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회의 10월 문학 기행은 윤동주 문학관으로 갔다.
10시30분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9명(류영자, 최혜순, 류숙자, 박송희, 김재도, 김종근, 허복례, 강여진, 채기병)이 모였다.
버스를 타고 창의문에서 내려 길 건너에 있는 윤동주문학관으로 갔다.
문학관 건물은 과거 수도 가압장으로 사용하던 것을 리모델링하여 만들었다.
문학관의 겉은 하얀색인데, 젊은 나이에 죽은 윤동주의 순수성을 나타내는 것 같다. 출입구에 윤동주의 ‘새로운 길’이 벽면에 새겨져 있어서 같이 낭독을 하고 들어갔다.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1938년 5월 10일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같은 길을 걸어간다 해도 늘 새로운 길이다. 윤동주 문학관으로 가는 이 길도 새로운 길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윤동주문학관에 대한 설명이 벽면에 크게 한글과 영문으로 쓰여 있고, 바로 제1전시실로 연결된다. 제1전시실은 시인의 유품과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한쪽 벽면엔 윤동주 시인의 애송시들이 다른 쪽 벽면에 책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 가운데는 우물이 있다. 시인의 생가에 있던 우물을 복원한 것이란다.
제1전시실 바깥 쪽 베란다와 제2전시실에는 윤동주 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린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중고생들이 시에 맞는 그림을 그려서 공모를 했고, 수상작이 전시되어 있다. 학생들의 그림 솜씨와 시에 맞는 적절한 아이디어가 좋았다.
제2전시실은 ‘열린 우물’로 물탱크의 천장을 뜯어내어 마치 우물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디자인한 곳이다. 올려다보니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사각의 우물에 갇혀 있다. 한쪽 벽면엔 전에 물탱크로 들어가던 입구와 철사다리 흔적이 남아 있다. 벽면은 두 층으로 되어 있는데, 아래쪽은 물탱크의 물 자국이 남아 있고, 새로 쌓아올린 위쪽은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다. 과거와 현재가 시간이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제2전시실에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3전시실이 나온다. 이곳은 ‘닫힌 우물’로 물탱크 그대로 살려서 묻을 닫으면 어둠에 휩싸인다. 바닥에 놓여있는 작고 낮은 의자에 앉으면 벽면에 윤동주 시인의 삶과 죽음의 영상이 나온다. 어린 시절부터 죽을 때까지 삶이 그의 시와 함께 영상으로 나오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그가 얼마나 시를 좋아했고, 우리말과 조국을 사랑했는지 느낄 수 있다. 영상을 보고 다시 제2전시실로 나오면 어둔 곳에서 나와서 그런지 하늘이 아까보다 더 파랗고 밝게 보였다.
이소진이라는 건축가는 이 버려진 상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를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나오는 우물의 이미지로 재탄생시켰다. 제1전시실의 복원된 ‘우물’, 제2전시실의 ‘열린 우물’, 제3전시실의 ‘닫힌 우물’로……
자화상
산 모퉁이를 돌아 누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이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래도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단체로 온 사람들이 주를 이뤘는데, 학생들도 많고, 어른들도 많이 왔다. 가까운 곳에 이런 문학관이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 윤동주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문학관을 나와 윤동주 시인의 언덕으로 향했다. 시인의 언덕엔 가장 유명한 애송시인 ‘서시’가 큰 돌에 세로로 새겨져 있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인의 언덕에는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일제강점기에 시인도 이 바람을 맞으며 이 언덕을 올랐을 것이다. 여기서 시를 쓰고, 나라를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시인의 언덕에 모여 앉아 조금씩 싸온 과일(포도, 사과)과 떡, 고구마, 삶은 콩, 호두를 먹으며 가을날의 소풍을 즐겼다.
이어 청운문학도서관에 갔다. 한옥으로 지어진 도서관 건물은 주변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아늑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고즈넉이 책을 읽고 산책을 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2층은 멋진 한옥인데, 세미나를 하거나 조용히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1층은 시, 소설, 수필 위주의 문학 서적으로 가득찬 도서관과 그 옆에 어린이 도서관이 따로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경후식으로 행사를 다 마치고 30분 정도 걸어서 통인 시장으로 갔다. 통인 시장은 도시락으로 특화된 시장인지,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다. 도시락 같은 것을 들고 다니면서 음식을 주문하고, 다니거나 서서 먹었다. 우리는 복잡한 시장통을 지나 한적한 골목길에 있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다들 맛있다고 하는 소머리국밥집으로 향했다. 방송에도 많이 나온 모양이었다. 넓지 않고 조금 투박한 식당인데, 소머리국밥의 국물 맛이 좋았다. 2차는 좀 더 품위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작가시선 1호집의 제목을 정하고, 여러 가지 발전적인 얘기를 나눴다.
첫댓글 멋진 문학기행이셨네요~
청와대 가는길 시위현장 때문에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봄에 다른 문우님들과 다녀온 길 그대로 다녀오셨네요~
저희는 시인의 언덕 팔각정에서 시낭송과 문학토론하고 왔었거든요~
동주와 함께 한 시월의 어느날!
참석하신 모든분들 아름다워요~♡
이미 다녀오셨군요. 시위와는 아무 지장이 없었습니다.
조촐하게 산책했던 문학관과 청운 도서관으로 그리고 삶이 웅성이는 시장통을 걸어보며 하루의 가을을 채웠다
안내 해 주신 채기병 회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같이 하시니 힘이 됩니다.
부득불 함께 못한 저를
위해서 이렇게 소상히
올려 주신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아쉬움과 감사를 올립니다
도여 회장님~!
감사합니다. 같이 못한 것이 참 아쉽습니다.
작가 회장님 벌서 소상히 올리셨내요
어제는 가을 했살과 더불어 즐거 운 기행 행복 했습니다.
인솔 하시느라 수고는 덤으로 소머리 국밥에 말아서 꿀꺽
가을이 저물기전에 한번더 짬을 냅시다 감사합니다.
회장님이 함께 하시니 분위기가 더 좋았습니다.
다리도 아프신데 다니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