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청계산 옥녀봉 화요등산 모임에서 친구들과
척추관 협착증으로 신전운동과 한방침,물리치료,
걷기, 헬스를 열심히 하면 좋아진다고 하여,
매일 아침 구름이와 산책을 하고 저녁이면 헬스에 여념이 없다.
많이 좋아지고 있다. 병은 자랑하라고 했다.
의외로 이런 증상을 경험한 친구들이 많은데,
테니스공 두 개를 양말에 넣어서 묶어 엉덩이에 대고
문지르면 통증이 없어진다고.....
경험담을 성실하게 이야기해 주고,스트레칭 사진까지
보내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의사들은 정확한 진단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하고,
정형외과에 가면 주사 맞으라 하고, 한방에 가면 침 맞으라고 하고....
마누라는 아프단 소리 말고 주사 맞으라고 하는데
주사 자주 맞으면 척추가 썩는다고.....
먼산에 구름이 끼고 앞산에 안개와 이슬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에
오늘도 구름이와 산책을 한다.
500년 수령의 당산나무를 지나, 대왕 초등학교 울타리 옆길을 걷노라면
학교 울타리에 빨간 장미꽃이 울타리 밖으로 나를 유혹 한다.
서슬 퍼런 철창을 넘어 나를 반긴다.
자기 나름대로 울타리 넘어 구애를 하고 자유를 만끽한다고 할까
가식적인 유혹이라 생각할 때가 많다.
늦은 저녁 용산역이나 오팔팔 거리를 걷는 느낌도 든다.
나는 장미보다는 생명력이 강한 노란 개나리나, 미나리 아재비 꽃이나,
요즈음 피는 야생 찔레꽃, 쑥부쟁이꽃,안개꽃,
차라리 붉은 색이지만 길가에 드문드문 핀 게양귀비꽃을 더 좋아 한다.
게양귀비는 지조가 강한 항우의 부인 우미인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미인의 묘소에 가면 게양귀비꽃이
고개를 숙여 끄덕이며 손님을 맞이한다고 한다.
장미꽃에 대해서는 수 많은 시인들이 이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예쁘거든 붉지나 말던지,사랑해서 가까이 갔더니,
고약한 가시에 고독한 가슴 찔리고 말았다,'
'빨갛게 소리치는 저 싸늘함' '누가 그 입술에 불 질렀나'
'아내는 장미꽃, 잘 못 건드려 가시에 찔렸다'.
유응교씨의 흑장미에는
'그대가 오랜 세월의 여울목에서 검붉은 미소로 나를 바라 보았을 때
나는 그대의 우수에 찬 검은 눈빛을 먼져 바라 보지 않을 수 없었소.
그대가 영롱한 아침 이슬을 털고 조용히 모습을 드러낼 때,
나는 그대의 풍만한 가슴에 혼미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소.
그대가 달빛 어린 뜨락에서 겹겹이 쌓인 마음을 열고,
조용히 창문을 열 때, 나는그대의 감미로운 향기에 취해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소.
그대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푸른 잎 사이 사이 숨겨 둔
사랑의 가시에 내 심장이 찔리어 피를 흘릴지라도
황홀한 고통 속에 영원히 난 그대 품에 잠들고 싶으오'
이렇게 장미를 불덩이가 타오르는 듯 열정적인 사랑을 노래하는가 하면
유월의 여왕, 꽃 말로는 사랑의 상징, 이렇게 들 노래하지만,
그와 상반되는 시도 있다.
'붉은 입술로 가장한 부드러움과 허울로 누구를 유혹하려는 거냐
붉은 입술과 향기 하나로 세상을 지배할 줄 알았더냐,
스스로 제 몸에 가시까지 만드는 독한 너에게 누가 다가 서려하겠느냐,
그렇게 살지 마라! 어차피 한 철 피었다 지면 씨앗 하나 맺지 못한 인생
화 무 십 일 홍 아니더냐.가시로 가식을 막고,꾸며댄 그 얼굴로
누구를 유혹하여 사랑을 갈구하려느냐,
자유와 사랑은 그렇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식을 버리고,잡초와 같이 서로의 자유를 사랑하라,
그냥 순수하게 살려무나 들 풀 속에 섞여 같이 호흡하며,
찔레꽃,호박꽃 처럼
참다운 향기에 취해 살아 가면 더욱 화사해 질 너가 아니더냐
향기도 없고 열매도 보잘것 없는 가식적인 삶이 그리도 좋더냐'
이런 장미를 충고하는 시도 있다.
영국의 왕실에서는 랭거스터가의 붉은 장미와
요크가의 흰 장미 문장을 사용하는
두 왕실 간의 30년 간 전쟁으로 많은 피를 흘리고
흰 장미 문장을 사용한 요크가가 승리하여
절대군주의 왕권이 강화된 영국 역사도 있다.
꽃을 사람들은 여성에 비유하기도 한다.
잘생긴 여성을 장미꽃 같다 하고
못생긴 여성을 호박꽃 같다고 하는데,
장미는 열매가 보잘 것 없고 향기도 별로지만
호박꽃은 오지에서 온갖 꼭지와 옆순이 잘리는 수난 속에서도
암수의 꽃이 한 줄기에 잉꼬부부 처럼, 왕벌과 호박벌의 중매로 사귀면서
젊어서는 애호박,나이들면서 호박잎으로 쌈을 만들고,
꼭지 순으로는 구수한 된장국으로,
그리고 말년에는 호박죽이나 호박전으로 늙은 호박덩이 열매를 선물한다.
얼굴을 수십 번 성형하여 아름다운 장미꽃 같은 얼굴을 만들어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 행복해 할지라도,
호박꽃 저럼 풍부한 열매를 주는 소박하고 떼 묻지 않는 여성들의 삶에서,
인간미 넘치는 축복과 행복이 있으리라.
화려함은 화무십일홍이요, 늙어지면 화려함은 없어지고,열매만 남는다.
열매가 없는 꽃은 시들면 그만이다.
친구들아! 접을 부치고 부쳐 겹 장미를 만들어 삼천가지 종류의
장미꽃으로 장미원을 만들고,
그런 장미를 백만 송이를 받아 본들 그 장미가 시들면
호박꽃의 늙은 호박들이 숲 속에 주렁주렁 매달리게 한,
암수 구별 지조를 지킨 호박 꽃만 못하지 않는가.
사랑해! 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