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교단의 통합 총회에 다녀와서…
오늘 2018년 11월 20일 오전 11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두 교단의 통합인준을 결의하는 총회가 열렸다.
내가 아는 바를 말하자면, 기하성 교단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넷으로 나뉘어 있다:
1. 서대문측(총회장 정동균 목사)
2. 여의도측(총회장 이영훈 목사)
3. 신수동측(총회장 김서호 목사)
4. 광화문측(총회장 함동근 목사)
오늘 통합은 1번과 2번 교단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다. 나머지 두 곳과의 통합도 장차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나와 우리 교회는 1번에 속해 있다. 1번에 속한 목회자들은 오늘 오전 10시 30분에 모여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가 만든 양해각서를 인준하는 결의를 했다. 재적인원 436명 중 350여 대의원이 참여하여 그 중에 세 사람의 반대와 함께 통과되었다.
2번에 속한 목회자들은 만장일치로 통합을 결의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두 교단은 하나의 행정, 재정으로 운영되며, 앞으로 4년 동안은 기존의 임원들이 통합을 완성하기 위해서 계속 직임을 맡기로 했다. 통합총회의 대표총회장은 이영훈 목사가 맡기로 했다.
내년 5월 20일에 통합 헌법이 다시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게 통합을 위해 4년이라는 시간을 가지고 점차적으로 하나되자는 취지다.
1번과 2번 두 교단은 각각 임시총회를 갖고 난 후에 한 자리에 모여 통합 인준을 감사하여 예배를 드렸다. 메시지도 그렇고 축사도 그렇고 모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강력한 성령운동을 일으켜 조국교회의 일치에 기여하자는 것이었다. 심지어 한반도의 통일의 초석이 되자는 결의까지 한다.
나는 오늘 총회와 감사예배에 참석하고 나서 다음의 몇 가지 생각을 해 본다:
1. 우리 교단이 부르짖는 성령운동은 그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성령을 누가 옮길 수 있는가? 성령을 어떤 교단이 소유할 수 있는가? 도리어 우리가 성령의 인도를 따라야 하지 않을까?
2. 예루살렘 성전의 웅대함과 화려함을 자랑으로 여기던 제자들과 유대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예수님은 그것의 허약함과 황폐를 미리 보셨다. 그런데 오늘 교단에 속한 교회의 수를 늘리는 결의를 하고 집에 돌아오니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운영하는 미국의 베데스다신학교에 대한 뉴스타파의 특집기사가 인터넷에 뜬다. 이것이 세계최대의 교회라고 자부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실체가 아닐까? (11월 22일 뉴스타파는 베데스다 신학교 관련 두 번째 기사를 올렸다. 11월 23일자 세 번째 기사: 차명부동산)
3. 어쩌면 우리 교단의 가장 큰 문제는 내실을 기하지 않고 재정적으로 그리고 교단의 규모면에서 덩치를 키우려는 것이 아닐까? 진리 안에서 하나되는 것이 아니면 헤롯의 성전과 같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내실을 기하자는 말은 우리가 믿고 가르치는 신앙 내용을 점검해 보고 그것이 우리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가치관인가 하는 점을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다.
4. 우리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그리고 그 성장 과정을 보면서 자라왔다. 그런데 그 성장의 결과 맺은 열매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그 열매는 한국 사회로부터 썩은 열매라고 지탄을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상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조용기 목사를 따라 그려온 낡은 그림을 폐기하고 우리의 미래를 열어갈 새 그림을 그려야 한다.
5. 우리의 설교가 서당에서 초동(樵童, 땔나무를 하는 아이)을 가르치는 훈장의 교훈 수준에 머물러서야 어떻게 하나님의 나라를 세울 수 있겠는가! 오늘 이영훈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1)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이 자기를 부인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2)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예수님을 따르는가? (3)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그렇게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가? 목회자들의 모임이라면 조선시대의 경연(經筵)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훈계조의 잔소리 수준은 넘어서야 할 것이다! 어쩌면 현재 우리 목회자들의 수준이 초동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당연히 들어야 할 말을 들은 것이다.
6. 개신교회가 한국사회에 줄 수 있는 긍정적인 기여가 국회의 법률제정에 반대하는 것인가? 사립학교법과 차별금지법은 개신교회가 대표적으로 입법을 반대한 법안들이다. 목회자들의 삭발식과 단체행동 등의 일은 현재 개신교회의 의식수준을 반영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7. 목회자들이 먼저 하루 정도 세상의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불러 그들이 바라보는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어떨까? 우리의 마이크를 내려놓고 그들이 지적하는 문제를 겸허히 수용하여 그것을 안고 씨름할 때 우리에게 희망의 문이 열리지 않을까 나는 생각해 본다. 어쩌면 목회자들이 돌을 들어 스데반을 치듯 그런 일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그게 무서우면 우리들끼리라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 교리든, 행정이든, 그 무엇이든 물어보고 따져보고 바르게 세워보고자 하는 모임들을 가질 수 있다면 어쩌면 우리의 통합이나 개혁은 좀 더 쉬워질 수도 있다.
오늘 총회에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3만원씩 점심값이 주어졌다. 기쁜 마음으로 받아왔다. 하지만 마음에 일어나는 이 무거운 마음은 무슨 까닭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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