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드로 다빈치가 그린 네 점의 여성 초상화 중 하나입니다. 그 당시 초상화는 대개 정면으로 얼굴을 그린 것과는 달리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3/4 측면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흰 담비를 안고 있는 이 모델은 밀라노 공작인 루도비코 스포르차의 애인인 체칠리아 갈레라니입니다. 밀라노 최고 미녀 중 한 명으로 꼽힌 체칠리아는 이 초상화를 그릴 때 16세였습니다. 루도비코는 자신보다 17살이나 어린 애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초상화로 남기고 싶어 레오나르도에게 의뢰를 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 그림 속 흰 담비에 주목했습니다. 백색 털을 더럽히며 도망가느니 사냥꾼에게 잡혀 죽는다는 흰 담비는 체칠리아의 순수, 순결의 상징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루도비코가 나폴리의 국왕으로부터 수여 받은 기사 작위의 상징이 흰 담비이기 때문에 루도비코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흰 담비는 임신한 여자를 수호하는 동물로 그려져 초상화를 그리던 중 여인이 임신하지 않았나 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체칠리아는 루도비코의 아들을 낳았거든요. 하지만 아들을 낳고 살이 쪄서 보기 싫다는 이유로 자신의 초상화를 들고 쫓겨났습니다.
유럽에서 흰 담비는 귀족만이 입을 수 있는 고급 모피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검은 점이 있는 흰 담비는 그 값이 어마어마하게 비쌌습니다. 만약 체칠리아가 루도비코의 정부가 아니고 부인이었다면 검은 점이 있는 흰 담비를 안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