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이다. 용 중에서도 동쪽에 있는 청룡이다. 동양에서는 동·서·남·북 중앙에 해당하는 다섯 가지 방위의 색을 청, 적, 황, 백, 흑으로 나타내는데, 이것이 오방색이다. 올해가 용의 해이고 갑(甲)은 동쪽에 위치한 천간이니 갑진이 청룡인 것이다.
용은 예로부터 신령한 동물로 여겨져 왔다. 사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장식 모양 중 하나이다. 용은 불교 발상지인 고대 인도의 힌두교 신화 속에서 뱀을 신격화한 용신으로 등장하는데, 이러한 용신은 불교의 성립과 함께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으로 수용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용의 모습은 인도 용이 아닌 중국의 전통적인 용의 도상에서 우리의 용으로 시대적인 흐름으로 변화되어 사찰 법당의 기둥머리, 닫집, 천장, 기둥, 벽, 계단 소맷돌 등 여러 곳에서 용을 만날 수 있다. 법당 양쪽 기둥머리의 용두는 극락세계를 향해 가는 반야용선의 배의 앞머리를 상징하는 것이다. 반야용선은 극락정토로 건너갈 때 타고 가는 상상의 배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법당 건물에 용두를 조각함으로써 법당 자체가 극락정토로 가는 반야용선임을 상징하는 것이다.
상상의 동물인 용을 신령한 동물로 여긴 까닭은 용이 비를 관장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농경 민족에게는 물은 절대적이다. 가뭄이 심할 때는 강에 사는 용신에게 기우제를 지내 비가 내리기를 기원했다. 어부들은 배 한 척에 목숨을 걸고 바다로 나아갈 때 용신제를 지낸다. 속초지역의 정월 세시풍속으로 한 해의 무사고와 풍어를 기원하는 정월 달뱃고사와 정월 대보름의 달점치기, 연날리기, 봉숭아밥싸기, 귀신날이 있다. 청초호가 얼게 되면 그것을 보고 새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속이 용갈이로 용이 얼음을 남쪽으로 갈아 놓거나 복판만 갈면 이듬해는 풍년이고, 북으로 엇갈거나 옆을 갈면 흉년, 좌우로 마구 갈면 평년적이라고 점을 쳤다. 이것을 용경(龍耕)이라 하여 속초 주민들이 점을 쳤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속초의 용에 관한 전설로 청초호에 숫룡인 청룡이, 영랑호엔 암룡인 황룡이 살았는데, 이들은 아무도 모르게 서로 깊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사랑이 깊어 둘이 하늘나라로 승천하기 전에 이무기의 장난으로 황룡이 승천하지 못하고 청룡만 달빛의 정기를 받으며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주민들이 청초호의 밤을 밝혀 하늘길이 열려 청룡이 청초호로 다시 내려올 수 있게 되었고, 영랑호의 황룡과 함께 속초의 만대의 번영을 살피고 누리게 하고 있다는 전설이다.
예부터 왕의 얼굴은 용안, 왕의 평상을 용상, 왕의 옷을 곤룡포라 부르는 것을 보아도 용의 상징성과 용의 신성함, 신비함을 알 수 있다. 우리 속초는 영랑호의 황룡과 청초호의 청룡이 있는 역동적인 미래 지향의 도시이기에 2024년 시민이 하나되는 미래 행복 동행으로 힘차게 나아가 승천하는 한 해가 되리라 믿는다.
이상집
전 속초양양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