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운
몇 년 전에, 온라인 잡지 〈에지 Edge〉 편집자인 존 브록먼(John Brockman)은
여러 가학자에게 "좋아하는 방정식"을 물었다. 내 대답은 이랬다.
성공=실력+운
대성공 + 약간의 추가적 실력 + 상당한 운
성공에는 운이 따라야 한다는 새삼스러울 게 없는 사실을
프로골프에서 첫 이틀 동안의 경기에 적용하면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다.
상황을 단순화해, 이틀 동안 경쟁자들의 평균이 72타였다고 가정하자.
이 중에서 첫날 성적이 아주 좋아 66타를 기록한 선수에 주목해보자,
이 탁월한 점수에서 어떤 사실을 알 수 있을까? 그 즉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이 선수의 실력이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평균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런데 위의 성공 공식에서 보면 다른 추론도 가능하다.
첫날 성적이 좋았던 선수는 그날 평균을 웃도는 운을 누렸을 수 있다.
성공에는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그 선수가 운이 좋았다는 결론은 그 선수가 실력이 있다는 결론 만큼이나 타당하다.
마찬가지로 그날 5오버파 77타를 친 선수에 주목하면,
그가 실력이 부족하다는 추론도 가능하지만 운이 나빴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물론 이 중 어떤 추론도 확신할 수는 없다.
77타를 친 선수가 사실은 실력이 좋은데 그날 유독 경기가 안 풀렸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첫날 점수를 바탕으로 한 다음과 같은 추론은 비록 불확실하지만, 그럴듯하고,
틀릴 가능성보다는 맞을 가능성이 높다.
첫날 평균 이상의 점수= 평균 이상의 실력+그날의 행운
첫날 평군 이하의 점수=평균 이하의 실력+그날의 불은
이제, 두 선수의 첫날 점수를 바탕으로 둘째 날 점수를예상하다고 해보자.
보통은 다음 날도 실력이 똑같다고 예상해서
첫 번째 선수는 '평균 이상', 두 번째 선수는 '평균 이하'로 추정할 것이다. 그러나 운은 다른 문제다.
그 선수의 둘째 날(또는 다른 어떤날도) 운을 예상할 수 없으니,
운은 특별히 좋거나 나쁘다기보다 평균으로 추측해야 맞다.
다시 말해, 다른 정보가 없다면 선수의 둘째 날 점수는
첫날 성적을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으리라고 추측하는 게 최선이다. 따라서 최선의 답은 다음과 같다.
ㅇ 첫날 성적이 좋아던 선수는 둘째 날에도 성적이 좋을 수 있지만,
첫날 보다는 부진하기 쉽다. 첫날에 평소보다 운이 좋았을 수 있는데,
그런 행운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ㅇ 첫날 성적이 나빴던 선수는 둘째 날에도 성적이 평균 이하로 나올 수 있지만,
첫날보다는 잘 나올 것이다. 첫날에 평소보다 운이 나빴을 수 있는데,
그런 불운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재 날에도 여전히 첫 번째 선수가 두 번째 선수보다 성적은 좋겠지만
두 선수의 차이는 줄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내가 수업 시간에,
둘째 날에는 성적이 첫날 점수보다 평균에 더 가까워진다고 예측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면,
삭생들은 항상 깜짝 놀란다.
이처럼 평균에 가까워지는 것을 평균 회귀라 부른다.
애초의 점수가 극단에 가까울수록 그 다음에는 평균으로 회귀할 확률이 높다고 예상할 수 있는데,
점수가 극단적으로 높으면 운도 대단히 좋은 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회귀 예측은 타당하지만, 정확성은 장담할 수 없다.
첫날 66타를 기록한 선수 중에 몇몇은 둘째 날에 운이 더 따라줘서 더 좋은 점수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점수가 내려갈 것이다.
평균 이상의 운이 계속 따라주지 않을 테니까.
이제 시간의 화살을 거꾸로 돌려보자.
선수들을 둘째 날 성적순으로 나열해놓고 첫날 성적을 살펴보자,
그러면 정확히 똑같은 평균회귀 현상을 발견할 것이다.
즉 둘째 날 최고 성적을 올린 선수들은 그날 운도 좋았기 쉽고,
따라서 첫날에는 그보다는 운이 덜따르고 성적도 덜 좋았으리라고 추측하는게 최선이다.
뒤에 일어난 사건으로 앞서 일어난 사건을 추측할 때
회귀가 나타난다면 회귀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회귀 효과가 도처에 흔히 나타나다 보니, 회귀를 인과관계 이야기로 잘못 설명하기도 한다.
잘 알려진 예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다.
〈스포츠 일러스즈레이티드 (Sports Illustrated)〉라는 잡지에 표지 사진이 실린 선수는
다음 시즌에 실적이 부진하다는 주장이다.
과도한 자신감 그리고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려는 압박감이 그 이유로 곧잘 거론된다.
그러나 더 간단한 설명이 있다.
그 잡지 표지에 등장한 선수는 앞선 시즌에 성적이 대단히 좋았을 테고,
여기에는 아마 운의 도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라고 운은 변덕스럽다.
나는 아모스와 함께 직관적 예측을 주제로 논문을 쓰던 중에,
동계올림픽 남자 스키점프를 보게 되었다.
각 선수마다 점프를 두 번 한 뒤에 결과를 더해 최종 점수를 낸다.
나는 선수가 두 번째 점프를 준비하는 동안 아나운서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노르웨이 선수가 첫 번째 점프에서 아주 높은 점수를 기록했는데요,
선두 자리를 지켜야 하다는 압박감에 두 번째 점프는 처음보다 기록이 좋지 않을 수도 있을 겁니다."
"스웨덴 선수가 첫 번째 점프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이제 더 잃을 게 없으니 부담이 없을 테고,
따라서 처음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을 거예요"
이 아나운서는 분명 평균 회귀를 눈치챘고, 증거도 없는 인과관계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다.
그가 한 이야기는 맞을 수도 있다,
점프하기 전에 선수의 맥박을 재어 본다면
첫 번째 점프가 기록이 안 좋은 선수가 이후에 마음이 편안해졋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기억해야할 점은 첫 번째 점프와 두 번째 점프 사이의 변화에 인과관계 설명이 필요치 않다는 점이다.
첫 번째 점프 결과에 운도 작용했다는 사실은 수학적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결과다.
인관관계 설명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썩 만족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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