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진보정치통합 권고안과 진중권의 편견
송재영 민주노동당 민생희망본부장
2008-12-25
최근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치세력 통합 권고안에 대해 논의하자 진중권씨가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진씨 비판의 핵심은 민주노총이 양당 통합이 안 될 것을 뻔히 알면서 명분을 챙기기 위해 통합을 제의하는 것이고, 통합의 장애물은 오히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이므로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라면 먼저 배타적지지 방침을 철회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이번 민주노총 통합권고안은 단순히 명분쌓기용 인가? 그래서 당사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그냥 정치선언식으로 언론플레이 한 것인가?
사실상 당이 쪼개지자 현장도 짝 찢어졌다. 상층은 서로의 정견에 따라 특히 지식인들은 양당으로 찢어져 정치생활을 계속하니까 별 상관은 없어 보이지만 현장은 진보정당 자체에 대한 혐오와 냉소주의가 급속히 번지면서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과는 상관없이 민주노동당이건 진보신당이건 설자리가 없어진 심각한 상황이다
당원 확대는 커녕 침체의 늪으로 빠지고 있고, 분회 활동이 불능에 빠지고, 세액공제 등을 통한 재정사업이 파탄 지경에 빠진 상황에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선거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럴 때 노동조합 지도부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활성화시켜야 하는 집행부의 정치사업 고민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파탄난 현장 정치활동을 복원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대중적으로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진보정치로부터 떠난 노동자 대중의 마음을 되돌아 오게 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는가.
그것이 바로 통합적 진보정치세력 구축이다.
따라서 이번 통합권고안은 현장 노동대중의 분열과 냉소주의라는 파탄상태의 현장정치를 보면서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해 왔던 현장 정치 방침의 새로운 모색과 혁신을 고민한 대중적 요구의 발로이다. 이것을 민주노총이 배타적지지 방침을 고수하려는 꼼수나 정치적 술수 정도로 보는 것은 현장 노동대중의 현황과 정서를 몰라도 너무도 모르는 관념주의, 반민중적 정파사상의 발로이다.
나는 설사 내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통합권고안이 승인된다고 하더라도 두 정당이 곧바로 통합되리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권고안이 매우 유의미한 이유는, 첫째, 노동대중에게 진보정치의 희망과 생명의 따스한 빛을 다시 비추고 주체적 활동의지를 마음에서부터 샘솟게 하여 노동 현장정치활동을 새롭게 전개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고, 둘째, 지난 촛불 때의 역사적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내년에 민중의 폭발적 분출과 연계된 진보정치세력의 통합적 투쟁체나 정치조직적 기반을 조성해 나가며, 셋째, 당장 두 당을 포함하여 진보세력이 통합정당을 형성하지는 못할지라도 내년 4월 울산, 은평 등지의 재보궐 선거, 2010 지방선거에 대응해 진보적 정책연합을 중심으로 선거연합, 후보연합의 경로를 통해 진보대연합이라는 대중적 합의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민주노총의 통합권고안은 진보정치세력의 힘을 집결시켜 반동화되어 가는 반민생 이명박정권과 신자유주의정책에 힘 있게 대응하라는 민중과 시대의 요청이다. 동시에 내년 4월, 10월 재선거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정책연합, '시민참여경선제'를 통한 후보단일화 등을 포함하여 능수능란한 선거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정치적 토대를 조성해나간다는 매우 소중한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민주노총의 진보정치통합 권고안을 폄훼하거나 과거의 편견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두 정당의 할 일은 이러한 정치방침 논의를 받아 안고 제 진보정치세력의 원만한 조정과 숙의에 들어가는 지혜로운 대책 강구에 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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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씨 글]
민주노총에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통합을 권고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 그런 얘기가 오갈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쪽에서 이런 얘기를 언론에 터뜨릴 때까지 진보신당에서는 아무 얘기도 못 들었다는 겁니다.
이것으로 보아 민주노총에서 언론 플레이를 통해 하려고 하는 일은, 진짜로 통합을 위해 진지한 제안을 한다기보다는, 그 동안 민주노동당 측에서 계속 해왔던 얘기('다시 합치자'), 그리고 최근 진보대통합에 관해 강기갑 의원이 한 발언('진보정당도 해체할 수 있다')과 같은 맥락 속에서, 외곽에서부터 압력을 넣어 보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되든, 안 되든, 명분은 챙기겠다는 얘기겠지요.
그 동안 민주노총은 '진보신당 고사작전'을 방불케할 만큼 무리한 방식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실천해 왔지요.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이상, 괜히 진보신당에 눈을 돌려야 할 이유가 없겠지요. 민주노동당이야말로 자신들이 조직적 결의에 의해 만든 정당이고, 또 자신들이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니까요. 이제 와서 '진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자신들이 그 동안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던 정당에게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는 것은 심각하게 주제를 넘은 행위라고 봅니다. 실현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제안을 언론에 먼저 던져놓는 심사도 별로 순수해 보이지 않구요.
민주노동당에서 진보신당이 분당되어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았다면, 민주노동당과 다시 합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 겁니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만약에 자기들이 진정으로 진보의 통합을 원한다면, 일단 '진보'라는 이름으로 민주노동당만을 배타적 지지하면서, 진보신당을 의도적으로 배제해온 기존의 방침을 철회해야 합니다.
이미 두 개의 진보정당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복수의 진보정당을 인정해야 하는 거죠. 일단 그렇게 진보신당의 존재를 인정해 둔 다음에, 두 정당이 구체적 사안을 놓고 어떻게 협력을 할지를 논하는 게, 사리에도 맞고, 더 현실적이며, 나아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야말로 진보정당이 두 개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하나만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방침을 통해 진보의 분열을 조직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실천해 왔지요. 그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진보의 통합을 원한다면, 그 분열주의적 방침부터 철회하고,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하고, 실천가능한 형태로, 그러니까 두 정당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그런 방식으로, 진보진영의 단결을 위한 실천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당에서는 민주노총 지도부에 이렇게 역제안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지지는 현장의 다양한 정치적 입장과 의견을 무시하고, 상층부 중심의 정치활동만 인정하겠다는 과오를 또다시 범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현장 진보정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내부 혁신을 하지 못하고 특정정파, 특정사업에 지나치게 편중된다면 현장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습니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을 진보정치대연합=진보대연합정당 건설 방침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애초 배타적 지지방침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민주노동당 건설, 그리고 보수양당 지지 분위기 제압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분열된 조건에서 이를 고수하기 보다 통합 진보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으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방침만 철회시키고 보자는 것은 백가쟁명, 백화제방을 초래하고, 민주당 비판적 지지나 한나라당 지지 움직임을 허용해 현장을 더욱 분열시키는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민주노동당에 함께 있을 때는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의 최대 수혜자로 과실을 따먹다가 진보신당을 차려 나가면서는 "내가 못 먹으니 너도 먹지마라"는 너무 비겁하고 얄팍한 속셈이며 뻔뻔한 논리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 때문에 실패했단 말인가? 노동자 탓이고 민주노총 탓인가? 저런 말도 안되는 단세포적 생각을 가진 자들이 민주노동당의 상층에 있었단 말인가? 함께 먹다가 내가 못 먹으면 남도 못먹는다는 사이코패스같은 비열함에 구역질이 난다. 민주노총 배타적 지지방침은 '민주노총당'이라고 비난하며 탈당한 자들이 민주노총의 지지나 노동자들의 지지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민주노총당'을 만들어야 한다. 실질적인 노동자 당을 만드러야 하며 정파들에게 휘둘리는 노동자 당이 아니라 민주노총에게 휘둘리는 노동자 당, 노동자들에게 휘둘리며 노동자들이 주인행세할 수 있는 당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 중심성과 계급성을 갖춘 노동자 당만이 해법이며, 노동자를 우습게 아는 정파정치와는 결별해야 한다. 대통합당을 촉구하고 2010년까지 분열정치로 실망을 안겨준다면 민주노총당을 따로 만들어 분열책임자를 몰아내는 인적청산이 불가피하다. 더이상 노동자계급의 분열을 촉진시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