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가? 생시인가?
일본에서 대체현실 시스템 개발돼
2012년 07월 26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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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접몽'은 현실과 꿈의 구별이 안 되는 경우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FreeImage |
상상속에서나 가능했던 ‘호접몽(胡蝶夢)’의 모호한 영역이 마침내 과학으로 밝혀질 수 있을까? 호접몽이란 중국 고대의 사상가인 장자(莊子)가 꿈에 호랑나비가 돼 훨훨 날아다니다가 잠이 깨고 나서, 자기가 꿈에서 호랑나비가 됐던건지, 호랑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 이야기에서 나온 말로, 현실과 꿈의 구별이 되지 않는 경우를 표현할 때 주로 인용된다. 그런데 최근 이 호접몽과 같이 사람들에게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구별 없이 체험시킬 수 있는 실험장치가 일본에서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과학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이화학 연구소가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연구에 적용하던 기술을 응용하여 만든 ‘대체현실 시스템(Substitutional Reality System)’이 바로 그 것.
가상현실과 다른 개념의 대체현실
대체현실(substitutional reality)은 가상현실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가상현실은 인공적으로 만든 상황을 실제인 것처럼 사람들에게 체험시킬 수 있지만, 원래 체험 내용이 인공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체험하고 있는 사건을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믿어 해석하지는 않는다. 반면, 상식적으로 전혀 이치에 맞지 않아도 당연히 현실인 듯 간주해 버리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대체현실이라 부른다. 일상생활에서도 대체현실을 종종 체험할 수 있는데, 바로 꿈이다. 꿈속에서는 기상천외하고 황당한 일이 많이 일어나지만 꿈을 꾸고 있는 동안에는 그 이상함을 깨닫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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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영상과 실시간 라이브 영상을 결합한 장치가 대체현실 시스템이다. ⓒ이화학연구소 |
하지만 우리의 뇌는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은 확실한 ‘현실’이라고 강하게 믿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일어나면 기분 탓이나 착각 탓으로 돌려 이치에 맞도록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의 대체현실 연구는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메타인지(metacognition)', 즉 자신의 체험을 현실이라고 믿는 생각의 구조나 그런 현실에 대해 의혹을 품었을 때 발생하는 고차원적 인지 기능으로 인해, 기술적 한계에 봉착해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영상을 결합한 대체현실 시스템
과학전문 매체인 ‘Scientific Reports'는 최근 소식을 통해 이화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대체현실 시스템은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와 헤드폰을 사용해 미리 촬영해 둔 과거의 영상과 실시간 라이브 영상을 결합한 장치라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파노라마로 촬영된 영상과 피험자(被驗者)의 두뇌 움직임을 연동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영상을 전환하고 타이밍을 조절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피험자가 과거의 장면을 실제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로 믿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가상현실과 확장현실(Augmented Reality) 연구에서 사용되던 장면 촬영 기술인 360° 전방위의 영상을 촬영하는 파노라마 비디오 카메라를 이용했는데,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에 설치한 검출 센서와 연동시켜 과거 장면을 체험하고 있을 때도 피험자가 자유로운 방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음성의 방향과 질을 변화시키지 않도록 과거 장면의 음성 녹음 재생과 라이브 장면의 음성 입력에는 피험자의 곁에 놓인 같은 마이크를 이용했는데, 이렇게 하면 라이브 장면과 과거 장면의 체험은 서로 ‘지각적(知覺的)’으로 거의 동등하게 된다.
뇌기능으로의 접근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
이후 대체현실 시스템을 이용하여 행동 실험을 실시했는데, 우선 피험자들에게 라이브 장면을 보여준 후 편집한 과거 장면도 보여줬다. 모든 피험자가 사실은 눈앞에 없는 인물을 있는 것이라고 믿은 채로 실험에 임했으며, 라이브 장면과 과거의 장면을 몇 번씩 교차로 보여주자 피험자는 자신의 체험이 현실인지 아닌지를 점점 구별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자, 라이브 장면을 과거 장면이라고 믿는 것과 그 반대의 상황도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런 대체현실 시스템의 연구결과가 장면의 내용을 변경시킴에 따라 피험자의 주관적인 체험을 현실로 믿게 하거나 의심하게 하는 등의 조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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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노라마로 촬영된 영상과 피험자의 두뇌 움직임을 연동한 대체현실 시스템의 원리 ⓒ이화학연구소 |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된 대체현실 시스템에서는 라이브 장면과 과거 장면을 주관적으로 동일하게 체험할 수 있어 체험자의 주관적 현실을 조작하는 완전히 새로운 구조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픽션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아이디어를 대체현실 시스템으로 실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팀은 대체현실을 소재로 한 픽션으로서는 매트릭스(Matrix)나 인셉션(Inception)이라는 SF 영화가 유명하다면서 픽션의 세계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대체현실 시스템을 실현할 수 있으면 지금까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메타인지를 포함한 인간의 복잡한 고차원적 뇌기능으로의 접근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현실을 임의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심적 질환에 대한 새로운 타입의 심리 요법으로서의 전개도 생각할 수 있고 철학의 의문을 탐구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이용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 펀글 <
첫댓글 과학 기술은 어디까지 왔능강?
위에 까지 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