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현태준 오감을 자극하는 ‘대만 타이페이’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활약하고 있기에 한마디로 형용하기 힘든 현태준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그야말로 ‘전방위 예술가’다. 본업은 아저씨이고 부업으로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수필가, 여행작가로 활약 중이라는 그의 ‘자기소개’는 피식 웃음부터 나온다. 얼마 전에는 홍대 인근에 어릴 적부터 모아온 장난감을 전시해놓은 ‘뽈랄라 수집관’을 열어(파주 헤이리 마을에 이어 두 번째) 그의 바쁜 일상에 또 하나의 활동이 추가됐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나 그림, 기이한 물건을 모아 수집관을 낸 전력만 봐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행을 즐길 것이라 짐작되는 그가, 초저가 여행지로 두말할 것 없이 추천한 곳은 바로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 기본적으로 국내 물가 70% 정도 수준의 저렴한 곳이기도 하거니와, 그에게 타이페이는 창창한 20대 시절 2년간 유학을 했던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가려는데 눈이 너무 나빠서 면제가 된 거예요. 그렇게 3년이라는 빈 시간이 갑자기 제 앞에 놓였죠. 두말할 것 없이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본을 먼저 생각했죠.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일본은 비자 문제로 꽤 까다로웠답니다. 여행사 직원이 편하게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추천해준 게 ‘타이페이’였죠. 그때나 지금이나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네요.(웃음)” 사실 대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그리 좋지는 않다. 덜 발달되어 있는 곳, 혹은 약간 지저분한 곳으로 생각하기 십상. 하지만 그건 대만을 가보지 않은 이들이나 하는 생각이다. 그곳에 살며 진짜 대만을 경험했던 현태준은 그곳을 ‘소박하고 실용적’이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대만은 우선 편한 나라예요. 일본과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해지죠. 일본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사는 문화 때문에 엄격하게 지켜야 할 것들이 많잖아요. 반면 대만은 지하철 빼고는(내부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한다) 특별히 규칙이랄 게 없어요. 나라가 워낙 더우니까 식당에서도 길에 내놓고 설거지를 하고, 밖에는 개가 널브러져 있고, 길에는 아이가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아주 ‘널널한’ 분위기예요.” 그가 대만을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데는 ‘풍부한 먹을거리’도 한몫을 한다. 선택의 여지가 너무나 많은데다 우리의 입맛에도 부담이 없고, 게다가 싸기까지 하니 그 매력을 피할 이유가 없다. “여행지에서는 입맛에 안 맞는 것도 많고 이래저래 먹는 것 고민을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타이페이는 정말 혀가 즐거운 도시입니다. 특히 더운 나라다 보니 더위가 한풀 꺾이는 밤에 활동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아서 야시장이 발달되어 있어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정말 많습니다. 무엇보다 선입견과는 달리 굉장히 위생적이랍니다.”
현태준의 경제적인 여행 노하우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일단 질러라! 여행지에서 시간은 돈이다. 무언가를 봤을 때 마음이 동한다면 고민하지 말고 그때 사는 게 낫다. 놔뒀다가 나중에 생각나서 다시 찾아가면 돈, 시간, 체력 낭비다. 아이러니하게도 절약의 지름길은 그때그때 사는 것이다. 숙박과 식사에 가장 많이 투자하라 사실 많은 이들이 돈을 아끼는 게 바로 숙소와 식사다. 불편하게 여럿이 모여 자고, 편의점에서 사먹고 하는데, 그건 비싼 돈 주고 가서 그곳을 진짜 경험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편하게 쉴 수 있는 숙소에서 지내면 다음 날 더 좋은 체력으로 더 좋은 여행을 할 수 있는 법. 그리고 진심을 다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건 먹을거리 즉, 혀를 활용하는 것이다.
동화작가 선현경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베트남 호치민, 나짱’
다양한 일러스트와 작품으로 사랑받는 작가 선현경은 만화가 이우일의 아내로도 잘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이 결혼했을 당시 혼수로 여행가방 두 개만 들고 신혼여행을 303일간 다녀온 이야기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제법 많은 곳을 다니며 여행에 대한 다양한 추억을 쌓은 그녀가 특별히 추천한 곳은 바로 베트남이다. “가족과 함께 베트남으로 떠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베트남 국수’가 좋아서였어요. 한 달에 서너 번은 꼭 쌀국수를 먹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걸 현지에서 먹는다면 어떨까 싶었죠. 심지어 남편은 조상이 베트남 사람이었다고 해요. 남편이 화산 이씨인데 그게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성씨라고 하더라고요. 쌀국수도 원 없이 먹고, 씨클로도 타보고, 아오자이도 한 벌 사고 싶은데다 물가도 싼 곳이라 떠나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베트남을 여행할 때는 양끝에 위치한 호치민에서부터 하노이까지 거치는 게 가장 좋은 루트지만, 세 명의 가족이 이동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이들이 선택한 루트는 호치민에서 나짱으로 그리고 다시 호치민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나짱은 이제 막 관광지로 변하고 있는 도시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나는 공사 소음 빼고는 비교적 한산하고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었죠. 스쿠터를 빌려 타고 다니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나짱에서 하루 코스로 돌아본 섬 투어였다. 깨끗한 바다의 절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풍경이 아름다웠다고. 워낙 맛있는 음식이 많은 곳이라 배 위에서도 미각을 자극하는 것이 가득했다. 하지만 가장 즐거웠던 건 그곳의 사람들이다. “쉬는 짬짬이 배 위에서 사람들과 놀았던 기억이 나네요. 나라별로 사람들을 끌어내 노래를 시켰어요. 이를테면 영국 사람에게는 비틀스 노래를, 미국 사람에게는 마이클 잭슨 노래를 시켰어요. 처음에는 다들 주춤거리더니 나중에는 반주에 맞춰 춤까지 추며 신나게 놀더라고요. 저도 억지로 끌려 나가서 한국을 대표해 아리랑을 불렀는데, 제가 부를 때 빼고는 다 재미있었습니다.(웃음)” 여행을 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야 하고,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여행 중에는 체력이 바닥나기도 하고, 돌아와서는 빈 통장 잔고를 확인해야 하는 씁쓸함도 준다. 그녀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뭔지를 물었더니,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떤 두 노인이 바닷가에서 만났어요. 한 노인은 멋진 옷을 입고 커다란 자기만의 호화로운 배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고, 또 다른 한 노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바위에 앉아 낚시를 하고 있었대요. 멋진 옷을 입은 노인이 ‘지금과 같이 한적하게 앉아 낚시를 하기 위해 평생을 빠듯하게 살며 노력했고, 모든 걸 버리고 이제야 그 꿈을 이뤘다’고 말하자 허름한 노인이 이렇게 말했대요. ‘왜 모든 걸 버리고 왔지? 난 그냥 매일 이렇게 한적하게 살고 있는데’라고요. 생각을 바꾸면, 이렇게 달라 보이지 않을까요?”
선현경의 경제적인 여행 노하우 현지 여행사를 이용하라 저렴한 여행을 위해서는 발품 파는 것이 필수다. 이동할 때는 현지 여행사를 이용해 교통수단을 정하고, 그곳에서 구매하는 게 좀 더 저렴하다. 가기 전 첫날 숙소 정도만 정하고 떠난다. 현지에 가면 계획은 계속 바뀌기 마련이니까 아예 계획 없이 떠나는 것도 방법이다. 고생한 만큼 남는 건 추억이다 호치민에서 하노이까지는 비행기로 2시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지만, 기차를 타고 가면 3일이 걸린다(중간에 있는 나짱까지는 9시간 소요). 비행기의 1/10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 장점이라면 엄청난 시간, 불편한 환경 등은 단점이다. 하지만 고생을 하면 그때만의 추억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오랜 시간 함께 이동하다 보니 낯선 곳에서 금방 친구를 만들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여행기자 이성원 숨겨둔 보물 같은 ‘충남 서산 황금산’
 다양한 곳을 다니면서 좋은 여행지를 소개해야 하는 여행기자는 ‘떠나는 것’이 의무 아닌 의무이다. 5년째 일간지 여행담당 기자로 지내며 원 없이 국내를 돌아보고 있는 이성원 기자. 그는 얼마 전 이름 앞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달았다. 넘치는 여행서적들 사이에서 익숙지 않은 곳만 골라 ‘대한민국 숨은 여행 찾기’라는 책을 엮어냈다. 한 번쯤은 가봐야 할 명소도 좋지만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곳 중에서도 충분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들을 모았다. “요즘은 해외여행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국내에 볼 게 뭐 있냐’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이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설악산만 해도 케이블카 타는 것 정도만 생각하기 쉽잖아요. 하지만 울산바위도 있고, 반대쪽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고, 계절에 따라 다른 묘미가 있죠. 깊이 파고들수록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게 바로 국내 여행입니다.” 매주 목요일이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그가 수많은 여행지 중에서 추천한 곳은 바로 서산 황금산이다. 기본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다녀오려면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황금산은 여행지 자체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 “지인으로부터 황금산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들었을 때는 큰 기대를 품지 않았어요. 산인데 높이가 해발 130m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뭐 볼 게 있을까’ 싶었지만 막상 가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황금산은 태안반도의 커다란 두 개의 만 중 하나인 가로림만 끝에 있는 산이다. 낮은 능선을 따라가다가 매주 이곳을 찾는다는 사람을 만난 그는 잊을 수 없는 절경을 보게 된다. 이처럼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쏠쏠한 정보를 얻는 건 그의 여행방법 중 하나다. “정상 너머 반대편 바다로 내려가면 코끼리바위 등 기암이 즐비한 곳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깎아지른 절벽이 둘러싼 해안을 만났는데, 흔히 봐왔던 서해가 아니더라고요. 마치 저 멀리 여수나 울릉도에 가야 만날 수 있는 파랗고 맑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고도 그런 바다를 접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도 매력적이었죠.” 이곳만 보는 게 영 아쉽다면 등산로 입구에 가리비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리비촌’에서 조개구이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근처에는 개심사, 해미읍성, 서산마애삼존불상 등 역사적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도 멀지 않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웅도다. 웅도 앞의 갯벌은 가로림만에서 최고로 쳐주는 어장이다. 길이 질퍽해서 경운기를 끌 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걷기에는 먼 거리라 마을 사람들은 소를 이용한다. 물때를 잘 만나면 소떼가 이어지는 장관을 구경할 수도 있다.
이성원의 경제적인 여행 노하우 부지런하게 움직여라 1박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비용은 거의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하루 만에 더 많은 곳을 보고 오려면 우선 부지런한 게 필수다. 차가 밀리는 시간을 피하려면 서울 기준으로 주말에는 보통 7시 정도에 출발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하지 마라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여행지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중교통이 자주 없을 뿐만 아니라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량을 가져가는 게 좋은데, 이때 중요한 건 내비게이션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많은 이들이 이동하는 주말에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은 모두가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다양한 길이 나와 있는 지도를 적절히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내비게이션과 비교해가며 응용하다 보면 더욱 효율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