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이면 아내와 만난지 어언 27년이 된다. 오늘날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조하며 공문이 시달되기도 하지만 직장에 매인 몸으로 기념일을 미리 챙기고 함께 누릴 꺼리를 찾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닌듯....,
결혼 기념일을 한 주 남겨두고 여행지와 숙소를 예약하려니 너무 임박한 까닭에 무엇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한 주를 늦춰 잡았는데 1순위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있는 곰배령길이요, 2순위가 강릉 정동진과 심곡항 사이의 부채길이고, 3순위가 오죽헌, 선교장, 혀균-허난설헌 기념관으로 잡았었다.
곰배령 근처의 풍경소리를 숙소로 예약하려 했으나 우리가 원하는 날은 이미 예약이 만료되어 그 다음주로 잡거나 다른 곳으로 숙소를 잡아야 하는 상황인데 더우기 곰배령까지 예약이 마감되어 한 주를 미룰 수 밖에 없는 지경이었다.
아내와 머릴 맞대고 양양하조대 인근의 엘마 콘도로 2박을 예약하고 일정을 잡기 위해 고민하기에 이르렀는데 주말에는 제주를 시작으로 장마가 올라오고 있어 흐릴 수 있다는 예보를 접한 터라 걱정이 앞섰다.
금요일 연가를 내고 9시 곰배령 입산을 위해 집에서 06시에 출발, 가까스로 08:30경 주차장에 들어섰다. 주차장 주변에서 조식을 고민했으나 시간이 어중간하여 그대로 대열에 합류하여 쑥절편으로 요기하였다. 15분 이상을 지루하게 기다렸다가 체온을 측정하고 신분증을 제시한 뒤 비표를 받아 점봉산 생태관리센터 입구를 통과했다. 곰배령까지 5km로 길이 무난하고 그늘이 많을뿐더러 오르는 내내 계곡을 타고 맑은 물이 끊이지 않아 산책하듯 그렇게 여유롭게 시작했지만 날이 더워 육수는 전신을 엄습해 왔다
곰배령을 야생화의 보고라했던가! 가는 곳 마다 노루오줌, 참당귀, 물푸레나무 등 다양한 초본과 목본류가 발목을 부여 잡는 통에 사진에 담느라 아내와 떨어지기 일수 였다.
강선마을을 지나 곰배령 표지석에 이르니 인증샷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한참 기다렸다가 우리가 사진을 찍기위해 뒷사람에게 핸폰을 넘기는데 마침 전화벨이 빡빡 울어 댄다.
이를 어찌하랴 통화하고 나니 이미 내 순번은 지나갔지만 뒷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두어컷 남겼다. 그 짧은 시간에도 사진을 찍고 싶지 않은 아내와 언능 흔적을 남기려는 나와 갈등이 있었으니 27년을 살아도 아직도 그맘을 품고 이해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깝깝하게 느껴졌다.
곰배령에서 전망대까지는 120분거리라 했는데 거길 갔다가 다시 령을 지나 원점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시간낭비가 심해 처음엔 곧바로 하산을 고민했지만 전망대 중턱에 표지목이 있다며 거기까지 가자고 아내를 설득하고 내가 앞서니 귀둔리 주차장(곰배령까지 3.5km)과 연결되는 길로 생태관리센터보다는 가까웠지만 차가 다른 쪽에 있으니 넘볼 수 없는 지경이 아닌가.
전망대로 향하다 한적한 공간을 만나면 간단히 식사를 하리라 맘을 먹었는데 전망 대크는 사람이 많아 먹을 것을 꺼내들기가 민망한 까닭에 주목군락으로 향하여 그곳에 자리한 노목 3그루를 감상하며 떡으로 허기를 달랬다. 이제부터는 내리막 길이라 생각 했는데 전망대를 지나고도 5.4km 거리는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여 지루함을 잊게하는듯 보였지만 몸은 지쳐만 갔다. 주차장으로 돌아와 식당을 찾았으나 터무니 없는 가격에 놀라 서양양IC 인근의 해담에서 막국수와 찐만두로 늦은 점심을 먹고 양양하조대로 향했다.
30~40분 거리라 했는데 길을 잘못들어 인제휴계소를들러 숙소에 들었다. 아내는 짐을 정리하고 나는 횟감을 사러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가게를 찾았으나 가격이 맘에 들지 않아 라면으로 하였다.
아내가 설거지 하는 사이 롯데슈퍼를 찾아 맥주와 안주 꺼리를 사서 한 잔하며 다음 일정을 논했다.
낼 비가 오면 오죽헌, 선교장, 북평 재래시장을 가고 날이 개면 부채길을 걷기로 정했다.
둘째날, 5시경 일어나 해안을 바라보니 날이 흐려 일출은 이미 글렀고 아침 산책만이 유일한 즐거움이라 생각하고 아내를 깨우니 잠을 더 자겠단다.
조용히 옷을 챙겨입고 하조대 해수욕장 옆에 있는 스카이 워크로 올라가 한참을 구경하고 내려오다 06:18경 군용트럭이 다가오기에 미니 둘레길을 개방하는 가 싶어 다시 올라가 하조대 해변길을 두루 섭렵하며 아내를 두고 온 것을 후회했다
사진으로 흔적을 남기고 아내와 함께 아침을 마무리하고는 부채길을 향했다.
정동진에서 시작하는 둘레길은 내리막이요 심곡항에서 시작하는 길은 오르막이다. 우린 힘들게 올라 쉽게 끝내는 코스를 선호하는 터라 심곡항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네비를 찍었다.
항구 공영주차장이 멀리 보이는데 아내가 오른쪽에 무료주차장이 있다기에 U턴하여 들어가니 공간이 널널하다. 중간 즈음에 차를 세워두고 심곡항으로 들어서는데 입장권을 확인하는 사람이 경로우대 차원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면 할인한다고 이야기하자 앞선 객이 마스크를 벗으며 자신은 나이가 많다고 설래발래 친다.
신분증이 없으면 그냥 돈을 내고 지나가면 될 것을 다른 사람도 지나가지 못하게 길가운데서 수다를 떨고 있으니 꼴불견이 아닐 수 없다.
심곡항에서 시작한 부채길은 군데 군데 볼거리가 풍족하고 바람까지 환영사를 보내와 경관은 어제 곰배령에 비교할수가 없다. 정동진 주변 크루즈가 보이는 쉼터에서 방토와 얼음물로 목을 축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 왔다.
점심 메뉴를 고민하다 아내가 기와집이 식당으로 보인다기에 들어서고 보니 정말 유명한 곳이란다.
방송에도 나왔다는 큰기와집에서 순두부전골 정식을 먹으며 다음 목적지를 정하였다.
오죽헌과 선교장, 허균과 허난설헌 기념관 순으로 둘러보기로 하고 오죽헌에 들어서니 마침 해설타임이다. 중년의 여성 해설사를 따라 문성사, 몽룡실, 어제각, 오죽헌 등을 둘러보는데 날이 더워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에 들어서면 밖으로 나올 마음이 없어졌다.
구도장원공 율곡이이의 영정을 모신 문성사와 기념관, 박물관, 오죽헌(몽룡실) 등을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돌아와보니 한증막 같은 의자는 엉디를 달치게 한다. 서둘러 환기하고 에어컨을 당겨 선교장으로 향했는데 마침 해설사가 활유정 근처에 있다기에 급하게 매표하고 그리로 향했다. 연잎이 인공연못에 자리하고 그 옆으로 정자가 있는데 아무리 보아도 해설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사진을 몇장 남기고 건물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활유정 그늘 쪽에 해설가와 객 4인이 있어 스리슬쩍 합류했다.
뭔가 굴찍하고 액기스에 가까운 그런 전설과 설화적 소스를 기대했으나 해설가의 변은 홍보와 더불어 중언부언하는 느낌으로 활유정을 잡고 지나칠 정도로 시간을 끄는듯하여 아내를 불러 우리 나름대로 둘러볼 것을 권하고 그들과 이별하였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데 초정 (평민의 삶을 이해하려고 지었다는 초가집) 왼쪽으로 보호수 한그루 있어 그 뒷켠으로 내려가 러시아 공사가 제공했다는 선교장 건물 장식을 구경하고 전통문화 체험장 계단에서 목을 축이며 더위를 쫓아 보내고 오른쪽으로 내려오다 산속 오솔길로 들어서 등성이에서 선교장을 굽어보며 기와골 사진을 남겼다.
맞은 편에 가지 않은 오솔길이 있었지만 더위가 그 길을 만류하는 듯하여 허균기념관과 김시습기념관을 목전에 두고도 숙소로 돌아오다 북강릉농협에서 저녁꺼리를 사서 석식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일정은 딱히 정한 것도 없어 아침에 일어나 일기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5시 반경 창밖으로 해변을 둘러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차에서 우산을 챙겨들고 하조대와 등대를 둘러보고 나오는데 어제 보았던 미니 둘레길을 이제막 개방한다. 바닷쪽으로 향해 스카이워크를 지나 숙소에 들어선 뒤 아내와 아침을 준비하여 느긋하게 먹고는 해변둘레길을 가이드처럼 선보인 뒤 짐을 챙겼다. 오후에 교통체증을 우려 09:30경 상경을 시작했다. 홍천 JC로 들어설 무렵 아내가 강촌레일바이크를 타본 적이 없다기에 전화로 문의하고 급히 일정을 틀어 춘천으로 향하는데 11시나 12시에 각각 입장이 가능하단다.
인제를 지나면서 내가 졸립다며 운전대를 넘긴 까닭에 재촉도 하지 못하고 아내가 하는 대로 지켜볼 뿐 말이 없었지만 생각보다 서두른 까닭에 10:50분경 매표 후 2인용 레일바이크를 타고 강촌쪽으로 향하다 20분간 미니열차를 타고 다시 10여분 정도 걷다가 버스를 타고 레일바이크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책꽂이 처럼 장식한 구조물을 둘러보며 사진을 남기고 늦은 점심을 위해 석사동 소재 메밀밭을 찾았다. 아내는 감자옹심이, 나는 콩국수를 먹고 잼버리 도로 인근에 있는 닭갈비 공장을 찾아 2kg 2박스, 5kg 1박스를 각각 구입하고 상경하는데 일요일 오후인지라 교통체증이 심각하기 이를데 없다. 닭갈비 배달을 위해 노원구와 장암 지역을 들렀다 자연스레 출발지로 원점회귀하며 2박 3일의 긴 여정을 추억의 창고 속으로 밀어 넣어 저장을 꾀했다 다치지않고 긴여정을 소화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첫댓글 즐기며 사는 모습이 좋아요~!
멋지구면......아프지 말아야 노는것도 가능...건강하게 지냄세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