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먹다
이영백
배가 고프면 간식으로 빵과 사과 반쪽도 먹는다. 누가 먹었는가? 먹은 주체는 나이다. 세상의 온갖 만물은 힘이 센 놈에게 먹히고 만다. 힘이 센 것이 약한 것을 먹는다. 아니 약하면 힘센 것에 먹히고 만다.
세상은 먹는 자가 있으니 “먹다”라는 말이 있고, 먹히는 자가 있으니 “먹히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보면 서로가 그림자 같은 존재다. 우리가 모르고 살았던 것이 있다. 바로 “육식식물〔네펜시스 롭캔틀릿(Nepenthes Robcantleyt)〕이 개구리를 먹다.”, “개구리가 육식식물에게 잡아 먹혔다.”라는 것이다.
“먹다”말의 쓰임은 마치 요즘 코로나19로 인하여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세상을 먹다와 같다. 결과로 보면 지구를 정화한다고 한다니 기가 차다.
“먹히다”는 말의 쓰임은 마치 요즘 코로나19로 인하여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극 미세바이러스에 먹히고 있다. 역시 지구를 정화하고 있다네.
역사를 살펴보아도 천 년 전후의 긴 역사를 가진 나라는 세상에서 딱 두 나라밖에 없다. “신라(992년)”와 “동로마제국(1,059년)”이다. 신라는 찬란한 문화와 강한 국가로 운영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운을 다하여 쇠하고 말았다. 다른 나라를 먹은 것이 아니라 먹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신라가 먹히기 전에 경애왕은 고려에 의지하려 동맹을 맺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 55대 경애왕까지 박 씨이다. 52대 효공왕이 김 씨로 사위를 맞아 박 씨에게 계속 왕위를 물려준 후부터 김 씨 문중에서 왕을 빼앗기 위해 후백제 견훤에게 사전에 연락하였다. 이러한 것도 모르고 고려 왕건이 신라를 지원해 준다고 팔공산까지 진격해 왔는데 후백제 견훤 군이 고려군을 패퇴(=동수전투)하고 신라수도로 쳐들어왔다.
신라 경애왕은 포석정〔전복(全鰒)모양으로 유상곡수(流觴曲水)에 잔 띄어 놀았다 함.〕연회하다 도망쳐 숨어 있었다. 견훤의 군에게 잡혀 나와 자결을 강요당하고, 왕비는 견훤에게 당하였다. 후궁들은 후백제 군사들에게 역시 모두 당하였다. 후백제 견훤과 군사들이 왕비와 궁녀들을 먹었다.
최치원이 미리 쓴 「곡령청송 계림황엽(鵠嶺靑松鷄林黃葉)」으로 알렸다. 그러나 신라는 망하고 말았다. 56대 경순왕은 고려에 항복하고, 왕건 휘하에 들어 “정승공(正承公)”직을 받았다. 왕건 딸 낙랑공주와 혼인하여 유화궁(柳花宮)을 하사받아 항복한지 43년(978)만에 죽었다. 그 능은 경기도 장단 휴전선 안에 있다.
“먹다”쓰임은 약하면 먹히고 만다.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