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식물의 초록 잎과 촉촉한 흙냄새는 삭막하고 메마른 공간을 순식간에 생명력 넘치는 충만한 공간으로 만들어준다.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감각적인 디자인을 식물에 더해 공간과 삶에 특별한 에너지를 선사하는 틸 테이블의 보태니컬 디자이너 오주원·김미선 부부의 집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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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잘 드는 따뜻한 단독주택에서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틸 테이블의 오주원·김미선 부부.
사람과 자연을 잇는 집
Teal은 청둥오리 깃털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암청록 색깔을 뜻하며, Table은 우리가 일상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장 친숙한 가구 중 하나다. 이 둘이 합쳐진 틸 테이블(Teal Table)은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처럼 독특하고 신비롭지만 늘 우리 곁에 함께하는, 그래서 일상을 더 값지고 빛나게 해주는 감각적인 그린 라이프를 제안하는 보태니컬 디자인 그룹이다.
“식물을 집에 들여놓기 위해서는 그 공간의 인테리어와 환경,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 등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그게 바로 저희와 같은 보태니컬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죠. 이제 ‘그래도 집에 식물은 하나 있어야지’ 하면서 의무적으로 갖다 놓는 멀뚱한 식물이 아닌, 공간의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식물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오브제로서의 식물을 즐길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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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타일로 무게감을 준 거실이지만 이파리를 길게 늘어뜨린 오버사이즈의 행잉 식물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오브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틸 테이블 오주원 대표는 이제 단순히 식물을 키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식물 자체가 하나의 멋진 예술작품을 연상시키는 오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신의 안정, 공기 정화, 습도 조절 등 식물이 주는 무한한 장점을 더욱 만끽하기 위해서는 식물의 디자인 측면도 이제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것. 틸 테이블은 지난 2007년 인테리어디자인 및 디스플레이 사업을 시작으로 태어났다.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오주원 대표를 필두로 2008년부터 인테리어와 공간 디스플레이 분야에 자연과 식물을 접목시키며 실내 가드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왔다.
“패션에 따라 그 사람의 이미지가 바뀌는 것처럼 같은 식물도 어떤 화기에 담느냐에 따라 스타일에 크게 차이가 나죠. 무엇이든 보기 좋아야 자꾸 마음이 가고 애정을 갖고 키우고 싶어지잖아요. 그래서 식물을 디자인하는 작업이 꼭 필요해요.” 지난 9월, 아파트에서 서울의 한적한 단독주택 단지로 이사를 온 부부의 집 역시 틸 테이블이 제안하는 그린 라이프가 잘 녹아 있다. 장식과 컬러를 최대한 배제하고 심플한 블랙 앤 화이트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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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거실 맞은편 공간. 천장에 길게 늘어뜨리는 멋이 있는 행잉 식물과 장식장 위에 그룹 지어 놓은 작은 식물들이 내추럴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준다. 2 거실 옆에 위치한 주방. 벽면 가득 블랙 컬러의 수납장을 짜넣어 항상 깔끔해보이도록 했다. 3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공간에도 식물을 잘 배치하는 센스가 남다르다.
메인이 되는 거실은 블랙 가죽 소파만 두고 양쪽 통창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볕과 키 큰 에바타미아 재스민 나무 등 자연을 장식으로 삼아 편안하지만 그들의 스타일이 살아 있는 모던한 공간을 연출했다. “처음 이 집에 이사 올 때 블랙 가죽 소파 맞은편에 둔 원목 수납장과 TV장이 너무 동떨어져 보여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소파 뒤에 놓은 재스민 나무와 천장에 길에 늘어뜨려 설치한 오버사이즈의 행잉 식물, 원목 장식장 위에 그룹 지어 놓은 작은 초록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꽃이 공간의 주인공이라면 식물은 공간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명품 조연이다. 때문에 식물이 너무 튀면 금세 질리고 부자연스럽게 느껴 진다. 공간과의 어울림이 가장 중요한 것. 초보자라면 식물을 먼저 고르는 대신, 공간에 어울리는 화기를 먼저 선택하고 그 화기에 잘 어울리는 식물을 선택하는 것도 식물을 스타일리시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