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6632]채근담1-063
(盈覆虛全영복허전)-차오르면 뒤집히고 비우면 온전해진다
채근담1-063
敧器以滿覆(기기이만복)
: 기기는 가득 차면 엎어지고
撲滿以空全(박만이공전)
: 박만은 비어 있음으로써 온전하다
故君子寧居無不居有(고군자녕거무불거유)
: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무에 살지언정 유에 살지 않으며,
寧處缺不處完(녕처결불처완)
: 차라리 모자라는 데 있을지언정 완전한 곳에 있지 아니하느니라.
敧器기기는 撲滿박만은 以空全이공전이니라.
故고로 君子군자는 不居有불거유하며
寧處缺영처결이언정 不處完불처완이니라.
語譯어역: 기기는 가득 차면 넘어지고 박만은 속이 비어야 온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무의 경지에서 살지언정
유의 경지에서 살지 않으며
부족한 데 처헐지언정 완전한 데 처하지 않는다.
글자풀이
敧:기울어질기 器그릇 기 滿:가득할 만 覆엎어질 복
撲:칠 박 空:빌 공 全:온전할 전 故:연고 고
寧:차라리 녕 居:거헐 거 處:처할 처 缺:빠질 결
단어 풀이
敧器기기: 물을 조금 채우면 서지 않고 가득 채우면
기울어져 뒤엎어진다고 하는 금속 용기.
고대의 임금들이 정사를 함에 치우치지 않고
중용을 지키기 위해 옆에 놓고 경계로 삼았다고 함.
撲滿박만 흙을 빚어 만든 자금통으로.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어 가득 차게 되면
깨뜨려서 돈을 꺼낸다고 함.
故고:그러므로.
寧:차라리 ~할지언정.
解說해설: 달은 가득 차면 기울기 마련이고
정상에 오르면 내려가는 길도 있는 법이다.
항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갛추어 놓기 위해 애를 태우지 말고
적당히 여유 있는 삶을 사는 지혜가 필요 하다.
<菜根譚-63>
敧器는 以滿覆하고 撲滿은 以空全하나니 故로 君子는 寧居無不居有하고 寧處缺不處完이니라. ================= 기기(기울어지는 그릇)는 가득차면 엎어지고, 박만(저금통)은 비어 있으면 온전함을 유지하나니,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무소유에 머물지언정 소유에 머물지 않으며, 차라리 모자란 상태에 처할지언정 완전한 상태에 처하지 않느니라. |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성벽을 쌓고, 더 많은 것을 담기 위해 그릇을 키운다. 하지만 이 장의 말씀은 우리에게 가득 참(滿)은 완성의 순간이 아니라, 붕괴가 시작되는 임계점이라는 사실을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다.
먼저 ‘기기(敧器)’를 보자. 이 그릇의 원리는 훗날 우리 선조들이 지혜로 삼았던 계영배(戒盈杯)와 궤를 같이한다. ‘가득 참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의 계영배는 술이 7할 이상 차오르면 사이펀의 원리에 의해 밑구멍으로 모두 빠져나간다. ‘기기’가 뒤집힘으로써 ‘과유불급’을 몸소 보여준다면, 계영배는 스스로를 비움으로써 주인이 절제하지 못함을 꾸짖는다. 인간의 권력과 재물도 이와 같다. 정점에 도달해 10할을 채우려는 순간,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모든 것을 쏟아버리게 되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군자가 ‘유(有)’에 머물기보다 ‘무(無)’를 택하는 것은, 바로 이 쏟아짐의 비극을 피하려는 영리한 절제다.
또한, ‘박만(撲滿)’의 비유는 비어 있음이 곧 안전임을 역설한다. 저금통은 속이 비어 있을 때 비로소 그 형체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돈이 차오를수록 깨질 날은 가까워진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소유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채움’의 상징이었던 만리장성을 떠올려 보자.
중국의 역대 통치자들은 중국대륙을 북방 민족의 침입으로부터 막기 위해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성벽을 쌓았다. 물리적으로는 난공불락의 ‘완전(完)’한 방어선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증명한다. 만리장성이 뚫린 것은 성벽이 낮아서가 아니었다. 성벽을 지키던 관리와 군사들이 탐욕이라는 ‘박만’을 채우기 위해 뇌물을 받고 스스로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외적인 완벽함에 치중하느라 내부의 마음을 비우지 못한 결과였다. 견고한 성벽이라는 ‘유(有)’에 의지했지만, 결국 인간의 욕심이라는 ‘만(滿)’이 그 거대한 제국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기기가 뒤집히는 것이나, 만리장성이 무너지는 것이나 그 원인은 같다. 밖으로 채우려 할 뿐 안으로 비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라는 거대한 ‘기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남보다 더 높은 성벽을 쌓고, 내 잔에 술을 가득 채우려 혈안이 되어 있지는 않은가 돌아볼 일이다.
군자가 모자란 상태(缺)에 처하기를 즐겨하는 이유는, 그 부족함의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소통과 생존이 머무는 자리임을 알기 때문이다. 완벽한 성벽보다 무서운 것은 탐욕이 없는 마음의 요새다. 내 마음의 저금통을 비워두고, 내 삶의 잔을 7할에 멈출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뒤집히지 않고 깨지지 않는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비우는 자만이 영원히 가질 수 있고, 모자란 자만이 끝없이 채워질 수 있다는 이 역설적인 지혜를 이해할 때 마음은 더욱 편안해지고 삶은 더욱 안전해 질 것이다.
[출처] 盈覆虛全|작성자 지족상락
옛날 옛적에
강가 언덕에 아주 정교하게 지어진 2층 누각이 있었다.
사용된 여러 나무들의 무계를 달아서 균형이 잘 맞게
하였으므로 조금도 어긋남이 없었다.
바람이 불면 조금씩 움직이긴 했지만 쓰러지거나 기우는 법은 없었다.
어느 날 그 고을 수령이 이 누각에 올라을 때였다.
그 날 따라 강바람이 심하게 불어와 누각이 조금씩 흔들렸다.
수령은 놀라 아전들에게 지시 했다.
"이러다간 누각이 쓰러지겠구나. 어서 부목을 덕대어 고정시키도록 하라."
아전들은 부랴부랴 목재를 구해다가 누각을 지탱하도록 덧대였다.
고을의 노인들이 애써 말렸지만 수령의 명을 어길 수 없었다.
그 후 얼마 못 가서 누각은 한쪽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사람들은 말했다.
"억지로 손을 대서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