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중☆ 빨간 벙어리 장갑

[ㅎ ㅕ ㄴ 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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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돋움" size="2" color="white">[ 빨간 벙어리 장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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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돋움" size="2" color="white">"엄마, 나도 장갑 하나 사
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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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돋움" size="2" color="white">나는 단칸방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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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돋움" size="2" color="white">벌서 한 시간이 넘도록 엄마를
조르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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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런 나에게 엄마는 눈길 한 번
안 준 채 부지런히 구슬들을 실에 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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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돋움" size="2" color="white">급기야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내 목적을 달성해 보려고..

face="돋움" size="2" color="white">울먹울먹하는 목소리로 마구 지껄였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씨…딴 애들은 토끼털 장갑도
있고.

face="돋움" size="2" color="white">눈 올 때 신는 장화도 있는데..

face="돋움" size="2" color="white">난 장갑이 없어서 눈싸움도 못
한단 말이야….

face="돋움" size="2" color="white">애들이 나보고 집에 가서… 씨…
엄마랑 같이 구슬이나 꿰래."

face="돋움" size="2" color="white">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왔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엄마의 재빠르던 손놀림이 갑자기
멈춰졌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오섭아, 누가 그랬어? 누가
너더러 구술이나 꿰랬어?"

face="돋움" size="2" color="white">침착하면서도 노여움이 배어 있는
엄마의 목소리에 주눅이 든 나는...

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만 생각에도 없는 말을 계속
내뱉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애들이 그러는데 엄마가
연탄 배달을 하도 많이 해서 내 얼굴이 까만 거래…."

face="돋움" size="2" color="white">나는 미닫이문을 꽝 닫고 나와
눈 쌓인 골목길을 외투도 없이 걸으며..

face="돋움" size="2" color="white">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사실 그런 놀림을 받은 적도 없었고..

face="돋움" size="2" color="white">힘들게 밤낮 일하시는 엄마를
슬프게 할 생각도 없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단지 오늘 점심 시간에 눈싸움을
하다가..

face="돋움" size="2" color="white">장갑이 없어서 손이 조금 시려웠을
뿐이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나 말고도 장갑 없이 눈싸움 한
아이들은 몇 더 있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손을 호호 불어 가면서 하면 까짓
별거 아닌데….

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런데 괜히 엄마를 속상하게
만든 것이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온 몸에
기운이 쭉 빠졌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날 저녁 엄마는 아무 말도 없었고
나 역시 그랬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중학교 다니는 형만 겨울방학에
들떠 혼자 떠들어댔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나는 낮에 엄마를 속상하게 한
일을 용서받고 싶었지만...

face="돋움" size="2" color="white">저녁상 물리고 자꾸만 졸음이
몰려와 아랫목에서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날 밤 엄마는 내 머리맡에서
밤새 구슬을 꿰는 것 같았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오섭아, 이거 끼고 학교
가거라."

face="돋움" size="2" color="white">다음 날 아침 미적미적 학교갈
준비를 하는 나에게..

face="돋움" size="2" color="white">엄마는 빨간색 벙어리 장갑 한
켤레를 건네주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엄…마…."

face="돋움" size="2" color="white">장갑의 손등엔 하얀 털실로 작은
꽃모양까지 수놓아져 있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장갑을
받아들고 학교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날 오후,

face="돋움" size="2" color="white">학교를 다 마친 뒤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며 언덕을 오르는데..

face="돋움" size="2" color="white">저만치서 연탄을 나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너무나 반가워 엄마에게 달려가...

face="돋움" size="2" color="white">빨간 벙어리 장갑을 낀 손으로
엄마의 목에 매달렸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집에 가서 아랫목에 있는
밥 꺼내 먹거라."

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러면서 내 얼굴을 만져 주는
엄마의 차가운 손.

face="돋움" size="2" color="white">다시 손에 끼우시던 엄마의 장갑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랐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 추운 겨울 날씨에 차디찬 연탄을
나르시면서...

face="돋움" size="2" color="white">엄마는 낡아빠져 여기저기 구멍이
난,..

face="돋움" size="2" color="white">얇은 고무장갑 하나를 끼고 계셨던
것이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시간이 흘러 철이 들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겨울이면 연탄 공장에서 성탄절
선물로...

face="돋움" size="2" color="white">고무장갑 안에 끼라고 배급해
주는..

face="돋움" size="2" color="white">붉은 털장갑을 풀어...

face="돋움" size="2" color="white">밤새 내 벙어리 장갑을 짜 주셨다는
것을….

face="돋움" size="2" color="white">실이 얇아 이중으로 짜야 했기에
하룻밤 꼬박 새워야만 했다는 것을….

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후 내가 지어낸 악의에 찬 만들에
대해..

face="돋움" size="2" color="white">어머니께 용서를 구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face="돋움" size="2" color="white">나는 손이 커져 손가락이 장갑
안에서 펴지지 않을 때까지...

face="돋움" size="2" color="white">겨울마다 그 장갑을 끼고 또 끼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리고 결혼할 때 나는 내 처에게
뜨개질을 잘 하느냐고 물어 보고..

face="돋움" size="2" color="white">그 이야기를 해 주었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쌀쌀한 아침저녁의 기온이 또다시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려 주던 어느 날.

face="돋움" size="2" color="white">어디서 사 왔는지 뭉실뭉실한
털실 세 뭉치를 바구니에 담으며..

face="돋움" size="2" color="white">아내가 넌지시 내게 말했다.

face="돋움" size="2" color="white">"올 겨울에는 어머님께 따뜻한
털스웨터 한 벌 짜 드리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