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서둘러서 델리에서 남쪽 지방 첸나이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인도 연주일정이 시작되는 날이다. 델리에서 첸나이까지 걸리는
비행 시간만 해도 3시간 전후라고 하니 인도라는 나라가 과연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기내에서 점심을 겸해 식사를 간단히 하고 우리 일행은 드디어 첸나이 공항에
착륙하였다. 모든 수속을 마치고 공항 로비로 나오니 현지에서 사역을 감당하고 계시는
J목사님께서 마중 나와 주셨다. 인도에서 10년째 사역을 하고 계시는 목사님인데, 젊고
달변에 아주 미남 목사님이시다.
우선, 공항에서 사도 도마 사적지를 탐방하기로 하였다.
날씨가 화창하고 태양빛이 강렬하였다. 먼저, 사도 도마 기념사적지를 방문하였다.
첸나이 시내가 잘 내려다 보이는 야산지대에 조형 기념물들이 산재되어 있으며, 이 지역
을 포함하여 도마 사도 기념지역은 모두 캐톨릭에서 관리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 지역을
관리하는 책임자 신부에게 사전 승인을 받아, 우리 일행들이 이곳을 둘러 볼 수 있다고
J목사님께서 설명을 해주신다.
시내가 잘 보이는 곳에 모인 우리들은 대열을 갖추고 찬양을 몇곡 합창하였다.
본래 스케쥴에는 없는 즉흥적인 일이지만, 뜻깊은 사적지에 와서 부르는 찬양은 그만큼 더
감동적이었다. 나는 모자를 준비하지 못하여 내려 쬐는 태양빛을 피하려 가급적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아 본다.
우리들이 찬양을 부르는 시간에 문득 하늘을 쳐다 보니, 구름이 어느덧 태양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준다. 합창을 하는 우리는 더욱 힘을 내어 지휘자의 리드에 맞추어 열창을 하였다.
이 지역을 관리하는 캐톨릭 사제도 관심을 갖고 지켜 보는 것 같았으며, 다른 관광객들도
우리들을 보며 관심을 보여 주었다.
첫 사적지 탐방을 마치고, 나는 일행들을 대표하여 사제에게 감사의 뜻으로 약간의 금일봉을
전달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두번째로 가는 곳은 바로 사도 도마의 선교를 기념하는
기념교회가 있고, 부속시설로 도마 박물관이 있는 곳이었다.
기념 교회는 비교적 현대식 건축물에 규모도 상당하였다. 일행들과 예배당 내부를 둘러보고
이어서 사도 도마와 관련된 박물관을 관람하였다. 지하에 사도께서 기도하시던 좁은 공간이
있다기에 잠시 들어가서 살펴 보았다. 특히, 팔굼치가 놓인 곳이 닯고 닯아서 보통 사람의 팔
굼치를 놓을 수 있도록 바위가 패였다는 말을 듣고 유심히 살펴 보았다. 두 팔을 올려놓고서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오랫동안 기도하면 이처럼 자국이 남을 정도가 되는 것인지 그저 감탄
할 따름이다.
어느덧 오후시간의 탐방 순서를 마치고 저녁식사후에 숙소로 돌아왔다. 어제 델리에서 방을
배정받는 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이를 개선해 보고자, 버스 탑승 단위로 방을 배정했는데
또 문제가 생겼다. 배정은 비교적 빨리 끝났는 데, 문제는 미배정자가 몇사람 있다는 것이었다.
하도 의아하여 사연을 알아 보니 호텔측에서 착오로 두팀에게 중복 배정을 하였고, 방 한개는
아예 배정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돌발 사고였다. 결국 늦게나마 다들 배정하
였지만 일행들의 불만이 일부 발생하였음을 알고 맘이 답답하였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어서 겨우 숙소로 돌아 와 휴식을 취한다. 내일은 연주가 세차례나 있어서
많이 신경이 쓰인다. 멀리 인도까지 와서 찬양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나서 자리
에 들었다. 피곤이 온 몸을 엄습하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