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지리산 가다
산이라는 곳을 자주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신문지
한 장을 들고 오르라 해도 힘든 것인데, 남한에서는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인 지리산 천왕봉(1,915 M)
정상을 탈환한다는 것에 애초부터 쉽게 생각하지 않
은 나였다 하여도, 다녀오고 나서 거짓 보템 도 없이
초죽음 상태였었다. 는 말을 먼저 하고 싶네요.
부평 에서 사당으로 야간 관광버스를 타고 갈 때만 해도 그랬습
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누구나 일탈을 꿈 꿔 왔기에,
이렇게 야반도주 하듯 내리기 시작 한 어둠이 오히려
더 친근감이 들면서, 두런두런 옆 자리에서 들려오는
세상사는 이야기를 귓등으로 들으면서, 달리는 버스의
편안한 진동을 느끼며 스스름 잠이 들었습니다.
세상사.
밖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편안하지 않겠지만, 이렇
게 선후배님들과 함께 떠날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작은
행복이라는 것을 펜데믹 시절을 거치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지요. 그래요. 작은 행복이나마 있기에 이 험난한
세상을 지탱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북이 산악회 113차 산행은 무박 2일 지리산 천왕봉이
되겠습니다. 그래도 거북이 산악회가 지리산 천왕봉 코
스를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로 잡은 것은, 그나마 유일
하게 천왕봉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최단 코스
이기 때문입니다. 집행부의 보이지 않는 작은 배려이기
도 합니다.
불빛을 멀리하고 어둠이 스멀스멀 자리하고 있는 중산
주차장에는, 이미 고향이나 타 시도에서 오신 선후배님
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습니다. 이렇게 야밤중에 우리가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더 무게가 실리더라구요. 수많은
밤을 함께 보낸 전례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준비된 그날 행사의 어려움은 아직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시간이 새벽 3시는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34명의
거북이들은 옷 매무새를 단단히 하고 이런저런 준비된
물품들을 점검하고는 보이지 않는 그곳을 향해 서서히
동력을 넣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흥분되데요. 누구나
잠들어 있을 시간에 이렇게 산을 탄다는 것에서 유아기
시절 집에 안 드가고 엉뚱한 짓을 했던 생각에......
그래도 처음에는 중산 두류 생태탐방로를 따라 걸으며,
도열하듯 피어나고 자리한 나무들과 식물들의 사이를
걷는 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어설픈
것 같지만 아기자기한 돌계단을 오르는 것도 그리했고,
조금씩 뿌였게 밝아오는 새벽에 내리는 새벽안개와도
같은 여우비가 전등 앞으로 휘날리는 것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앞날에 지옥이 보장되었다는 것은 모르
고 있었습니다. 중산리에서 칼바위까지는 워밍업 구간
이었고, 그다음부터 천왕봉까지의 서너 시간은 초인적
인 인내를 감내해야 된다는 것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에는 다람쥐가 노니는 어여쁜
모습도 보였지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때에는 지고 있던 배낭 가방이 저승사자였습니다.
다람쥐가 뭔가를 열심히 갉아 먹는 것도 그랬고, 어
디에선가 들여오는 익숙한 소리. 물소리도 내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그런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앞 사람 뒤꽁무니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된다는 것 하나였습니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르지 못하는 뫼는 없다. 는
누군가의 말이 없어도 드디어 다섯 시간 고생 끝에
놓여 있는 것은 말로만 듣던 그 천왕봉이었습니다.
거대한 바위가 하늘을 받치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서쪽 암벽에는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라는 의미로,
‘천주’라는 음각 글자도 있습니다.
그동안 자고 있던 핸드폰을 깨워, 물안개처럼 피어난
아니, 구름에 떠 있는 산봉우리들을 보면서, ‘우리가
해 냈다‘. 장하다. 하면서 포즈 잡기에 나섭니다.
산의 바다와 손닿을 듯이 가까운 하늘이 있는 곳.
비록 그 유명한 지리산 해돋이는 보지 못한다 해도,
이곳에 발자취를 남길 수 있기에 행복했다는 것을...
“먹어는 봤나?”
하늘을 모자처럼 눌러쓰고, 새하얀 포말을 그리 듯
구름사이로 산봉우리들이 떠있는 무릉도원 물안개를
바라보며, 동녘이 밝아 오던 그 날 같이 함께 먹던
그 아침 겸 점심을..... 내가 씹고 있던 것은 세월이
요, 내가 삼킨 것은 영양제였다는 것을......
그리고, 하산 길의 그 어려움은 넉 아웃 되기 십상
이었고 몇 명은 그리 되었지만, 같은 거북이들이 보
듬고 어우르며 정말 힘들게 하행을 맡이게 되었지만,
하행 길 중간에서 만난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우리들 모두를 잠시 쉬어가게 하는 보약 같은 존재
였다. 는 것을 끝으로 전해주고 싶네요.
운영진이나 멀리서 온 선후배님들. 모두모두 굉장히
힘든 하루였기에 두고두고 이야기꺼리가 되리라 믿
습니다. 정말 다시 가라 해도 고개를 좌우로 젖고 싶
은 곳이었지만, 다녀오고 나니 성취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팽배한 곳이었습니다.
‘동강’ 래프팅에서 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거북이 산악회 홍보 기핵 국장 최 홍순
첫댓글 담은 설악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