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진 기술의 경계, 첨단기술을 주고받는 항공기와 자동차

[김종문 목사]

허물어진 기술의 경계, 첨단기술을 주고받는 항공기와 자동차

작성일: 2017-03-24 19:09:50

조문곤 항공전문기자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산업이라면 단연 항공 기술이 꼽힌다. 항공기나 우주선은 극한의 환경조건에서 극단적 성능과 내구성을 발휘해야 하는 만큼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요구되는 기술적 수준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산업분야 역시 첨단화되면서 산업간 기술경계가 허물어졌고, 특히 산업파급력이 큰 자동차 기술은 항공 기술이 가장 광범위하게 녹아 들어간 분야가 됐다. 이 글에서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항공 기술과 하늘로 올라간 자동차 기술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항공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이며 스웨덴 사브의 경우 한 때 비행기와 자동차를 같이 만들던 회사였다. 프로펠러를 상징하는 로고에서 알 수 있듯 오늘날 전 세계를 호령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 하나인 BMW는 본래 비행기를 만들던 회사였다.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출발해 제1·2차 세계대전에서 군용을 중심으로 크게 발달했으며 종전 후에는 전쟁기간에 힘입은 발달을 디딤돌로 첨단화를 달렸다는 점에서 항공기와 자동차는 산업과 기술측면에서 비슷한 역사의 흐름을 공유하고 있다.

■ 자동차에 적용된 항공우주기술

• 차량용 헤드업 디스플레이Automotive Head- Up Display

[사진 1] 오늘날 수송기, 폭격기와 같은 대형 군용기와 여객기에서도 HUD는 보편화된 장비다. 사진은 오버헤드콘솔로부터 내려오는 HDD형태의 HUD의 모습이다.

항공 기술 중 자동차에 적용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Head-Up Display일 것이다. HUD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하던 전투기들이 기총을 조준하기 위한 반사경reflex sight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종전 후 영국 해군과 미 해군에 의해 현대적인 HUD의 구조와 기술을 갖추게 됐으며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전투기가 갖춰야 하는 필수장비로 자리매김했다. 전투기뿐만 아니라 수송기나 폭격기, 심지어는 민간 여객기들도 같은 장비를 갖추어 가는 추세다. 다만 구조상 조종석의 전방 오버헤드콘솔(조종석 천정 부분)에 장착되어 필요시 내려서 사용하기 때문에 HDDHead Down Display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HUD의 형태는 기종에 따라 구조적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모든 항공기가 HUD를 갖추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HUD가 보편화 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조종사의 상황인식능력을 향상시키고 업무량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다. 조종사가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서도 전방을 보면서 각종 비행정보 및 상황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특히 긴급 상황에서 HUD는 큰 힘을 발휘한다. 또한 항공기에 탑재되는 각종 항전장비의 양이 크게 늘면서 조종사에게 제공되는 정보량도 대단히 많아졌다. 이 많은 정보들을 조종사가 매 순간순간 다 알 필요는 없다. 따라서 HUD에 비행과 상황에 관한 가장 핵심정보만을 투영하여 업무량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사진 2] 세계 최초로 차량용 HUD를 채용한 미국 GM의 1988년형 올즈모빌 커틀라스 슈프림과 HUD의 모습

HUD가 탑재된 양산차를 세계 최초로 내놓은 것은 1988년 미국의 GM이었다. 하지만 차량용 HUD는 너무 시대를 앞선 나머지 보편화는 되지 못하다가 2001년 도요타, 2003년 BMW에서도 HUD를 채택함으로써 급속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원가 때문에 탑재가 어려운 경차나 소형차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추세다. 초창기 단순히 속도를 전방 유리에 투영해 단색으로 보여 주던 HUD는 차량에 탑재되는 편의장비 종류가 많아지면서 시현하는 정보의 종류도 많아지고 컬러화를 이루고 있으며 그 크기도 점차 커지는 추세다. 2017년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데뷔한 렉서스의 플래그십 세단 2018 LS의 경우에는 무려 24인치의 HUD가 장착되는데 이는 현존하는 최대크기의 HUD가 된다.
도로환경이 점점 복잡해지고 다양한 편의장비 때문에 운전자의 시선이 분산되기 쉬워지면서 HUD는 운전자의 전방주시와 인지판단력을 돕는 안전장비의 일종이 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HUD에 나이트 비전Night Vision을 결합해 밤이나 안개 낀 도로를 주행할 때 보행자나 안전위해요소를 식별해 시현하는 기능도 추가되고 있다.
이처럼 차량용 HUD는 편의성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운전에 크게 기여하는 안전장비로써의 역할을 겸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선호되는 장비가 되고 있다. 또한 24인치에 달하는 HUD가 등장한 이상 HUD는 각 메이커의 플래그십 세단을 중심으로 그 크기가 점점 더 대형화될 것이 확실시 된다.

[사진 3] 최근 HUD는 증강현실을 조합해 운전자로 하여금 높은 인지판단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HUD에 증강현실을 조합해 밤과 낮, 안개 등의 기후조건에 관계없이 운전자에게 가장 명확한 전방시야를 제공해 주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알루미늄 차체

항공 기술이 적용되는 자동차 분야는 비단 장비 측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가장 근원적인 부분인 소재부분 역시 항공기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된 예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알루미늄이다. 알루미늄은 철에 비해 가볍고 강도가 크며 부식에 강해 항공기 동체 소재로 널리 쓰였다. 그러나 철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용접이 어려워 자동차에는 그다지 널리 쓰이지는 않았다. 그러다 연료효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자동차 업계에 차체무게를 줄이는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2010년을 전후로 차량에도 알루미늄 적용비중이 크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같은 엔진기술에 대한 환경규제가 점점 가혹해지면서 엔진만으로는 연비를 높이는 데에 한계에 직면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차량 무게를 100kg 줄이면 100km당 최대 0.5ℓ의 연료를 절감할 수 있고 그만큼 연비가 개선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감소한다. 최근 자동차의 주요 세일즈 포인트가 된 연비 향상으로 더 많은 판매량을 기대할 수 있으며 환경 규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결국 제작원가 상승을 감수하더라도 자동차에서 알루미늄 소재 확대는 필연적인 추세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극단적인 경량화를 위해서는 항공기에서도 점차 적용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탄소섬유 등 복합재를 적용하기도 하지만 제작원가가 워낙 높아 3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슈퍼카들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므로 역시나 대세는 알루미늄이다.

[사진 4] 제작이 어려운 데다가 차량경량화가 자동차산업의 화두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을 시절인 1994년에 100% 알루미늄 차체를 적용한 아우디 A8의 차체 조립도. 시대적으로 상당히 앞선 기술선도였다 할 수 있다.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차체에는 알루미늄 합금형태로 적용되며 제작방식은 특수용접 기술을 적용하거나 수천 개의 알루미늄 리벳으로 체결한다. 다만 알루미늄 차체는 제작원가를 감안해 전 라인업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각 메이커들의 최고가 라인업인 플래그십 세단을 중심으로 적용비율이 높다. 세계 최초로 100% 알루미늄 차체를 적용된 차량은 아우디의 플래그십 세단 A8인데, 등장 시기가 무려 1994년의 일이다. 아우디는 알루미늄 차체 기술을 일찌감치 선도했으며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세단들은 차량 경량화가 화두가 되기 시작한 2010년을 전후로 100% 알루미늄 차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연비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픽업트럭도 알루미늄 차체 확대 추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픽업트럭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포드는 2014년 말 100% 알루미늄 차체로 제작된 2015년형 F-150 픽업트럭을 내놓았다. 전작 대비 무게는 무려 320kg을 줄여 20% 이상의 연비향상을 이루어 냈다. 픽업트럭이 가장 선호되는 시장은 바로 미국인데 전통적으로 연비에 크게 개의치 않는 미국시장, 그것도 연비와 무관한 픽업트럭에서 100% 알루미늄 차체가 적용된 것은 앞으로 자동차 설계에서 알루미늄 적용이 얼마나 확대될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 라이더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센서

현대 항공기의 필수적인 항전장비 중 하나인 레이더는 인간의 눈으로 비유될 수 있다. 레이더파를 방출해 되돌아오는 정보를 계산·분석해서 레이더 사거리 내에 있는 다른 항공기의 움직임과 크기, 진행 방향 등 주요 정보를 조종사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전투기에 주로 적용되다가 현대 항공기들이 다목적화되면서 거의 모든 군용기가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민간 항공기 역시 목적에 따라 레이더를 탑재하면서 레이더는 HUD와 함께 항공기의 필수장비가 됐다.
항공기의 레이더 기술은 라이더라는 이름으로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다. 라이더 센서는 레이저 혹은 레이더파를 전방으로 보내 반사되어 돌아오는 신호를 측정해 차량 전방의 각종 물체의 위치와 속도를 산출하는 계측장비다. 오늘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로 대표되는 안전 및 편의 장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ACC는 주로 자동차의 프론트 그릴이나 그 주변부에 부착된 라이더 센서를 이용해 운전자가 설정한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앞차가 멀어지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가속해 따라붙고 앞차가 가까워지면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작동시켜 차간 거리를 넓히는 방식이 연속되는 것이다. 덕분에 ACC가 활성화되면 운전자는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을 필요도 없이 탄력적인 정속주행이 가능하다.

[사진 5] 최근 출시된 차량의 전방 그릴에는 플라스틱 판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플라스틱 판 뒤쪽에 라이더 센서가 위치한다. 벤츠의 경우처럼 엠블럼 속에 라이더 센서를 숨겨 일체감을 강조하는 메이커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 6] 라이더 센서는 초창기 앞차와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다양한 카메라 장비들과 조합해 주변 도로환경을 모니터하고 운전자의 주행을 돕는다.

특히 라이더 센서는 안전장비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앞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아 차간거리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면 라이더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급브레이크를 작동시켜 차량을 완전히 정지시킬 수도 있다. 돌발 상황에 운전자가 대처하지 못하면 라이더 센서가 차량으로 하여금 스스로 대처하고 운전자와 차량을 보호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초창기 ACC는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데에 그치는 기능에 한정되어 도요타와 미츠비시 등에서 상용화된 바 있다. 하지만 앞차가 정지하거나 돌발 상황에 따른 급정지 등 안전장비의 역할을 겸하는 현대적 의미의 ACC는 1998년 벤츠에서 디스트로닉Distronic이라는 명칭으로 세계 최초로 상용화 됐다.
ACC는 편의장비와 안전장비를 겸하게 됨으로써 매우 선호되는 장비가 되어 최근에는 준중형급 이상이면 선택할 수 있는 사양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ACC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1으로 일컬어지는 각종 안전운전 시스템 및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결합되어 자율주행시스템의 핵심 장비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이 완전 무인 자율주행에 초점을 맞추어 가고 있음을 비추어 볼 때 차량용 레이더인 라이더 센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혁신적인 형태와 기능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 확실시 된다.

• 스포일러Spoiler

[사진 7] 착륙하는 여객기의 주익 상단에는 항상 스포일러가 전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포일러는 항력을 늘려 에어 브레이크 역할을 하며 날개 위로 지나가는 공기를 아래로 누르는 역할을 한다.

항공기 주익 상단에 위치하는 스포일러는 항공기가 고도를 낮추거나 착륙 시에 전개되어 주익 상단을 지나는 공기의 흐름을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 전투기는 아예 에어 브레이크라는 이름으로 착륙할 때라든지 기동 중 급감속을 위한 제동장치의 일종으로 갖고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스포일러는 공기흐름을 깨뜨려 항공기를 하방으로 누르는 힘, 즉 다운 포스down force를 발생시키는데 이를 자동차 기술에 응용해 같은 이름으로 채용하고 있다. 주로 고성능 스포츠카의 뒷부분이나 트렁크 끝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자동차에서는 리어 스포일러rear spoiler라는 이름으로 굳어져 있다.

[사진 8] 주행성능이 강조되는 고성능 차량의 경우 다양한 주행속도에서 최적의 성능을 이끌어 내기 위해 팝업 형태의 리어 스포일러를 채용한다.

자동차가 주행할 때는 차량 뒤쪽에서 두 가지의 힘을 만들어 낸다. 주행하는 자동차가 전방의 공기를 물살을 가르듯 사방으로 밀어내면 이렇게 밀려나간 공기 때문에 차량 뒤쪽은 일시적으로 진공상태가 되어 전방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뒤에서 끌어당기는 힘, 즉 압력저항을 발생시킨다. 공기는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기 때문인데 이 압력저항은 달리는 자동차에게 항력drag이 된다. 압력저항은 공기의 흐름이 불규칙하게 흩어질수록 감소하는데 스포일러는 차량 뒤쪽의 공기를 흩뜨려 트려 항력을 감소시킨다.
또 하나의 힘은 자동차의 지붕을 타고 뒤쪽으로 흐르던 공기는 자동차의 뒷유리와 트렁크 쪽으로 떨어질 때 차량 하부에 비해 더 빠른 공기흐름을 만들어 내 일종의 양력을 발생시킨다. 항공기에서 박리현상이 양력을 상실케 만드는 것처럼 스포일러는 자동차 지붕을 타고 뒤쪽으로 넘어 오는 공기에 박리현상을 만들어 양력을 감쇄시키는 다운 포스를 만들어 낸다.
스포일러를 통해 항력이 줄어들면 당연히 주행성능이 향상되고 다운 포스를 만들어 내면 노면에 대한 타이어의 접지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 주행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때문에 스포일러는 스포츠카나 고성능 차량에 주로 장착되고 스포일러의 크기가 커질수록 압력저항에 의한 항력을 줄이고 다운 포스를 크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스포일러의 크기가 커진다는 것은 또 다른 공기의 저항을 만들게 되므로 연비나 고속 주행능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필요시에만 스포일러를 전개할 수 있는 팝업pop-up 방식을 채용해 스포일러의 단점을 보완하는 추세다.

[사진 9] 스포일러가 다운포스를 발생시키고 항력을 감소시키는 두 가지 역할을 겸하는 반면 초고성능의 슈퍼카나 경주용 자동차는 극단적으로 다운 포스 발생을 위한 리어 윙을 장착한다.

다만 경주용 자동차의 트렁크 상단에 장착되는 거대한 구조물은 스포일러가 아닌 리어 윙rear wing, 혹은 핀fin으로 불리는 것으로 스포일러와는 구분을 요한다. 리어 윙은 철저하게 다운 포스에 중점을 둔 부품이다. 리어 윙의 그 거대한 크기 때문에 공기저항이 매우 크다. 당연히 연비에도 최악이다.
그러나 연비를 신경 쓸 필요 없는 경주용 자동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출력의 엔진이 내는 엄청난 주행속도와 과격한 주행에서 주행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스포일러로는 부족하다. 따라서 리어 윙을 크게 만들어 다운 포스를 최대화하고 노면 접지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리어 윙이다.

■ 그 밖에 자동차에 적용된 항공 기술

그 밖에 항공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된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쓰는 내비게이션은 기본적으로 GPS 위성신호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물리적인 도로가 없는 하늘길을 비행하기 위해 항공기에 쓰이던 것이 자동차에 적용된 것이다. 또한 콩코드 여객기에 최초로 채용된 이후 항공기용 브레이크로 널리 쓰이고 있는 전자식 ABS(Anti-lock Brake System) 역시 자동차의 제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1971년 크라이슬러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오늘날 거의 모든 자동차에 도입되어 있다.
주로 민간 여객기에 탑재되어 추락 혹은 사고 시에 사고조사용으로 쓰이는 블랙박스도 자동차에 다소 변칙적인 형태로 적용된 예다. 항공기용 블랙박스는 차량용 블랙박스와 기본적인 구조와 용도, 장착위치와 데이터 저장 등 모든 면에서 차량용 블랙박스와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자동차 사고 시 사고조사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름을 차용해 온 것이다.

■ 항공기에 적용된 자동차 기술

• 스마트 윈도우

아무래도 항공 기술이 산업의 최첨단을 선도하다 보니 주로 항공 기술로부터 자동차 기술로 전이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자동차 기술이 항공기에 적용된 사례도 있다. 바로 최근 ‘스마트 윈도우’라는 이름의 기술 분야로 분류되는 투명도 조절이 가능한 유리다.
항공기에서 스마트 윈도우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에 적용된 투명도 조절이 가능한 창문dimmable window으로 처음 상용화됐다. 보통 여객기 창문에는 덮개가 따로 설치되어 있어 이착륙 시에 승무원이 덮개를 열어 달라는 요청을 하곤 한다. 그러나 보잉 787은 승무원이 일괄적으로 창문의 투명도 조절이 가능해 승객들에게 덮개를 열어 달라는 요청을 할 필요가 없으며 승객들도 각자가 창문의 투명도를 단계별로 조정이 가능하다.

[사진 10] 787에 적용된 스마트 윈도우. 단계별로 투명도를 조절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런데 이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윈도우는 벤츠가 2011년형 2인승 로드스터인 SLK의 선루프 글래스에 매직 스카이 컨트롤Magic Sky Control이라는 이름으로 상용화 한 것이 세계 최초다. 보통 자동차들은 지붕에 개폐가 가능한 선루프를 가지고 있다. 선루프는 크게 글래스와 글래스를 통해 들어오는 태양광을 차단하기 위한 선셰이드로 구성된다. 하지만 SLK에서는 스위치 조작만으로 글래스를 암청색으로 바꿔 별도의 선셰이드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갖추었다. SLK는 하드탑 컨버터블이기 때문에 복잡하게 접혔다 펴졌다하는 지붕구조를 보다 단순하게 바꿔야 할 소요가 있었는데 이러한 소요를 반영해 가장 먼저 상용화된 것이었다.
오늘날 스마트 윈도우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활용방안이 연구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 기술은 두 장의 유리 사이에 전기변색 물질을 주입해 전압을 가할 때 착색되는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지금은 비싼 제작단가로 인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부 라인업에만 제한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사진 11] 벤츠가 매직 스카이 컨트롤이라는 이름으로 상용화 하고 있는 스마트 윈도우

스마트 윈도우는 자동차에 비해 제작단가의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항공기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자동차의 선루프는 옵션 성격에 가깝지만 여객기의 경우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고 그 숫자 역시 수백 개에 이르므로 스마트 윈도우의 활용 소요 측면은 오히려 자동차보다 여객기가 더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