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가로서 한길을 걸어간 최배달은 전설 같은 일화를 남긴 최강의 파이터였지만 대중의 가슴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언변가이기도 했다. 최배달 어록으로 남겨진 그의 말들은 지금 회자되어도 가슴을 울리는 말들로 채워져 있다. 최배달이 남긴 어록과 함께 그의 실제 육성을 들려드린다.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고 힘없는 정의는 무능이다” 이라크 파병 등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회자된 바 있는 이 말은 실전 공수라는 이름으로 극진 공수도를 창설한 최배달의 사상을 가장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말이다. 극진 공수도가 실전의 힘을 기르고자 하는 이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일본의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를 접하면서 얻는 깨달음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최배달(양동근)의 스승이 되는 범수(정두홍)에게 오륜서를 받아 들며 직접 듣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승리에 우연이란 없다. 천일의 연습을 단이라 하고, 만일의 연습을 련이라 한다. 이 단련이 있고서야 만이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기요즈미 산으로 들어가 두 손가락으로 물구나무를 서고, 소나무를 발로 차 부러뜨리는 등의 수련을 감행한 최배달은 이 단련 위해 눈썹을 한쪽씩 번갈아 밀어버리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간혹 산에 오르던 사람들은 미친듯이 뒤고, 차고, 격파를 하는 그를 일컬어 ‘기요즈미산의 도깨비’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이 시기의 단련이 바로 최배달의 신화를 만든 기본이 되었다.
"지금 싸우고 있는 적이 마지막 적이다. 싸움은 이번 한번뿐이라고 생각하라. 목숨을 건 싸움에서 이번엔 지지만 다음엔 이긴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번에 지면 다음은 없다. 이미 그대는 적에게 죽었기 때문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미국 등 세계 전역을 돌며 격투 여행을 한 최배달이 싸움 전에 늘 되뇌었을 말이다. 극한의 두려움이 들었을 대결마다 늘 마지막 승부의 마음으로 펼친 그가 있었기에 세상은 그를 신화로 기억한다.
“적에게 너의 살을 주고, 적의 뼈를 부수며, 적에게 너의 뼈를 주고, 그 목숨을 취하라. 자신의 안전에 구애 받으면, 이길 수 없고, 진정한 사무라이가 될 수도 없다"
영화 속에서도 보여지지만 맨손과 검의 대결이 된 검귀 료마와의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자신을 향해 날아 노는 검에 자신의 한쪽 어깨를 내어준 것이다. 그리고 어깨를 공격한 료마의 찰나의 빈틈을 이용 최배달은 료마의 명치에 정권을 날렸고 이 짧은 한 순간은 생사의 길을 가로지르게 된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끊임없는 단련과 진검승부를 통해 얻은 경험으로 상대방의 칼이 1.5cm 앞까지 오는 것을 지켜보고 반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검의 동선을 보고 두 손바닥으로 료마의 검을 잡아낸 기술은 오륜서에 남겨진 미야모토 무사시의 말들이 최배달의 실전 전략에 토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이다. 이 기술은 현재 극진가라데에서 수련되고 있다.
“무도의 본질은 싸워서 이기는 것뿐, 실전이 아닌 시합은 춤이나 체조에 불과하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실전공수(實戰空手) 그것 뿐이다"
최배달의 ‘극진공수도’는 나를 수련하여 자신을 이기고 상대를 이기는 것, 최고의 강자가 되고자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공수도에 입문한 이후 상대방을 가격하기 전에 공격을 멈추는 기존 공수도에 회의를 느낀 최배달은 자신의 실전공수를 입증하기 위해 니조 도장을 포함한 일본 내 수많은 고수들과의 대결을 선언하고 ‘도바라야시’ 즉 도장깨기를 시작한다.
이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무도를 입증해 보이는 유일한 길이였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차별 받는 자신을 극복하는 길이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최배달이 수많은 실전을 향해 정진한 이유이다.
”자신이 강함을 추구한다면 강하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
최배달은 무도를 숭상하는 나라 일본에서 자신만의 무도세계를 구축했으며 동시에 자신의 실전공수를 입증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함의 한계를 끊임 없이 넘어섰다. 싸움소와의 대결, 소뿔 자르기, 세계로 이어진 격투 여행은 그 신념의 실현이었다.
“무도의 궁극은 사랑이다”
최배달은 살인 쇼크와 무도에 대한 회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죽음에 이르게 한 검귀 료마의 유족이 살고 있다는가나가와현 하코네산으로 두번째 입산을 감행했다. 영화에서는 료마의 가족 곁에서 평생 사죄할 것을 결심하고 자신을 적대시하는 료마의 미망인과 그의 아들에게 헌신하는 모습이 나온다. 하코네산에서 최배달은 료마 유족에 대한 참회와 무도의 본질, 무도의 필요성에 대한 정신적 수양을 쌓는다.
마침내 그를 적대시하던 유족과의 화해와 함께 최배달은 무도가 사람을 죽이는 것에 쓰이는 것이아니라 사람을 살리데 쓰여져야 함을 깨닫는다. 최배달이 훗날 제자들에게 강조한 이 말은 이 하코네산 수련에서 완성된 것이다.
“고향 산천을 어찌 잊어요, 자기 어머니, 아버지를 어찌 잊어요, 내가 고향산천에 할말은 없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자존심이 있어요”
해방 후 어지러운 정국을 맞이한 조국은 그를 단지 싸움꾼이라고 치부했으며 소를 때려잡는 미치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가 만든 극진가라데가 태권도라며 원조를 운운했고, 일본에 협조한 변절자로 지목해 멸시를 보내기도 했다. 최배달은 한국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에 귀화했다.
그렇지만 그의 일본 귀화는 자신을 외면한 조국에 대한 서운함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일본 청소년들의 우상이었던 그가 ‘일본의 위대한 영웅 10걸’에 선정되자 극진회를 후원하던 사토 전 일본총리가 귀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의 일본명 또한 오오야마 마쓰다츠는 한국명으로 최배달, 배달민족의 뜻이 담긴 이름이었다.
비록 그는 일본으로 귀화했지만 그것을 단순한 일본 국적 취득이라고 설명했으며, 극진가라데 수도인들에게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 밖의 어록 “실전이 아닌 것은 인정받지 못하며 인정받지 못하면 신용을 얻을 수 없게 되고, 신용이 없어지면 존경 받을 수 없다” “세상은 넓고 상수(上手)는 많다. 나 말고 모든 사람이 내 선생이다”
“신용을 잃어버리는 것은 큰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용기를 잃어버리는 것은 자신을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돈을 뒤쫓지 말아라. 돈, 명예, 여자가 뒤쫓아오는 남자가 되어라”
“싸움에 임박해서 필사적이 되는 건 동물적 본능일 뿐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서는 누군들 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랴. 문제는 기필코 이긴다는 신념을 갖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들어라. 귀는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사물을 느낄 뿐이지만 기는 비어있어 무엇이든지 다 받아들이리니…” “잔을 비운다는 것 가지고는 어림없다. 잔을 깨부숴라. 잔을 비운다고 하더라도 비어있는 ‘그대’가 있다면 그 잔은 가득 차 있는 것이다. ‘비어있음’이 그대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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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三流人生 원문보기 글쓴이: 醉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