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22일(목)
체크아웃 하고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상하이남역역(上海南站站)으로 간다.
사람이 많다. 내리기도 전에 밀고 들어간다.
상하이남역역은 국제공항처럼 생겼다. 아주 크고 시설도 좋다. 검색대를 통과하여 기차를 기다린다.
기차는 KTX 처럼 잘 생겼다. 시설도 아주 깨끗하다. 의자도 뒤로 제법 많이 제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자리는 서로 떨어졌다. 게다가 기관차가 달라 서로 이동할 수도 없다. 서울-포항, 서울-울산 가는 새마을호처럼 기관차가 서로 맞대고 붙어가는 형식이다. 나는 8호, 찬이와 세오녀는 9호차인데 서로 다른 기관차에 붙어 있는 자리다. 당분간 헤어져서 항저우에서 만나기로 했다.
기차 안에 정수기도 있고 장애인 화장실까지 있다.
여승무원이 칸마다 있다. 항저우까지 논스톱으로 달린다. 창문에 블라인드도 있다. 객실 전광판으로 친절하게도 기온을 알려준다. 현재 기온 19.3도.
항저우에 도착하였다. 사람들을 따라 출구로 나가니 역 구내에서 지도도 팔고 여관 호객꾼들이 설친다. 견장에 별을 단 제복을 입은 이들도 호객에 나선다. 영등포에서 밤 11시 9분에 경부선 하행선 막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하면 새벽 2시 44분 경이다. 포항으로 가는 첫 기차가 5시 25분에 있기에, 2시간 반 정도 비는 시간이 생긴다. 이런 점을 안 여관 호객꾼들이 구내까지 들어와 손님에게 말을 건다. 나는 이 호객꾼들의 끈적하고 음흉한 소리가 무척 듣기 싫다. 거의 매주 이 시간에 내리면 다가오는 키큰 사내의 목소리를 지금도 기억한다. 한번은 내가 ‘역 구내에서 호객 행위를 해도 됩니까?’ 라고 역정을 냈다. 이후론 이 사내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역을 벗어나도 계속하여 호객꾼들이 달라붙는다. 결국 부르는 가격의 절반 이하 가격인 100 위안에 가기로 하고 대기하고 있던 봉고차에 올라탄다. 길길여관(吉吉旅館)에 안내한다. 역에서 얼마 되지 않아 걸어가도 될 거리다. 3층에 일단 짐을 푼다. 엘리베이터와 정수기도 있고 에어컨이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좀 속은 느낌이 든다. 건너편 여관은 68 위안이라고 큰 글씨가 붙어있다. 하루 묵고 내일 다른 숙소를 알아봐야겠다. 정수기 물은 수돗물 냄새가 난다. 실제로 정수가 되는 것은 아니고 정수기 물통에 수돗물을 넣어서 꼽아놓은 모양이다. 물 끓여 차 마시는 용도나 컵라면 먹을 때 쓰면 되겠다.
항저우는 역시 상하이보다 훨씬 따뜻하고 조용하다. 걸어서 서호 방면으로 간다. 길길여관은 강성로(江城路)에 있다. 남쪽으로 걸어가는데 여관 호객꾼들이 또 붙는다. 중국말을 모르는 데도 끈질기게 중국어로 설명한다. 허팡제(河坊街)에서 서쪽으로 길을 꺾었다. 가는 길에 부산향촌(釜山香村)이라는 한국음식점이 보인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 한국 사람처럼 생기긴 했는데, 전혀 한국말을 못하는 중국인이 환하게 맞이한다. 일단 서호 구경을 하고 저녁에 와서 먹기로 한다.
허팡제(河坊街)를 따라 계속 걸어 내려간다.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리가 나타난다. 팻말을 보니 <광복로 먹거리>. 영어, 일본어 다음에 한글이 병기된 안내판이라 무척 반갑다. 상하이 루쉰공원에서 상한 마음이 조금 회복된다. 하지만 광장을 ‘사각’이라고 표기한 것은 너무 심했다.
우산(吳山) 광장의 영어 표기가 ‘Wushan Square’인데, 이것을 ‘우산 사각’으로 옮겼다. 누가 번역했는지 참 너무 했다. 먹거리 골목에서 군것질을 시작한다. 꼬치, 전병, 뻥튀기로 입을 즐겁게 한다. 온갖 재주꾼들이 갖가지 공예품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사람은 한 가지 재주만 있어도 먹고 살게 된다.
서호변(湖浜)에 도착하니 일몰이 시작된다.
아름다운 호숫가에 앉아 있노라면 시가 절로 나올 것 같다. 삼행시 놀이를 한다. 하지만 예전에 왔을 때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걸어서 북쪽으로 가다. 주변에는 고급 음식점과 찻집이 많다. 다리가 무척 아프다.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타다. 기본 요금 10 위안인데, 1위안을 더 받는다. 아마 기본요금을 인상하고 아직 딱지와 미터기를 고치지 않은 모양이다.
한국 음식점에 들어갔다. 손님은 우리 빼놓곤 모두 중국인이고 대부분 여자들이다. 중국인은 바닥에 그냥 앉지 않고 모두 의자에 앉는다. 당연히 우리는 비어 있는 앉은뱅이 상에 앉았다. 부산향(釜山香) 음식점에는 한국말이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김치찌개에 식은 밥을 준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시 달라고 하니 밥을 해서 준다. 그 사이에 찌개가 다 식었지만 맛은 시원하게 좋다. 찬이가 시킨 냉면도 맛이 좋다고 한다. 반찬은 부실하다. 앞으로 한국 사람이 운영하지 않는 한국음식점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부산향촌은 체인점인 모양이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하방가점(河坊街店)이다.
숙소에 들어오니 폭죽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들린다. 조용한 도시에 3층 307호라 더 많이 울린다.
아홉시쯤에 모두 잠자리에 들다. 정말 일찍 자는 모범 가족이다.
* 여행 기간 : 2007년 2월 20일(화)-2007년 2월 27(화) 7박 8일
* 여행 장소 : 인천-중국(상하이-항저우-쑤저우-상하이)-인천
* 누구랑 : 연오랑 세오녀 찬이(만 11세) 가족
* 환전 : 1 위안=121원
* 연오랑의 다른 여행기는 앙코르사람들과의 만남http://cafe.daum.net/meetangkor 에서 볼 수 있습니다.
첫댓글 어딜가나 폭죽소리의 잠을 설치시게되네요...
유가때문에 지금도 또 1위엔 더 주어야하네요. 그리고 요즘 한국음식점이 대장금 방영이후 상종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