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집 앞에 주차된 남의 승용차 유리창을 망치로 부순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가해자는 유리를 박살내고도 성이 풀리지 않았던지 차 여기저기를 망치로 두들겨 흠집을 내놨다. 이유는 "남의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전화도 받지 않아 화가 치밀었다"는 것으로 화풀이인 셈이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30대 젊은이가 위층에 사는 노부부 집에 쳐들어가 흉기로 한 사람을 죽이고, 한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는 섬뜩한 일도 일어났다.
이 모두 한 동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도 서로 단절된 삶을 살아가느라 대화와 이웃 정을 나누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병폐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두 달 전부터 흉기를 구입하고, 몰래카메라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냈다고 하니 단절의 벽이 얼마나 두터웠었는지 짐작이 간다.
어디 이것들뿐인가. 주차 시비로 가스총을 쏘고, 차량을 그대로 돌진하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층간 소음 문제로 40대 주부가 윗집의 잠금장치에 냄새가 고약한 멸치액젓을 발라놓는 것도 모자라 흉기를 들고 행패를 부리다 징역형을 선고 받는가하면, 시끄럽다고 따지러간 집에서 나가지 않아 벌금(주거침입죄)200만 원을 선고 받거나 자칫 퇴거불응죄로 처벌을 받을 처지에 빠지기도 한다. 쓰레기 버리는 걸로 이웃과 언성을 높이는 건 예사이고, 도로에선 언제부턴가 보복 운전을 신경 써야 하는 게 요즘 세태다.
일상의 불편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의 항의와 반발, 불만 표시는 곳곳에서 이어진다. 조용히 해달라고 했는데 듣지 않는다고 거꾸로 천장에 스피커를 붙여 윗집에 보복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층간 소음을 일으켰다고 자신을 엘리베이터에 써 붙인 사람을 고소하는 방법이 있는지 묻는 글이 올라 올 정도다. 한결같이 "못 참겠다" "왜 나에게 피해를 주느냐'는 감정 표출이다. "얘기하면 '알았다'고만 할 뿐 무시하는 것 같다. 배려하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는 게 일을 저지른 이유다. 이렇게 각박한 세태로 인해 생활 속에서 부닥치는 불편함으로 낯을 붉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파트 층간 소음의 경우 지난해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2년~2015년 6월 소음 관련 민원 및 처분 현황'을 보면 2012년 7021건에서 2013년 1만5455건, 2014년 1만6370건으로 급증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피해 건수 역시 2012년 8795건에서 2013년 1만8524건, 2014년에는 2만 건을 넘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7000건 가까이 들어왔다.
이런 주민 간 충돌, 사회적 갈등에 따른 극단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이웃분쟁 조정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대구시 수성구는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부설주차장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광주 남구는 '마을 분쟁 해결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조그만 불편은 감내하는 배려가 우선이다. 외부에 의한 중재는 그 다음이다.
※층간소음을 두고 법정공방이 잇따르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김재호)는 지난 2013년 일종의 층간소음 항의 기준을 내놨다.재판부는 층간소음 갈등을 겪던 위층 주민이 아래층 주민을 상대로 낸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며 아래층 주민의 항의 방법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 천장 두드리기는 허용하고 집에 찾아오기, 초인종 누르기, 현관문 두드리기는 불허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4년 간(2012년∼2015년 6월) 소음 관련 민원 및 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2012년 7천21건에서 2013년 1만5천455건으로 급증했고, 2014년에도 1만6천370건으로 증가했다.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피해 건수도 2012년 8천795건에서 이듬해 1만8천524건으로 급증한 뒤 2014년에는 2만건을 넘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6천986건이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