥벌이해서 목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가 해결되면 얻은 그것은 짐이 된다. 그리하여 맹금처럼 안전하게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를 노리다가 덮치는 무료함을 방지하기 위해 그 목숨을 처리해야 하는 두 번째 과제가 생긴다. 첫 번째 과제는 무언가를 얻는 것이고, 두 번째 과제는 그것을 얻은 후 짐 되지 않도록 얻은 것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252~253)    곤경의 배후에 좀 더 영리한 동물마저 곧장 사로잡히는 무료함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삶에 참되고 진정한 내용이 없으며, 그 삶이 단순히 욕구와 착각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253) 제5장 세상의 고통의 이론에 대한 몇 가지 추가 기록   배가 안전하게 똑바로 나아가기 위해 싣는 배의 바닥짐처럼 누구나 항시 어느 정도의 걱정이나 고통, 고난이 필요하다. (259)    어떤 사람의 생애가 행복했는지는 그가 얼마나 즐거움과 향락을 누렸는지 여부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 성질을 띤 고통이 얼마나 없었는가 여부로 평가해야 한다. (259)    인생이란 어떻게든 끝마쳐야 하는 힘든 과제와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나는 인생을 견뎌냈다”라는 말은 멋진 표현이다. (266) 제6장 자살에 대하여   내가 알기로 자신의 종교를 믿는 신자가 자살을 범하는 것을 범죄로 보는 종교는 유일신 종교, 다시 말해 유대 종교들밖에 없다. 이러한 점은 구약 성경이나 신약 성경에서도 자살에 대한 어떠한 금지나 결정적인 부인도 찾아볼 수 없는 사실을 감안할 때 특기할 만하다. (274)    형법에서 자살을 엄금한다고 해서, 그것이 교회에서도 통용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게다가 자살을 금지하는 자체가 지극히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처벌한다고 해서 자살하려는 자가 겁을 먹겠는가? 만일 자살 미수에 그친 사람을 처벌한다면 그것은 자살에 성공하지 못한 미숙함을 처벌하는 것이다. (275) 제7장 삶에의 의지의 긍정과 부정의 이론에 대한 몇 가지 추가 기록   삶에의 의지의 부정이란 어떤 실체를 없애버리겠다는 말이 아니라 단순히 의욕하지 않는 행위, 다시 말해 지금까지 의욕해 온 것을 더 이상 의욕하지 않음을 말한다. (282)    자연에 반하는 모든 성욕의 충족이 비난받는 것은 원래 이상과 반대되는 근거에 기인한다. 이런 경우에는 성욕의 충족을 따르므로, 삶에의 의지는 긍정되지만, 개체의 출생은 무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출생에 의해서만 의지의 부정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금욕적 성향을 지닌 기독교가 나타나 비로소 동성애를 엄중한 죄로 본 것도 이런 사실에서 설명할 수 있다. (289~290)    인간의 구원이란 자신의 삶에 대한 일반적인 통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경우에서, 다시 말해 자신의 개인적인 인생행로에서 삶을 인식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속屬에 적용되는 것은 종種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295) 제8장 종교에 대하여   나는 계시를 전하는 자들에게 오늘날 너무 많은 계시를 말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러지 않으면 실제로 계시가 무엇인지 언젠가 그들에게 쉽게 밝혀질 것이다. (298)    신이 죄를 원한다면 죄를 저지르는 자는 신 자신이다. 신이 죄를 원하지 않는다 해도 죄는 저질러진다. (화형을 당한 사악한 이단자. 율리우스 케사르 바니우스 『원형 경기장』) (303~304)    유럽이란 무엇이냐? (…) “유럽은 인간의 출생이 그의 절대적인 시초이며, 인간이 무에서 비롯되었다는 미증유의 믿을 수 없는 망상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는 대륙이지요.” (305)    기독교의 또 다른 근본적 오류는 인간을 자연에 반하는 방식으로 동물계로부터 떼어냈다는 점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동물계에 속하는데, 인간을 전적으로 홀로 인정하려고 동물을 사물로 간주했다. (…)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동물이 전적으로 무가치한 것과 비교해 볼 때 브라만교와 불교에서 일반적으로 동물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은, 유럽인이 그런 불합리함에 아무리 익숙해져 있다 해도 완전성과 관련해 유대교와 기독교를 가혹하게 비판하는 일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근본적 오류를 미화하는 것은 사실 그 오류를 확대하는 행위다. (307~308)    사실 기독교 도덕은 인간에게만 규정을 한정하고, 전체 동물계는 권리 없는 상태로 방치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대단히 불완전하다. (308)    유럽에서 적어도 동물에 관련한 유대의 자연관이 이제야말로 종말을 맞고, 우리 인간 속에서처럼 동물 속에도 살아 있는 영원한 존재가 그 자체로 인정되고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시점이다. (…) 세계는 형편없이 만들어진 졸작이 아니며, 동물은 우리가 사용하기 위한 제품이 아니다. (312~313)    철도의 가장 큰 선행은 수백만 마리에 이르는 마차 끄는 말들이 비참하게 살지 않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313)    우리는 동물을 도살하기 전에 먼저 마취를 시켜야 한다. 이렇게 고상한 조치를 취해야 인간이 명예로울 것이다. 서양의 좀 더 높은 학문과 동양의 좀 더 높은 도덕은 손을 맞잡고 같은 조치를 취했고, 브라만교와 불교는 자신의 규정을 ‘이웃’에만 한정하지 않고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보호하에 둔다. (313)    이 세상에서의 체념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의 체념이 기독교의 정신이다. 하지만 화해, 다시 말해 세상과 세상의 여러 여정으로부터 구원이 그런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열어 준다. 도덕에는 보복권 대신에 원수를 사랑하라는 계율이, 무수히 많은 후손 대신에 영생의 약속이, 조상의 죄에 대해 육촌에까지 이르는 자손을 벌하는 대신 모든 것을 무색하게 하는 성령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318~319)    이처럼 우리는 신약 성경의 가르침을 통해 구약 성경의 가르침이 수정되고 재해석되는 것을 본다. 그렇게 하여 깊디깊은 본질에서는 인도의 옛 종교들과 일치한다. 기독교에서 참된 모든 것은 브라만교와 불교에서도 발견된다. (…) 반면에 구약 성경에 관해서는 낙관적인 유신론을 교정하는 수단으로서 즉각 첨가되어야 했다. 신약 성경 역시 자신에게 제공되는 유일한 논거로서 원죄를 이어받았다. (319)    그런데 어떤 종種을 철저히 알려면 속屬의 지식이 필요하고, 이 속 자체는 다시 그것의 종에서만 인식되듯이 기독교를 철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부정하는 다른 두 종교, 다시 말해 브라만교와 불교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산스크리트어를 알아야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제대로 철저히 이해할 수 있듯이 브라만교와 불교를 알아야 기독교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것이다. (319)    불교와 기독교의 외적인 우연한 유사성은 그것이 태동한 나라에서 지배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둘 다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지자가 고향에서는 높임을 받지 못한다.” (「요한복음」 4장 44절) (320) 제9장 박식함과 학자에 대하여   학자들 대부분에게 학문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 위대한 일을 하려면 학문을 하는 것이 목적이고, 다른 모든 것, 즉 생존은 단순히 수단이어야 한다. (…) 어떤 종류의 것이든 그 이외의 다른 목적에 대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 때문에 만들어 낼 때 진정으로 탁월한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타인의 인식에 신경 쓰지 않고 연구의 직접적인 목적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얻는 자만이 새롭고 위대한 기본 통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소화하지 않고 내보낸 배설물이 아닌 자기 피에서 분비된 것만 다른 사람에게 양분이 될 수 있다. (326~327)    딜레탕트, 딜레탕트라니! 학문이나 예술을 해서 수입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마음이나 즐거운 마음으로 그것을 하는 자들을 경멸 투로 딜레탕트라고 부른다. (…) 이러한 경멸은 곤궁이나 배고픔, 또는 탐욕의 자극을 받아야만 어떤 일을 진지하게 할 것이라는 그들의 저급한 확신에서 기인한다. (…) 그런데 사실 딜레탕트에겐 그 일이 목적이고, 전문가에겐 수단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일을 직접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 일에 몰두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일을 하는 자만이 매우 진지한 자세를 가질 것이다. 항시 가장 위대한 일은 그런 자에게서 시작되지 임시 고용인에게서 시작되지 않는다. (327~328)    괴테도 색채론 분야에서 딜레탕트였다. (328)    학자 공화국에서는 대체로 멕시코 공화국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멕시코 공화국에서는 각자 자신의 이득만 생각하고, 자신을 위한 명성과 권력을 추구하며, 전체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다가 망하고 만다. 이와 마찬가지로 학자 공화국에서는 각자 명성을 얻기 위해 자신만 인정하려 든다. 그들 모두가 의견 일치를 보는 유일한 일은 정말로 탁월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그들 모두에게 위험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학문 전체의 사정이 그렇다는 것은 쉽게 간파할 수 있다. (330)    교수와 독립적인 학자 사이에는 예로부터 가령 개와 늑대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어떤 대립 관계가 존재한다.교수는 자신의 위치에 의해 동시대인에게 알려지는 데 큰 이점이 있다. 반면에 독립적인 학자는 자신의 위치에 의해 후세에 알려지는 데 큰 이점이 있다. (…)   대체로 교수라는 사람이 취하는 축사용 사료는 반추 동물에 가장 적합하다. 반면에 자연의 손으로 직접 자기 먹이를 잡는 사람은 야외 생활이 더 어울린다. (331)    문자와 인쇄 기술이 없다면 인간의 지식이 얼마나 형편없겠는가! 도서관만이 인류의 확실하고 영속적인 기억이며, 인류 개개인은 모두 매우 한정되고 불완전한 지식을 지닐 뿐이다. (331)    말이 나온 김에 언급하면, 애국심은 학문의 영역에서 세력을 얻으려고 한다면 내던져 버려야 하는 지저분한 녀석이다. (334)    그렇지만 대학생이 되면 군 복무를 면제받아야 한다. 그로써 대학에 다니면서 학자라는 명성에 수여된 최초의 훈장을 받는 셈이다. 대학생은 일 년 또는 그 이상 동안 자신의 직업과 이질적인 군인 신분이 되어 망가지는 대신 아무 걱정 없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 대학생의 군 복무를 면제해준다고 해서 군대가 해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그로 인해 나쁜 의사, 나쁜 변호사와 판사, 무식한 교사와 온갖 종류의 사기꾼의 수는 줄어들 것이다. 모든 면에서 군 생활이 미래의 학자를 타락시키는 작용을 하리라는 사실은 그만큼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335) 제10장 스스로 사고하기   아무리 많은 지식이라도 자신의 사고思考로 철저히 다듬은 지식이 아니라면 양은 훨씬 적어도 다양하게 숙고한 지식만큼 가지가 없다. 알고 있는 지식을 모든 방면으로 조합하고, 모든 진리를 다른 진리와 비교해서야 비로소 자신의 지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하고, 그 지식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알고 있는 것만 면밀히 숙고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 그런데 이 중에서 면밀히 숙고한 것만 정말로 안다고 할 수 있다. (337)    학자란 책을 많이 읽은 자들이다. 사상가, 천재, 세상 사람을 깨우쳐 주는 자, 인류의 후원자는 직접 세상이라는 책을 읽은 사람을 말한다. (338)    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기본 사상에만 진리와 생명이 깃든다. 우리가 제대로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독서로 얻은 남의 생각은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이나 남이 입다가 버린 옷에 불과하다. (339)    우리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생각과 책에서 읽은 남의 생각의 관계는 마치 봄에 꽃이 피어나는 식물과 돌멩이 속에 든 태곳적 식물의 화석의 관계와 같다. (339)    독서는 스스로 사고하기의 단순한 대용품에 불과하다. (…) 독자적 사고를 하고,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올바로 생각하는 사람은 올바른 길을 발견하는 나침반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사고의 샘이 막혀 버렸을 때만 독서를 해야 한다. 가장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라도 가끔 그런 경우가 충분히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달리 책을 손에 들기 위해 원초적 힘을 지닌 자신의 생각을 쫓아 버리는 것은 성령에 죄짓는 일이다. 그런 사람은 말린 식물 표본을 보려고 또는 동판화 속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려고 야외에서 도망치는 사람과 같다. (339)    스스로 사고해서 알아낸 지식은 책에서 거저 얻은 것에 비해 100배는 더 가치 있다. (339)    단순히 습득한 진리는 마치 의수나 의족, 의치, 밀랍으로 만든 코나 기껏해야 남의 살로 성형 수술한 코처럼 우리 몸에 그냥 붙어 있기만 할 뿐이지만, 스스로 사고하여 얻은 진리는 자연스러운 수족과 같으므로, 그것만이 정말로 우리 것이다. (340)    독서로 일생을 보내고 여러 가지 책에서 지혜를 얻은 사람은 여행 안내서를 잔뜩 읽고 어느 나라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얻은 사람과 같다. (…) 이와 반대로 일생을 사고하며 보낸 사람은 직접 그 나라에 갔다 온 사람과 같다. (341)    책에만 매달리는 평범한 철학자와 스스로 사고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역사 연구가와 목격자의 관계와 같다. 독자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사물에 대해 자신이 직접 파악한 것을 말한다. 그 때문에 독자적 사고를 하는 자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일치하는 점이 있다. 그들의 차이는 단지 입장이 다른 데서 생겨날 뿐이다. 그러나 입장이 다르지 않을 경우, 그들은 모두 똑같은 말을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객관적으로 파악한 것만 말하기 때문이다. (…) 반면에 책에만 매달리는 철학자는 이런저런 사람이 말하고 생각한 것이나,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이 반론한 것 등을 보고한다. 그는 그런 것을 비교하고 심사숙고하며 비판해 사물의 진리를 찾아내려 애쓴다. 이 점에서 그는 비판적 역사 연구가와 매우 비슷하다. (342)    스스로 사고하는 사람과 책에만 매달리는 철학자는 이미 말솜씨로 쉽게 식별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 사고하는 자는 진지하고 직접적이며 본래적 특징이 있고, 모든 사고나 표현에 독창성이 있다. 반면에 책에만 매달리는 철학자는 죄다 남의 손을 거친 것이고, 개념도 남의 것을 받아들인 것이기에 중고품을 잔뜩 모아 놓은 것과 같아서 복제품을 다시 복제한 것처럼 희미하고 흐릿하다. 그리고 틀에 박힌 진부한 상투어와 잘 통하는 유행어로 이루어진 문체는 직접 화폐를 주조하지 않아서 순전히 외국 동전만 쓰는 작은 나라와 같다. (343~344)    단순한 경험도 독서와 마찬가지로 사고를 대신하지 못한다. (344)    진정으로 능력 있는 모든 사람의 작품은 단호함과 확고함, 또 그런 사실에서 기인하는 분명하고 명확한 성격에 의해 다른 사람의 작품과 구별된다. (344)    제1급의 정신을 지닌 소유자들의 특징적인 자질은 모두 직접 판단을 내린다는 점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의견은 모두 그들 자신이 스스로 사고해 얻은 결과이며, 어디서나 말솜씨를 보더라도 그런 사실이 잘 드러난다. (344)    그러므로 진정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이런 점에서 군주와 같다. 그는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결정하며, 자신을 넘어서는 사람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의 판단은 군주의 결정처럼 자신의 절대적 권력에서 유래하며 자기 자신에게서 출발한다. (344)    일반적으로 사상가는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사고하는 사람과, 남을 위해 사고하는 자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전자의 사람들이 참된 사상가이며, 단어의 이중적 의미에서 스스로 사고하는 사람이다. 그들이야말로 참된 철학자다. 그들은 사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그들 생활의 즐거움과 행복은 바로 사고에 있기 때문이다. (346) 제11장 저술과 문체에 대하여   전적으로 오직 사안 그 자체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만 가치 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 위대한 인물의 가장 뛰어난 작품은 모두 아직 돈을 받지 않거나 극히 적은 원고료를 받고 글을 써야 할 때 나왔다. (348~349)    쓰는 글의 소재를 자신의 머리에서 직접 취하는 사람의 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350)    마지막에 한 말이 항상 옳은 말이고, 나중에 쓴 글은 모두 이전에 쓴 것을 개선한 글이며, 모든 변화가 진보라고 믿는 것만큼 큰 잘못은 없다. 사고하는 두뇌의 소유자, 올바른 판단을 하는 사람들, 진지하게 사안을 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예외에 불과하지만, 세상 어디서나 버러지 같은 인간이 일반적 규칙이다. 이런 사람은 전자의 사람들이 충분히 숙고해서 한 말을 언제나 자기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면서 열심히 애써 결국 개악시키고 만다. (351)    그러므로 우리는 될 수 있는 한 원래의 창작자, 창시자, 창안자의 작품이나, 적어도 전문 분야에서 정평 있는 대가의 작품을 읽어야 하며, 최신 내용이 담긴 책보다 차라리 중고 서적을 사는 편이 낫다. (352)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은 다른 책의 제목을 도용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첫째로 그것은 표절이고, 둘째로 저자에게 독창성이 전적으로 부족함을 가장 설득력 있게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책의 새로운 제목조차 생각해낼 능력이 없는 자가 새로운 내용을 담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을 모방하는 것, 즉 제목을 절반쯤 도용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행위이다. 예컨대 내가 『자연에서의 의지에 대하여』를 출간한 뒤 외르슈테드라는 자가 『자연에서의 정신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책을 낸 것과 같은 식이다. (352)    사상의 가치는 저자가 생각한 대상인 소재나, 소재의 가공인 형식에, 그러므로 저자가 생각한 것에 있다. (353)    소재를 중시하는 나쁜 경향에 빠진 연구는 작품의 공로가 엄연한 형식에서 비롯하는 분야, 그러므로 시 분야에서는 절대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이 된다. (355~356)    문체는 정신의 관상이다. 정신의 관상은 신체가 주는 인상 이상으로 진실하다. 타인의 문체를 모방하는 것은 가면을 쓰고 다니는 것과 같다. 가면은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생명이 없으므로 곧 식상하고 견딜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못 생겼다 해도 생기 있는 얼굴이 가면보다는 낫다. (364)    잔뜩 허세를 부리는 문체는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 사람들이 쓰는 언어는 국가의 관상이다. 언어는 그리스어에서부터 카리브해 연안의 언어에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365)    어떤 저술가의 정신적 저작물이 지닌 가치를 잠정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가 무엇에 대해 또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굳이 알 필요는 없고, 우선 그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고의 이런 방식, 그 사고의 이런 본질적인 성질과 일반적인 질의 정확한 복제물이 그의 문체다. 다시 말해 문체는 한 인간이 지닌 모든 사상의 형식적인 성질이다. 그러므로 문필가가 무엇에 대해 또 무엇을 생각하든 언제나 문체는 똑같아야 한다. 문체는 온갖 형태를 빚어내는 반죽과 비슷하다. 이때 무척 다양한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 (365)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게 글을 쓰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 반대로 중요한 사상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이해되지 않는 것이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 친근하게 여겨진다. 신비화는 그 속에 심오한 뜻이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큰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368)    단순함은 언제나 진리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천재의 특징이기도 했다. 문체는 사상의 아름다움을 보존한다. 사이비 사상가들의 경우에서처럼 문체를 통해 사상을 아름답게 꾸미려 해서는 안 된다. 문체는 사상의 단순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는다. 글이 불명료하고 조잡한 것은 생각이 흐릿하고 뒤죽박죽이기 때문이다. (369)    무언가 말할 가치가 있는 것을 지닌 자는 멋 부린 표현, 난해한 용어, 애매한 암시로 은폐할 필요가 없다. 그는 자신의 사상을 단순하고 명료하며 소박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그것의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다. (370)    평범한 언어를 사용하여 비범한 사상을 말하는 게 중요하다. (373)    멋 부려 글을 쓰는 자는 자신의 비천한 신분을 숨기고 혼동을 일으키려 요란하게 꾸미는 자와 같다. 진정한 신사는 아무리 허술한 복장으로 다녀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화려한 의상과 네 개의 핀으로 고정된 옷으로 천박한 사람임을 알 수 있듯이 멋 부린 문체로 평범한 두뇌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373)    표현이 모호하고 불명료한 문장은 언제 어디서나 정신적으로 매우 빈곤하다는 반증이다. 이처럼 표현이 모호하고 불명료한 것은 십중팔구는 사상이 불명료하기 때문이며, 사상이 불명료한 것은 다시 거의 언제나 사상의 근본적인 부적절, 모순, 즉 오류에서 기인한다. (374)    어떤 작용도 정도가 지나치면 대개 목표했던 것과 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언어 역시 사상을 파악하기 쉽게 해 주는 데 도움을 주긴 하지만, 그 효용도 어느 정도까지만 그러하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 지나치게 사용하다 보면 언어는 전달해야 할 사상을 다시 점점 모호하게 만든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문체의 임무이며 판단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쓸데없는 말은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테르는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라고 말한다. (374~375)    문필가는 온갖 장황한 표현과 끼워놓은 문구를 피해서, 읽는 수고를 할 보람이 없는 중요치 않은 언급을 피해야 한다. 문필가는 독자의 시간과 노력, 인내력을 낭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야 그의 글은 독자의 신뢰를 얻어 주의 깊게 읽을 가치가 있고, 수고하며 독서한 보람이 있을 것이다. 무의미한 문장을 덧붙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좋은 글이라도 문맥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생략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절반이 전체보다 낫다”라는 헤시오도스의 언급은 이런 점을 두고 하는 말이다. (375)    말인즉 문필가가 모든 것을 다 말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독자를 지루하게 만드는 비결은 모든 것을 다 말해 버리는 데 있다.” (볼테르 『인간론』) (375)    진리는 적나라할수록 더없이 아름답고, 그것이 주는 인상은 간단한 표현일수록 더욱 심오하다. (376)    건축술에서 지나친 장식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듯, 언어 예술에서도 모든 불필요한 수사적 장식, 쓸데없는 부연, 과잉 표현을 삼가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결한 문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필요 없는 덧칠은 불리하게 작용한다. 소박함은 더없는 숭고함과도 화합하므로 단순함과 소박함의 법칙은 모든 예술에 적용된다. (376)    모든 형식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내용 없는Geistlosigkeit 말을 받아들인다. (…) 좋은 두뇌의 소유자조차도 섣불리 소박해서는 안 된다. (…) 맨 모습이 아름다움의 예복이듯 소박함은 어디까지나 천재의 예복이다. (376)    문체는 주관적이어서는 안 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것과 정확히 똑같은 것을 독자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끔 문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381)    양복을 소홀히 하는 것이 자신이 속한 사회를 무시하는 행위이듯, 무성의하고 나쁜 날림 문체로 글을 쓰는 것은 독자를 모욕하고 무시하는 행위다. 그럴 경우 독자는 당연히 글을 읽지 않음으로써 처벌한다. (382)    인간은 한 번에 한 가지 생각만 명료하게 할 수 있다. 문장론의 이러한 으뜸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니 두서너 가지를 한꺼번에 생각하도록 독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독자에게 이러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작가가 있다. 그는 이런 목적으로 삽입문을 잘게 자른 주된 문장에 끼워 넣음으로써 독자를 쓸데없이 멋대로 혼란에 빠뜨린다. (384)    비유는 인식을 위한 강력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놀라우면서도 적절한 비유를 내세우는 것은 깊은 지성의 증거다. (386) 제12장 독서와 책에 대하여   “반복은 연구의 어머니다.” 중요한 책은 무엇이든 즉시 두 번 읽는 게 좋다. 그래야 사물의 맥락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끝을 알고 있으면 처음 부분을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두 번째 읽을 때는 어떤 대목도 처음과 다른 분위기와 기분을 느끼므로, 다른 인상을 받는다. 그것은 어떤 대상을 다른 각도로 보는 것과 같다. (395)    정신을 위한 청량제로는 옛 고전을 읽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고작 반 시간이라도 고전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 곧 생기가 나고 홀가분해지고 정화되고 고양되고 힘이 생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신선한 물을 마시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과 같다. (395~396)    두 가지 역사, 즉 정치의 역사와 문학과 예술의 역사가 있다. 전자는 의지의 역사이고, 후자는 지성의 역사다. 정치의 역사는 대개 불안과 두려움을 일으킨다. 다시 말해 정치사는 말할 수 없는 불안과 곤궁, 사기, 끔찍한 살인으로 가득 차 있다. 이에 반해 문예사는 잘못된 길을 헤매는 경우조차 고독한 지성처럼 어느 부분이나 즐겁고 명랑하다. 문예사의 주요 분야는 철학의 역사다. 사실 철학사는 다른 역사에까지 울려 퍼져, 거기서도 밑바탕에서 견해를 이끌어가는 기본 저음이다. 다시 말해 철학사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철학은 잘 이해하면 가장 강력한 현세적인 권력이기도 하지만 그 영향은 매우 서서히 나타난다. (396) 제13장 논리학과 변증술에 대하여   어떤 이론적 주제를 두고 벌이는 논쟁Kontroverse, Disputieren은 그것에 참여한 두 당사자에게 의심할 여지없이 매우 유익할 수 있다. 논쟁은 그들의 생각을 수정하거나 확인하여, 또한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자극하기도 한다. 논쟁은 종종 불꽃을 일으키는 두 정신의 마찰 또는 충돌이다. (…) 이와 관련하여 두 논쟁 당사자가 최소한 지식 뿐만 아니라 지성Geist과 지적 민첩성Gewandtheit 면에서 서로 어느 정도 필적할 만한 상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402)    무엇보다도 학자는 배움이 없는 자들과는 논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 논거를 이해하고 숙고할 지식이 부족한 자에 맞서 최상의 논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402)    지성이 떨어지는 사람들과 논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두 번째 규칙이다. (403)    일반적으로 화제의 전환은 부정직한 논쟁자들이 대체로 본능적으로 이용하는 모든 술수 중 가장 인기 있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술수다. 그리고 그들이 난관에 봉착하자마자 거의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410) 제14장 신화에 관한 몇 가지 고찰    다른 무엇보다도 그리스인들의 신화는 예로부터 알레고리적 해석을 위한 소재를 제공했다. 그 신화는 거의 모든 근본 사상을 시각화하기 위한 도식, 그러니까 실은 그 자체로 언제 어디서나 두루 빛나는 모든 사물과 상황의 원형을 어느 정도 포함함으로써 그런 해석으로 초대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신화는 엄밀히 말하자면 만물을 의인화하려는 그리스인들의 유희 충동에서 생겨났다. (412~413)    신화에서 크로노스(시간)가 돌멩이를 집어삼키고 소화하는 것은 근거와 의미가 없지 않다. 다른 방법으로는 결코 소화할 수 없는 것들인 온갖 슬픔, 분노, 상실, 모욕은 시간만이 소화하기 때문이다. (420) 제15장 심리학적 소견   모든 동물, 특히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의지와 지성 사이에 얼마간의 적합성과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연이 이 적합성과 균형을 더 정확하고 더 올바르게 맞출수록 인간은 더 쉽고 더 확실하고 더 쾌적하게 이 세상을 헤쳐나갈 것이다. 사실 올바른 균형점에 단순히 가까워지는 것만으로 이미 그는 파멸을 피하기에 충분하다. (…) 지성의 사명은 의지의 발걸음의 등불이자 안내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의지의 내적 충동이 격렬하고 충동적이고 격정적일수록 그것에 부속된 지성은 그런 만큼 완전하고 명석해야 한다. 그것은 격렬한 의욕이나 분투, 이글거리는 열정, 광포한 격정에 미혹되거나 거기에 휩쓸려 무분별과 오류, 파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다. 의지가 격렬한데 지성이 매우 미약한 경우 이 모든 일은 불가피할 것이다. (423)    반면에 점액질의 성격은, 그러므로 미약하고 흐릿한 의지는 미미한 지성으로도 헤쳐 가며 살아갈 수 있다. 즉 미약한 의지는 미미한 지성을 필요로 한다. (…) 지성이 비정상으로 강렬하고 과도하게 발달하고, 그로 인해 완전히 균형을 잃을 만큼 지성이 의지를 압도하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천재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긴 하지만, 인생의 필요와 목적을 위해서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그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 천재란, (…) 기본적으로는 과잉에 의한 기형이다. 이와 반대로 지성이 없는 열정적이고 격렬한 인간, 뇌가 없는 광포한 자는 결여에 의한 기형과 같다. (423~424)    모든 생물의 가장 내적인 핵심을 이루는 삶에의 의지는 가장 고등 동물들, 즉 가장 영리한 동물들에게서 가장 덜 가려지고, 그 본질에 따라 가장 명료하게 목격되고 관찰된다. (…) 그러므로 인간의 경우 의지는 흥분과 열정이 폭발할 때만 숨김없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열정은 어떤 종류의 것이든 상관없이 발휘될 때마다 언제나 신뢰를 받으며, 또 그래야 마땅하다. 열정이 시인의 주된 테마이고 배우의 핵심 전시품인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424)    세상에는 거짓말하는 존재가 딱 하나 있다. 바로 인간이다. (425)    마음이 불안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 신체는 두뇌의 공간적 직관 속에 나타나는 의지 그 자체에 불과하다. (425~426)    우리가 단순히 습관에서 하는 행위는 본래 개개의 개인적 동기, 특별히 이 경우를 위해 작용하는 동기 없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우리가 그 경우 사실상 그 행위를 생각하지 않는 이유이다. 습관이 된 모든 행위의 최초의 실례들에 처음에는 하나의 동기가 있었다. 그 동기의 이차적인 여파가 지금의 습관이며, 더구나 그 습관은 행위를 지속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는 충격으로 움직이는 물체가 그 운동을 지속하기 위해 더 이상 새로운 충격은 필요 없고, 방해만 없다면 영원히 계속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426~427)    삶에의 의지가 바로 인간의 본질이다. (427)    죽은 뒤에도 자신을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누구나 품는 소망, 그리고 포부가 대단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점점 심해져 사후의 명성까지 추구하게 되는 소망은 삶에 대한 집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현존 가능성이 차단되었다고 생각하면, 이제 유일하게 현존하는, 비록 관념적인 것에 지나진 않긴 하지만, 그림자를 붙잡으려 하는 것이다. (427)    우리가 관계 맺으며 행하는 모든 일에서 우리는 다소간 끝이 다가오기를 바라고, 조급하게 끝내려고 하며, 끝이 나면 기뻐한다. 다만 전반적 끝, 모든 끝의 끝만큼은 대체로 되도록 멀리 있기를 바란다. (427)    모든 이별은 죽음을 미리 맛보게 해 준다. 그리고 모든 재회는 부활을 미리 맛보게 해 준다. (427)    희망 없는 불운이 신속한 치명적 일격과 비슷하다면, 끊임없이 좌절되면서도 거듭 되살아난 희망은 고문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유형과 비슷하다. (429)    희망에 의해 버림받은 자는 누구든 공포에 의해서도 버림받는다. 이것이 ‘절망적’이라는 뜻의 표현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믿고,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믿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 본성의 자비롭고 완화시키는 특성이 거듭되는 운명의 가혹한 타격에 뿌리 뽑혀, 심지어 그가 거꾸로 자신이 바라보지 않는 일이 일어날 것으로 믿고, 자신이 바라는 일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거라고 굳게 믿는 데까지 이르면, 이것이 바로 ‘절망’이라고 불리는 상태다. (429)    모든 유럽 언어에서 인간 개인을 지칭하기 위해 ‘퍼슨person’이라는 단어를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적절하다. 왜냐하면 ‘페르소나persona’는 사실 배우의 가면을 의미하는데, 물론 아무도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각자 가면을 쓰고 어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430)    인내patientia는, 특히 스페인어 ‘sufrimiento’는 ‘당해서 괴롭다leiden’는 의미에 기초해 이름이 붙여졌는데, 이 인내는 정신의 능동성의 반대인 수동성을 띠고 있다. (…) 인내는 점액질의 사람들, 또한 정신적으로 나태한 사람, 또는 정신이 빈약한 사람, 그리고 여성들의 타고난 미덕이다. 그럼에도 이 미덕이 대단히 유익하고 필요하다는 것은 이 세계의 서글픈 속성을 암시한다. (432)    불쾌Verdrieβlichkiet와 멜랑콜리Melancholi(우울)는 꽤 멀이 떨어져 있다. 즉 쾌활에서 우울까지의 거리는 불쾌에서 우울까지의 거리보다 훨씬 가깝다.   멜랑콜리는 끌어당기지만, 불쾌는 밀어낸다.   건강염려증Hypochondrie은 이유 없이 현재의 일에 대한 불만과 분노로, 또 인위적으로 생각해 낸 미래의 불행에 대한 근거 없는 불안감으로뿐만 아니라, 과거의 우리 자신의 행위에 대한 부당한 비난으로도 우리를 괴롭힌다.건강염려증의 가장 직접적인 작용은 화를 내거나 걱정할 거리가 어디 없는지 끊임없이 찾아다니고 애써 생각하는 것이다. 그 원인은 내부의 병적인 불쾌감인데, 거기에다 기질에서 오는 내적 불안이 가끔 더해지기도 한다. 이 두 가지가 최고도에 이르면 자살로 치닫는다. (433)    분노는 즉시 그 계기를 엄청나게 확대하고 왜곡시키는 현혹을 만들어 낸다. 이 현혹은 이제 다시 분노를 높이고, 높아진 이 분노 자체에 의해 그 현혹이 다시 커진다. 이런 식으로 계속 상호 작용이 고조되다가 마침내 분노가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활달한 사람들은 화가 나기 시작하는 즉시, 먼저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 눈앞의 그 사건을 머리에서 내쫓도록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 시간쯤 지나서 돌이켜 보면 이 일이 어느새 그다지 고약하지 않은 것으로, 어쩌면 이내 하찮은 일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434)    증오는 마음의 문제지만, 경멸은 머리의 문제다. (434)    이성은 예언자로도 불릴 만하다. 즉 이성은 우리의 현재 행동에 대한 미래의 결과이자 작용으로서 미래 전망을 우리 앞에 제시한다. 바로 그런 까닭에 이성은 우리가 쾌락의 욕구나 분노의 폭발, 또는 탐욕심이 미래에 우리가 분명 후회하게 될 일을 하도록 잘못 이끌려고 할 때 우리를 제어하기에 적합하다. (436)    우리 개개인의 삶의 과정과 사건들은 그 진정한 의미와 맥락을 고려해 볼 때 비교적 조악한 모자이크 작품에 비유할 수 있다. 이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서 서 있는 한 우리는 묘사된 대상들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고, 그것들의 중요성도 아름다움도 지각하지 못한다. 이 두 가지는 약간 떨어져서 봐야 모습을 드러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사건들의 진정한 연관성을, 종종 그것들이 일어나는 동안이나 그 직후에는 이해하지 못하고 상당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한다. (436~437)    우리는 현재의 사건과 인물들의 중요성을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그것들이 과거의 것이 되어서야 비로소 기억과 이야기, 묘사에 의해 거론되어, 그것들의 중요성이 드러나게 된다. (437 아래 각주165)    우리는 종종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 때로는 심지어 우리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조차,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적절한 빛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처럼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437)    인간의 행복한 상태라는 것은 대체로 일종의 나무숲과 같다. 멀리서 보면 무척 아름다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 아름다움은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그 아름다움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나무들 사이에 우두커니 서 있다. 우리가 너무나 자주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부러워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437)    우리는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낯선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다. 그런데 낯선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자신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한 객관성의 조건이다. (…) 이것은 온갖 결점을 객관적으로 순수하고 가감 없이 지각하기 위해 요구되는 시선이다. 그렇게 해야만 무엇보다 자신의 모습이 충실하고 진실되게 나타난다. (438)    인간이라는 종 일반이 갖는 특성 이상의 특성을 갖지 못하는 사람은 비속한 인간gemeiner Mensch이다. 평범한 인간gewöhnlicher Mensch이라는 표현은 훨씬 부드러운 표현으로 지적인 면을 겨냥하는 반면, 비속한 인간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도덕적인 면과 관계가 있다. (441~442)    동물에게는 종속種屬의 특성만 있을 뿐, 실제로 개성이라는 특성을 가진 존재는 인간뿐이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사실상 개성적인 면이 매우 희박할 뿐이다. 이들은 거의 완전히 종Klasse에 따라서 분류될 수 있다. 이들은 견본인 셈이다. 이들의 의욕과 생각은 얼굴 생김새와 마찬가지로 종 전체의 의욕과 사고이고, 어쨌든 그들이 속한 인간이라는 종의 그것이다. 따라서 바로 그 때문에 진부하고 평범하며, 비속하고 흔해 빠진 부류다. (442)    종에서만 인간의 본질과 현존만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이 평범함의 저주는 인간을 동물과 가깝게 자리매김한다. (442)    사물 자체인 의지는 모든 존재의 공통된 소재이고, 사물들의 일반적인 요소다. 따라서 우리는 이 의지를 모든 사람, 그리고 각 개인과 공유하고 있고, 동물들, 심지어 더 아래쪽에 위치하는 존재들과도 공유하고 있다. 모든 만물이 의지로 가득 차 있고 그것으로 충만해 있는 한, 의지 그 자체라는 점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와도 동일하다. 다른 한편으로 존재를 존재 이상으로 높여 주고, 인간을 인간 이상으로 높여 주는 것은 인식이다. 그 때문에 우리의 표현은 되도록 인식에 한정되어야 하고, 인식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왜냐하면 전적으로 공통된 것das Gemeinsame으로서의 의지는 사실 비속한 것das Germeine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지의 격렬한 표출은 모두 비속하다. 즉 이는 우리를 종속種屬의 단순한 실례이자 표본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는 사실 종속의 성격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분노, 제어하기 어려운 기쁨, 모든 증오나 공포, 요컨대 모든 흥분Affekt, 의지의 온갖 움직임은 비속하다. 의지가 너무 강렬해져 의식 속에서 인식을 압도하고, 인간을 인식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의욕하는 존재로서 나타나게 하는 경우 그것은 비속하다. 그러한 흥분에 몸을 내맡기는 경우에는 아무리 위대한 천재라도 가장 비속한 인간과 똑같아진다. (443)    우리는 타인에게 얼굴만 보여 주고 생식기는 숨기듯이, 인식만 보여 주고 의지는 숨겨야 한다. 의지도 생식기도 모두 우리의 존재의 뿌리이긴 하지만, 겉으로 내보이면 안 되는 것이다. 즉, 이를 어기면 비속해지는 죄를 면할 수 없다. (443)    ‘지혜’는 내 생각에 단순히 이론적인 완전성뿐 아니라 실천적인 완전성도 나타내는 말인 것 같다. 나는 지혜를 사물 전반에 대한 완전하고 올바른 인식, 즉 사람에게 완전히 스며들어 어디서나 그의 행동을 이끄는 관계로 이제 행동에서도 드러나는 인식이라고 정의하겠다. (446)    인간 내부의 모든 근원적인 것, 따라서 진정한 것은 그 자체로서 자연의 여러 힘처럼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 의식을 통과한 것은  바로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의 표상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그 의식의 표현은 얼마쯤은 어떤 표상의 전달이다. 그에 따라서 성격과 정신의 진정하고 순수한 모든 특성은 모두 본래 무의식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무의식적인 것이기에 그 특성들은 깊은 감명을 준다. (446)    위대하고 뛰어난 특성Eigenschaft을 지닌 사람들은 자신의 결점이나 약점을 인정하는 것이나, 또는 이것들을 보여 주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들은 그런 것들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으로 간주하거나, 또는 그런 약점이 자신들에게 수치로 작용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약점을 명예롭게 해 준다고 간주한다. (447)    능력이 평범한 자들의 겸손은 단순한 정직에 지나지 않지만, 재능이 뛰어난 자들의 겸손은 위선이다. 그러므로 재능 있는 사람이 당당히 자신감을 드러내고 비범한 능력을 숨김없이 의식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의 겸손이 그런 것처럼 예의 바른 태도이다. (447)    의사는 인간의 모든 약한 점을 보고, 법률가는 인간의 모든 악한 점을, 신학자는 인간의 모든 어리석음을 본다. (448~449)    크게 보였던 것은 단지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이다. (450)    기쁨과 슬픔은 표상이 아니라 의지의 흥분 상태Affektion라서 기억의 범위 내에 있지 않다. 그래서 그러한 감정들 자체를 다시 불러들여 새로이 맛보는 일은 불가능하며, 그것들과 동반된 표상들만 다시 떠올릴 수 있을 뿐이다. (…) 이렇듯 기쁨과 슬픔에 대한 우리의 기억은 언제나 불완전하며, 그것들은 지나가 버리면 우리와 무관한 일이 된다. (…) 고락苦樂의 진정한 본질은 의지 속에 들어 있지만, 의지는 원래 그 자체로 기억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억은 지성의 한 기능이고, 지성은 본성상 단순한 표상 이상의 것을 제공하거나 포함하지 않는다. (450~451)    기억의 경우 배운 것의 혼란과 뒤죽박죽이 걱정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가득 채웠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많은 것을 배웠다고 기억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이는 마치 모래를 가지고 계속해서 여러 가지 형태들을 만든다고 해서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는 모래의 능력이 줄어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의미에서 기억은 끝이 없는 것이다. (451)    단순한 개념보다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기억 속에 더 확고히 자리 잡는다. 그래서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언어를 더 쉽게 배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들은 사물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새로운 단어와 즉시 결부시키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언어에 있는 같은 의미의 단어를 그것과 결부시키기 때문이다. (452)    기억 속에 단단히 새겨 놓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직접적으로든, 또는 실례나 단순한 비유 또는 유사한 것 등으로서, 되도록 구체적인 것으로 바꾸어 생각하는 것이 좋다. 모든 구체적인 것은 단지 추상적으로 생각한 것이나 단순히 말 이상으로 훨씬 더 단단히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읽은 것보다 경험한 것을 훨씬 더 잘 보존한다. (453)    노인의 추억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욱 또렷해지고,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희미해진다. 결국 눈과 마찬가지로 기억도 원시遠視가 되어 버린다. (453)    섬망은 직관을 왜곡하고, 광기는 사고를 왜곡한다. (454)    대화를 활발히 나눌 때 흔히 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몸짓은 하나의 고유한 언어이고, 게다가 말에 의한 언어 이상으로 훨씬 보편적인 언어다. (457)    안정된, 일반적으로 준수되는 몸짓의 형식은 딱히 협의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이고 원래적인 것이다. 그 몸짓이 모방과 습관으로 고정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진정한 자연 언어다. 몸짓에 대한 보다 정확한 연구는 주지하다시피 배우에게 꼭 필요하며, 좀 더 제한된 범위에서 보자면, 대중 연설가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연구의 주안점은 관찰과 모방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몸짓의 문제는 추상적 규칙으로 환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458) 제16장 여성에 대하여 제17장 교육에 대하여 제18장 관상론 제19장 소음과 잡음에 대하여   소음은 우리 자신의 사고를 중단시키므로, 즉 파괴하므로 모든 중단 행위 가운데 가장 뻔뻔스러운 것이다. (493) 제20장 비유, 파라벨, 우화   어떤 인간에게 실천되지 않고 다만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지혜는 색과 향기로 다른 식물을 흥겹게 하지만 열매를 맺지 않고 떨어지는 장미와 같다. 가시 없는 장미는 없지만, 장미 없는 가시는 많이 있다. (498)    인간의 공허함과 단조로움으로부터 생겨나는 사교에 대한 욕구는 인간을 한 덩어리가 되게 한다. 그러나 그들은 불쾌감과 반발심으로 인해 다시 떨어진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들은 서로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간격을 발견했다. 그것이 바로 정중함과 예의다. (503)    내적인 따뜻함이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고통과 괴로움을 주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통과 괴로움을 받지 않으려고 사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를 좋아한다. (503) 제21장 몇 편의 시 피날레 쇼펜하우어 나는 이제 여정의 목적지에 지쳐 서 있네.지친 머리는 월계관을 쓰고 있기도 힘들구나.그래도 내가 했던 일을 기쁘게 돌아보는 것은,누가 뭐라 하든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라(1856) (위 시에 대한 니체의 응답시) 그가 가르친 것은 지나갔으나,그가 살았던 것은 남으리라.이 사람을 보라!그는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았노라!(1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