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목공소/백낙란
켜켜이 벌목된 울음이 쌓여 있는 곳
날카로운 전동톱날에서
뚝뚝 떨어지는 건 눈물이다
일정한 소리를 내며 우는 원목들
한창 햇살에 뛰어 놀 청춘부터
노후 준비에 힘을 불리던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톱날의 속도를 피해가지 못한다
각기 애처롭고 애닯픈 사연들을
단단한 눈물로 쏟아내는 곳
수피가 벗겨지고 가지와 뿌리마저 잘려나가
몇 번이고 죽어야 다시 태어나는 나무
내면에 고여있는 눈물의 문양으로
꺽이고 부러지는 고통 속 핏줄이 선명하다
죽음이란 재단 위에 자신을 내려놓는 성숙의 결
윙윙, 톱날이 지나간다
폴폴, 생명의 향이 날린다
거칠고 둥글다는 것은 삶의 표현인 것
아픔이 응축된 옹이까지
슥삭, 뚝딱거리는 불안과 두려움이
깍이고 다듬어진다
이제 가만히 완성된 울음을 열다 보면
대지를 품고 온 바람 냄새가 난다
눈보라가 휘날리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새들의 종종거리는 수다와
기어다니는 벌레의 시간도 묻어난다
요란하게 돌아가는 톱날과 샌딩기
둥근 웃음과 각진 울음의 만남
죽음과 생을 켜는 목공소에
서로 맞닿을 수 없던
투박한 슬픔이 매끈하다
첫댓글 시인님 감상 잘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