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억대 주식부자 100명 돌파, 그리고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
얼마 전에 신촌에서 한 대학생이 열 여섯과 열 다섯 살 청소년에 의해 칼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고, 어떻게 10대 아이들이 이렇게 무참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지 심각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또 한편으론 뉴스를 통해 많이들 접했겠지만, 한국 사회 곳곳에는 버려지고 소외된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지난 달 22일 경기도 일산에서는 교회 계단에 아이를 버린 혐의로 42세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고, 4월 27일 서울 송파구에서는 PC방에서 26세 여성이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은 뒤 질식사 시킨 혐의로 붙잡히기도 했다. 2010년 2월 부산에서는 혼자 있던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 살해한 '김길태 사건'이 발생했으며, 같은 해 6월 서울에서는 홀로 있는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전면 주5일제 시행에 따라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토요일에 혼자 점심을 먹거나 굶는 초등학생이 전체의 31.1%에 달했다고 한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세 명 중에 한 명이 토요일에는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나홀로 지내는 셈이다.
요즘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을 맞아 우리 아이들에 관한 각종 통계자료들이 발표되고 있는데,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초등학생 10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통계청이 바로 며칠 전인 5월 2일에 발표한 '2012년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2010년 청소년(15~24세)의 사망원인 중 1위는 '고의적 자해(자살)'인 것으로 나타났단다.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로는 15~19세는 예상대로 성적이나 진학문제(53.4%)가 가장 컸고, 20~24세는 경제적 어려움(28.1%)이 주된 이유였다. 여기서 또 주목되는 것이, 방금 전 위에서 살펴본 현실을 반영하듯 외로움이나 가정불화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원래 누구나 알고 있던 성적과 진학문제를 빼면)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이 상당히 중요한 원인으로 드러났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글 앞부분의 범죄들로 이어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 않을까 싶다. 과연,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지금 정말 괜찮은 걸까?

[2012년 5월 2일 보도: 뉴시스(좌), 세계일보(우)]
위의 도표에 나와있는 바대로, 적어도 2000년에는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 아니었다. 보통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수를 자살률이라고 말하는데, 2000년에 비해 다른 원인은 그 수치가 다 줄어들었는데 반해, 유독 청소년의 자살률(8.7-->13.0)만 늘어나며 2010년에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한국 사회 자체가 지난 10년 동안 전반적으로 자살률이 계속 상승했기에, 청소년의 자살률도 이에 따른 동반 상승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흔히 말하듯 '청소년은 나라의 미래'라고 하는데, 과거보다 현재에 그들의 자살률이 훨씬 더 높아졌다는 건 아무래도 미래에 대해 희망보다는 절망에 더 가까운 얘기일 수밖에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암담한 사태가 벌어졌을까? 그 원인이야 여러 가지 다양한 말을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2010년 기준으로 청소년이 자살을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적과 진학문제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교육문제가 정말 심각하고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고,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개선되지 않는 한 청소년의 자살 이유 중에 맨 첫 번째는 앞으로도 계속 변하지 않을 듯하다.
아무튼 최근에 발표된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나 자살률, 각종 사건사고를 보면 한국에 현재 살고 있는 아이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을 텐데, 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 중에 무려 2위가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것 역시 참 마음이 아픈 조사 결과다. 어찌되었건 일반 성인에 비해 청소년은 자신의 삶에서 경제적인 수준에 대해 스스로 감내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별로 없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는 무척 안타까운 현실인 게 분명하다. 결국 이런 경우의 대부분은 타고난 집안의 재력이 그대로 젊은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고, 이걸 바꿔 말하면 아동 복지의 미비와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 심화 등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 자체가 청소년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불평등에 대해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면 뭐하나, 국가의 미래가 이렇게 병들어 가고 있는데.. 당연히, 한국의 모든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아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완화시켜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바로 어제, 이와 관련해서 눈에 띄는 뉴스 보도가 하나 있었다. 한국의 어린이 주식부자에 대한 기사인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 문제를 한 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99%와는 크게 다른 1% 집안의 억대 주식부자 어린이들
무한 경쟁사회에서 99%의 대한민국 부모들이 '가난의 대물림'을 하지 않겠다는 핑계로 자식들을 무자비하게 닥달하고 스펙의 노예로 만들면서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와중에도, 1%의 부모들은 어린 자식들에게 '편법'으로 주식을 증여하며 억대 주식부자로 만들고 있다. 5월 4일 '재벌닷컴'은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4월 30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1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만 12살 이하 어린이가 102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7명보다 15명이 늘어난 수치이며, 어린이 억대 주식부자가 100명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부자들은 원래부터 있었을 텐데 단 1년 만에 15명이나 증가하며 100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최근에 한국 사회의 모럴 해저드와 양극화가 얼마나 더 극심해졌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성싶다. 재벌닷컴의 의하면, 이런 "짬짬이 증여는 회사 주식을 조금씩 증여하는 것으로, 나중에 증여하는 주식에 대해 배당금 등 소득원을 제시할 수 있어 세금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량 주식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과 사회적 비판시각도 피할 수 있"는 전형적인 꼼수라고 한다.

[재벌닷컴(http://www.chaebul.com)이 발표한 어린이 억대 주식부자]
어린이 억대 주식부자의 면면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장녀(9살)는 9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조 부사장의 장남(6살) 역시 9억1천만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 중이라고 하는데, 이 아이들은 전체 순위에서 25위와 24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또한 이상득 의원의 첫째 사위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아들(11살)은 무려 40억3천만 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한 주식갑부로 밝혀졌고, 위의 표에서 보듯이 당당히 랭킹 5위에 등극했다. 전체 순위 1~3위는 GS일가가 독차지했으며, 태어난 지 1년밖에 안 된 나이에 (주)LS의 주식 1만2천여 주를 증여받아 단숨에 9억 원대 주식부자가 된 LS그룹 회장의 친인척 '아기'도 있고, 겨우 5살 나이에 전체 순위 16위에 오르며 12억 원대 어린이 주식갑부가 된 남양유업 회장 손자도 있다고 한다.
물론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도 아니고, 부유층의 이런 광범위한 편법증여 자체가 청소년들의 자살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99% 출신의 청소년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 중에 두 번째가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하는 현재 상황에서, 1% 출신의 어린이 주식부자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사실은 분명히 한국 사회가 곱씹어 볼 만한 문제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99%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책임이 없듯이, 1%의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어마어마한 부에 대해 어떠한 기여도 한 바가 없지 않나? 왜 책임이 없는 99%의 청소년들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고, 전혀 기여한 바가 없는 1%의 어린이들은 주식 편법증여를 통해 부자가 되어야 하는가? 이건 뭔가 한참 잘못된 거 아닌가?
어린이날, 지금 대한민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불행하다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아침부터 오밤중까지 아이들을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뺑뺑이돌린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암울한 생활을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하며, 독재와 절대 빈곤의 시대였던 60~80년대에도 아이들 삶의 질이 요즘보다는 더 나았단다. 그러면서도 어른들은 가장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학교폭력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했고, (우리가 모두 익히 알고 있듯이) 이러는 사이에 아이들은 심각하게 병들어 마구 사지로 내몰렸다. 5명 중 1명의 초등학생이 가출 충동을 느꼈고, 10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꼈다.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초등학생이 18.32%, 중학생이 13.07%, 고등학생이 6.21%로 집계됐다는데, 이를 바꿔 말하면 나이가 어릴수록 점점 더 학교폭력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고 그만큼 우리의 먼 미래는 더 어두워지고 있는 셈이다. 학교폭력의 가해자들도 심각한 가출충동이나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하며, 맨 처음에 말했듯이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느끼는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단다.

[2012년 5월 4일 경향신문 보도]
인정하고 싶진 않겠지만, 대한민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다. 짐작컨대,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비슷한 조사를 해도 우리나라보다 행복도가 낮게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통칭 '교육 문제'가 가장 큰 원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 전반적인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출 가운데 사회적 공공지출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3분의 1 정도에 그치는 최하위 수준에, OECD 회원국 가운데 말 그대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장 노동시간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개선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10살도 안 되는 어린이들이 억대 주식부자가 되는 것처럼 특권이 대물림되는 사회, 계층이 고착화되는 사회에서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어느 조사 결과에서 나왔듯이, 인생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노력해도 성공이 어려운 사회', '금전 부족', '학연 지연 혈연 같은 차별' 등이 먼저 손꼽히는 사회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불행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한국 사회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과연 뭘 배울 것인가? '어린이는 어른의 거울',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린이날, 1%의 주식부자와 99%의 소외된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며, 어른 특히 부모들 각자가 모두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은 바로 사랑하는 자녀의 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