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고려 유신(遺臣)들의 높은 결의
태종의 동학 고인(故人) 원천석(元天錫)은 호는 운곡이라 당세사람들의 숭배를 받더니 태종이 위에 오름에 원천석은 강원도 치악산에 들어가 숨고 세상에 나오지 않았고 또 자손들에게 훈계하여 이조에 나아가 벼슬하지 말라 가르치고 고사리를 캐어 먹고 글 읽고 김매고 섭을 취하기 위하여 산에 올라 사심으로 짝하고 살더니
태종이 여러 번 사신을 보내어 폐백을 보내어 불러도 응치 않거늘 태종이 스스로 친히 치악산에 들어가서 원천석을 보려고 청하니 천석이 나아와 보지 않고 방안 있더니 태종이 방에 들어가 이천석이 이불을 덮어쓰고 보지 않거늘 태종이 할 일 없이 화공을 명하여 그 집을 그려가지고 돌아갔고 이색(李穡)은 호를 목은(牧隱)이니 태종이 이색에게 수업한 일이 있는 고로 선생으로 섬기려고 여러 번 청하였거늘 선생은 태종을 보고 노부(老夫)가 무좌처(無坐處)라 하고 않지도 않고 섰다 돌아갔고
또 장영(掌令) 서견(徐甄)은 금천금과(衿川衿果) 이에 숨어 이조에 벼슬하지 않고 있더니 그의 지은 시가 불온하다 하여 대신(臺臣) 대간(臺諫)들이 치죄하기를 청하거늘 왕이 가로되 고려의 신하가 그 임금을 잊지 않음은 마땅한 일이다 하고 묻지 않더라.
또 길재(吉再)의 호는 야은(冶隱)이니 역시 이조에 벼슬하기 싫다 하오 선산(善山) 금오산(金烏山)에 들어가 숨어 있으며 학문을 강하고 극진히 부모에 효하니 일세 사람들이 다 시승으로 섬기더라.
서금천(徐衿川) 시(詩)
천재신도격한양(千載神都隔漢陽) 천년의 신도가 한강 너머에 있는데
충량제제좌명왕(忠良濟濟佐明王) 충직하고 어진이들 나란히 밝은 임금 도왔도다.
통삼위일공안재(統三爲一功安在) 삼국을 한 나라로 만든 공이 어디 있는가?
각한전조업불장(却恨前朝業不長) 전도의 업적이 길지 못함이 도리어 한스럽도다.
찬 길재(吉再) 시(詩) 감사(監司) 남재(南在)
고려오백독선생(高麗吳百獨先生) 고려 오백년에 홀로 선생뿐이니,
일대공명기족영(一代功名豈足榮) 일대공명이 어찌 영화롭다 하리오.
늠름청풍취육함(凜凜淸風吹六合) 늠름한 청풍 천지에 부니,
조선억재영가성(朝鮮億載永嘉聲) 조선 억만년 길이 아름다운 소리로다.
남효온(南孝溫) 제람중비
공신소위유일군 (公身所委惟一君) 공은 오직 한 임금에 몸을 맡기니
진지독행추여비 (眞知獨行誰與比) 참된 지혜, 우뚝한 행실 누가 짝하리!
한가갱숭록이생 (漢家更崇록里生) 한고조는 녹리선생을 존경하였고
주왕의불신기자 (周王義不臣箕子) 무왕은 의리상 기자를 신하로 삼지 않았네.
신조주서길야은 (辛朝注書吉冶隱) 고려조에 주서를 지낸 길야은은
수어엄상청어수 (秀於嚴霜淸於水) 서리보다 빼어나고 물보다 깨끗하네.
홍수명경의중산 (鴻毛命輕義重山) 목숨은 가볍고 의리는 무거운 것
공여달가지차리 (公與達可知此理) 공과 포은만이 이 이치를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