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실제 대화에서 쉽게 쓸 수 있는 공감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약간 공식화해서 기억해 놓으시고 연습하시면 잘 들어주는 따뜻한 인간으로 소문나실 수 있습니다.
자 먼저 '공감'을 이루기 위해서는 딱 2가지만 하면 됩니다.
'경청'과 '인정'입니다.
경청은 상대의 말을 정말정말 열심히 들어서 상대의 '상황', '감정', '저의', '목표', '방향' 등등을 파악해 내는 기술입니다.
인정은 경청해서 확인한 정보 하나하나를 말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다음 까페니까 다음 웹툰에서 그냥 하나 가져왔습니다.
자 저 노란 병아리 같은 캐릭터의 말을 들었습니다.
경청을 하고 싶다면 우리는 저 말에서 다음과 같은 것을 파악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황 : 뭔가를 만들다가 설탕과 바가지에 들어 있는 것이 많이 남았다. 사과는 다 썼다.
감정 : 한쪽에 흐르는 땀, 대사에 나오는... 등을 고려할 때 곤란함을 겪고 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저의 : '어쩐다냐...'라는 말에서 바가지에 들어 있는 무언가를 처리하고 싶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표 : 노란 병아리 캐릭터는 이 말을 함으로써 주황색 캐릭터에게 '처리할 방법을 같이 고민하거나, 네가 해결해달라.'라는 부탁을 하고자 한다.
이 파악은 절대 정답이 없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정답은 상대방만 아는데 나는 그 정확한 정답을 알 방법이 없습니다.
주변 상황과 대화의 흐름, 얼굴 표정과 어투 등등을 자세하게 파악해서 이렇게 추정하는 것이죠.
대화를 열심히 들었고 그 사람의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고, 내 경험이 풍부할수록 정답에 가까워 질 뿐이죠.
그러니까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 했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파악한 것에서 공감을 할 수 있으니까요.
자 그러면 이제 공감을 해 봅시다.
파악해서 분류해낸 것들을 인정해주면 그것이 공감이라고 했습니다.
상황 : '정말 많이 남았네.'
감정 : '남아서 곤란하구나.'
저의 : '이걸 처리해야겠구나.'
목표 : '같이 고민해보자.', '내가 해결할게.'
파악하고 나니까 공감자체는 너무 쉽죠?
너무 간단하고 쉬운 것 아니냐고요?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는 이걸 쉽게 못 합니다.
대부분 아래와 같이 대답하게되죠.
상황 : '어 괜찮아.'
감정 : '고민하지마.'
저의 : '놔둬도 괜찮아.'
목표 : '나중에 처리할게.'
어때요. 모두 평범하게 자주 하는 말이죠?
그런데 이런 말들은 각각을 전혀 인정, 존중, 긍정해주지 않은 말들이에요.
이건 공감을 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에 '여자는 위로를 원하는데 남자는 해결하려고 한다.'라는 말이 올라옵니다.
여자가 대화를 건 목적이 위로인데, 남자가 경청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해석해서 문제를 없애버리려는 상황이 반복되죠.
남자는 '아니 문제가 해결되면 고민도 없어질 건데 왜 불만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죠.
위 상황과 비슷합니다.
실제로는 저 노란 병아리분이 걱정할 것이 아니고, 남은 것을 처리하려고 하면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죠.
그렇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공감하는 것은 다른 것이죠.
문제는 해결되어도 저런 반응을 했을 때 노란병아리분이 '공감받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할 것입니다.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의 극단적인 예가 있습니다.
답정너라는 단어이지요.
'답은 정해놨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전형적인 답정너이지요.
이걸 보고 어떤 감정이 먼저 치솟아 오르시나요?
'정답은 알지만 대답해주기 싫다.'에 가깝죠.
대답해주면 지는 것 같거든요.
그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심리적 작용이 답정너에게 원하는 대답을 해주기 싫게 만듭니다.
위의 만화의 경우도 극단화해서 보면 답정너예요.
'난 잘 모르겠지만 당장 해결할 방법을 이야기해보자.'라는 답을 원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요.
놔두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런 상황이 짜증 나겠죠.
그래서 '정답은 알지만 대답해주지 않게'됩니다.
많은 경우에 이렇게 대화가 흘러가버리고, 공감은 사라지고, 관계는 멀어지죠.
그래서 정말 '공감'을 하려면 나의 문제 해결 방식을 잠시 놔둬야 합니다.
먼저 '인정'해주고 그다음에 천천히 문제를 해결해봐야 하죠.
피곤하고, 힘든 과정입니다.
에너지 소비가 상당해요.
'꼰대'들의 '라테는 말이야~'가 절대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도 '공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상황에 맞게 자신의 예를 적용했다고 해도, 저 말이 들어가는 순간 상대의 어떤 것을 인정해주는 것일 수 없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꼰대들에게는 이 말이 너무나도 편하니까, 계속하게 되겠죠.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가능해집니다.
가족들에게 먼저 시도해보세요!
연말에 어디 갈 생각하지 말고 가족과, 친구와 통화로 공감하는 연습해봅시다.
언제 선별진료소 근무하다 얼어죽을 뻔...
즐거운 연말보내세요!
첫댓글 요즘 시대에 핫한 이슈인 문제의 공감능력ㅋㅋㅋㅋㅋ
공감능력은 유아기~청소년기 시절까지 부모와의 애정교류로 형성되는 면이 절대적이라는 글을 어디서 읽었는데, 사실인가요?
그런 것도 있는데, 습관도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 공감한 이후에 문제를 처리하는 습관이라고 해야 할까요? 유아~청소년기에 애정교류가 적으면 문제해결에 급급한 삶을 살았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공감이 필요하다는 생각 자체가 안 들어버리니까 습관 형성이 안되겠죠. 이게 홀로 쭉 살아갈 수 있으면 문제가 아닌데 결국은 대인관계에서 부딪치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으니 문제가 되고요.
정신과에서 대부분의 것에서 어렸을 때를 중요시 여기는 것이, 어려서 습관이 형성되면 성인이 되었을 때는 이미 10여년을 그 습관으로 살았다는 것이잖아요? 10여년을 공감을 해보던 사람과 안 해보던 사람은 그 부분에서는 거의 다른 생물이에요. 그렇지만 앞으로 그 기간만큼, 도움을 받고 집중해서 배우고 연습하면 또 따라잡을 수 있겠죠. 그런데 성인이 되면 그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도 많아버리니 어려워서, 어렸을 때 안 해 놓으면 어렵다고 하는 것이죠. 그렇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분명히 변화할 수 있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는 모르니까 현재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아빠나무 절친들때문에 에전부터 궁금했던 점이었는데 아주 설명을 명쾌하게 해주시는군요!
실은 절친들 몇몇이 어려서부터 강도 높은 가정폭력에 노출되서 큰 친구들인데ㅠㅠ 이 친구들이 어렸을적부터 조숙했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바로 옆에서 보기엔 철이 엄청나게 빨리 들어보였습니다. 워낙 철 없던 걸로 자타 유명했던 제 입장에서 와 대단하다~! 이렇게 많이 느꼈었는데, 문제는 이 친구들이 다 크고나서 보니까 뭐가 되게 이상한겁니다... 나이 고작 30살밖에 안 먹은 놈이 갑자기 60살 먹은 할아버지꼰대가 되버린 느낌? 늘 비관적이고, 지가 아는게 세상 절대법칙 전부이고, 사람 가르치려드는 꼰대짓까지 어휴 싶었는데, 아빠나무님의 설명을 들으니 이 증상들이 왜 그런지 이해가 가는군요. 아,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건 이 친구들 전부 공통사항에 해당합니다.
+ 역시 사람은 나이에 맞게 크는게 가장 좋은 것이라는걸 새삼 다시 배우고갑니다.
@그녀가가잖아-_- 그 나이대에 적절한 성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ㅎㅎ 이전에도 조금 나왔지만 발달과업이라는 것을 차근차근 해나가야하다니보니 사람 사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이죠. 그 분들은 그렇게 세상이 비관적인 것에 고정되어 버린 느낌이라 안타깝네요 ㅠ
오늘도 글하고 댓글 보고 느끼네요 ㅜㅜ 그나마 덜 친한 사람들에겐 내가 동조해야겠다, 해서 맞장구치고 공감할려고 할 때가 있지만, 친구들과 얘기할 때는 생각이 딱딱하다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고생이 말이 아니시네요 남은 연휴는 편히 쉬셨으면 ㅜ
편한 사람에게 더 열심히 공감해줘야 합니다 ㅎㅎ 배신감 느끼면 확 멀어질 수 있어서 ㅠ 연휴 잘 쉬세요!
역시 늦었다고 생각할 때 이미 늦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거기에 나머지는 추체험으로 어떻게든 가능한데, 쌓인 정보(경험이나 지식?)의 가짓수마저 부족하면 상황 파악부터가 난제가 되어버리고는 하네요. 좋은 분야든 나쁜 분야든 간에. 그래서 유소년기 경험의 다양성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그래도 더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ㅎㅎ 지난 과거는 어쩔 수 없잖아요 ㅎㅎ
아이구 연말에 고생하시네요ㅠㅠ
많이 친한 사이에 나는 누군가에게 상담을 요청할 때 공감보다는 문제해결을 바라는 타입이다. 하는 애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언행불일치...ㅎ... 네 해달라는 대로 해줬는데 뭐가 문제냐?! 해도 당사자는 자기가 뱉어놓은 말이 있으니 뭐라 하지도 못하고 끙끙거리다가 화내기 일쑤더군요... 사람 마음은 자기도 모르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사실 어쩌면, 다른 이유때문에 화가 난 걸지도 모릅니다.가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대부분 공감을 바랍니다 ㅋㅋ 문제 해결하는 방법은 다 알지만, 차마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인간이란게 공감받는 것에 목마른 경우가 많아서, 그냥 일단 공감해주면 좋아합니다 ㅋㅋ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12.26 19:1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0.12.27 09:34
평범한 삶이라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되는군요..
평범하기가 제일 어렵죠! 사실 공감을 잘 못해주는 것이 평균일 수도 있어요...
@아빠나무 앗!!그런건가요?? 그런 생각은 또 못해봤군용..
@루드비히 베크 가끔 드는 생각이, 사람들이 엄청 어려운 것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공감도 사실 엄청 어려운 기술이라서... 꼭 해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은 것이기는 한데, 못 한다고 혼나고 배척받아야하는가?를 고민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라는 생각???
@아빠나무 아..!!그런건가요..거기까지는 생각해본적은 없어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