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안무 출연 신정엽 연출의 『개구리 냄비요리』 코믹형식으로 엮은 비정한 세상 고발의 혁명적 춤
봄바람을 타고 대학로에 등장한 『개구리 냄비요리』는 3월 31일(토), 1일(일) 양일간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공연되었다.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된 그녀의 몸짓 유희는 상상을 초월한 사회적 현상들을 고발한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난다’의 리포트형식을 띄고 있었다.
신진예술가, 국제 콩쿨 우수상, 최고무용가상이란 용어들이 그녀에게는 스쳐가는 바람일 뿐이다. 일렁이는 봄바람에도, 바람 부는 추운 날에도 그녀는 강북학사의 연구사임을 입증했다. 그녀는 그동안 인접장르의 연출과 안무로 경계를 지속적으로 허물어 왔다.
그녀는『개구리 냄비요리』에서 사회현상을 냄비 속의 개구리로 비유하고 있다. 서서히 죽어가는 프랑스식 삶은 개구리 요리법은 이 춤에 ‘비전상실증후군’이란 모티브를 제공했다. 역설적으로 그 과정엔 뜨거운 한 시절이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 서정선, 최진한, 김주성, 최영현은 개구리 역을 균형 분배했다. 코믹한 소재 속에 들어있는 우울한 메시지, ‘젊은이들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음’은 비정한 세계의 현실이 되었다. 서서히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가 소재인 이 작품은 장엄미 대신 희화를 택했다.
연출은 이 작품을 자상한 디테일로 구상이라 칭할 다큐적 속성까지 보여주었다. 물리적 현상과 리듬예술의 아이템들이 치장한 공간엔 처형의 단계가 정해져 있다. 스탭들이 요리사로 등장, 그들은 개구리로 변신한 무용수들을 자극한다. 개구리들은 반복 사운드에 순응한다.
FTA의 그늘이 무고한 백성들을 도륙할 준비가 끝난 것처럼 영상은 참혹한 잔혹미 마저 보여준다. 아우슈비츠를 떠올리게 하는 연상, 사운드는 무대 공간을 차지하고 신체를 지배한다. 현실 속에 SR(자극과 반응)은 초연한 듯 보여도 큰 떨림이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의 텅빈 가슴(『춤추는 모놀로그-빈집』)을 채워 줄 소통(『기묘한 소통』)의 도구는 춤이다. 아름다움으로 치장된 장막을 걷어내고(『기워진 이브』) 그녀는 혁명을 꿈꾼다(『브라보 지젤』).끝내 성취한 메달은 프랑스식 사회주의자(개구리 냄비요리)가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피할 수 없는 혁명의 공식이다. 코믹한 발상, 유쾌한 춤, 춤이 되는 이야기는 겉껍질이다. 분리된 공간으로 출발하는 반응의 다단계,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온도이다. 이념이 인간을 변화시키듯 사운드는 교육을 만들어 내고 반응에 길들이게 하며 심지어 ‘점프’를 이끈다. 양서류의 생태적 특성, 개구리의 문학적 상징들, 개구리를 요리하는 법, 그리고 개구리를 분해하는 법에 대한 짧은 영상이 삽입된다. 이런 상징은 철저히 히틀러식 목적성을 띄고 있는 사회를 풍자한다. 역설적으로 사용방식은 칼 찬 미소를 보이는 코미디이다.
개구리의 속성이나 다를 바 없는 험한 세상에 생존을 위한 일 단계를 채워주지 못하는 나라 백성들의 강박은 혁명을 일으킬 정도이다. 허기짐에서 오는 몽환의 상태, 둔해진 모든 감각과 반응, 일순 평화가 온다. 긴 반향음을 남기는 공간 에세이가 개구리가 숨이 멎을 때까지 아주 느리게 계속된다. 이 엄청난 가정, 꿈에서 깨어나 현실에 부탁쳐도 날카로운 휘슬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는 건조한 추억 속에 마술상자 속으로 사라져버린 개구리 하나(김정은)를 생각해낸다. 떠나고 싶은 충동, 그래도 지켜 내야할 의무가 있는 공간에 그녀는 혁명을 꿈꾼다.
장석용(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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