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행선지는 경기도 광주시청 뒷편에 있는 군월산(376m)을 오르고 남종면 분원리 붕어찜 마을에서 회식을 할 계획입니다. 위짜추 씨모우 서류바 조단서 까토나 다섯명이 강변역 테크노마트 건너편에서 1113-2번 좌석버스에 오릅니다. 13번 13-2번 일반버스로도 가능하지만 좌석버스 보다 40여분 이상이 더 소요됩니다. 중부고속도로로 올라서 시원스레 30분도 채 안되어 경안 Tollgate에서 하차를 합니다. 건너편 도로 밑의 토끼굴을 통과하여 들어서니 집은 한두채 뿐으로 한적하기 그지없이 평화스런 마을입니다. 지레 긴 밭고랑에는 두 명의 농부가 팔을 걷어 부치고 봄 파종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늘은 완연한 봄날씨로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씨입니다. 들머리 부터 등허리에는 촉촉하게 땀이 솟습니다. 모두가 자켓을 벗어서 배낭에 챙겨 넣습니다. 잠시 임도를 따라 들어가다가 위쪽에 보이는 능선을 향하여 오릅니다. 등산로가 아닌 길인 급경사를 타고 오르니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으매 노객들의 발걸음을 더디고 허덕이게 합니다. 나무 그루터기를 잡으며 한참을 오르니 그제서야 등산길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자리를 잡으려는 순간에 아뿔사 배낭 앞에 끼어 넣어둔 Sunglass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지기들과 오르던 곳을 되 더듬으며 찾아 보았으나 행적이 묘연하기만 합니다. 발목까지 낙엽이 뒤덮는 산속에서 더 이상의 수색은 무의미 할 것이며 체력만이 소모될 뿐입니다. 내노라 하는 유명 메이커의 제품으로 그런대로 고가에 구입한 애장품 중에 하나이지만 미련은 후회를 부를 뿐입니다. 계속 좀 더 찾아보자는 지기들의 말소리를 낙엽 속으로 묻어 두고 정상을 향합니다. 산객들은 보이지를 않고 우리들만의 오붓한 산행은 계속됩니다. 갑자기 후다다닥 휙휙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멧돼지 한 마리가 말 그대로 저돌적으로 쏜살같이 밑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커다란 사냥개가 한마리가 잽싸게 뒤쫒아 내려갑니다. 얼른 봐서는 멧돼지는 100Kg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그리 큰 녀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잠시 뒤에 엽총을 어깨에 메고 엽사가 사냥개 네 마리와 함께 나타납니다. 얘기인즉 농작물을 멧돼지들이 어지럽힌다는 신고가 주민들에게서 들어와 멧돼지를 잡으로 출동을 했답니다. 어디론지 자취를 감춰 달아난 멧돼지는 포기한 모양입니다. 약수터에서 반려견 두마리를 데려온 사나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놓쳐 버린 멧돼지에 대한 분풀이를 조그마한 개들에게 하려는지 덩치 큰 녀석들이 우르렁댑니다. 질겁을 한 사냥꾼이 놈들을 호통을 쳐서 멀리합니다. 산행을 하면서 수 없이 많은 멧돼지 발자국들을 보아 왔던 터였습니다. 그럴 때면 으례껏 나타나기만 하면 멧돼지를 한방에 잡을 수 있을텐데 하는 노객들 저마다의 흰소리 뿐이었습니다. 오늘 처럼 막상 그렇게 빠른 멧돼지의 날랜 모습을 난생 처음으로 그저 넋 놓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며 행운이기도 합니다. 군월산 정상석을 배경으로 스마트폰 앞에 저마다의 잘난 듯 흐뭇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합니다. 주위에는 광주산맥을 이어가는 무수한 산봉우리와 능선들이 아늑하게 시선을 당기고 있습니다. 저 멀리 아래로는 광주시내의 모습과 쭉 뻗어내린 중부고속도로가 직선을 이루며 자동차들이 까마득히 달리고 있습니다. 각자가 준비해 가져온 간식으로 무딘 발걸음에 활력을 주입합니다. 광주시청 방향을 마음에 새기며 하산의 발걸음 옮깁니다. 왔던 길은 접어두고 등산로가 아닌 길로 내려섰으나 지기 녀석들은 한사코 등산로만을 고집합니다. 시청 앞에서 만나기를 폰으로 연락하면서 나 홀로 호젓한 하산의 별미를 만끽합니다. 광주시청 앞에서 버스를 타고 퇴계원 사거리에서 하차를 합니다. 카카오 네비를 확인해 보니 분원리 붕어찜 마을 까지는 4Km 정도입니다. 승차를 마다하고 또 다시 도보로 출발합니다. 옆으로는 50Km에 달하는 경안천이 경기도 용인시 상봉(410m 부근) 지점에서 발원하여 광주시를 휘감아 돌아서 한강 본류인 팔당호에 유입이 됩니다. 시원스레 펼쳐지는 팔당호반에서 일렁이는 물결의 모습은 모처럼의 노객들을 반갑게 인사라도 하는 모습입니다. 남종면 분원리 지역의 지하자원은 규석(硅石)이 산출되어 이천지방과 더불어 전통도예공업이 발달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는 주로 조선시대 왕실 뿐 아니라 관청이나 사대부 일반인들도 즐겨 사용하는 그릇이었습니다. 분원백자자료관은 현장성을 살리기 위하여 조선의 마지막 관요가 설치되었던 폐교의 자리에 2003년도에 개관됩니다. 전시관은 매장된 유물을 보호하고 조선 도자의 역사를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는 산교육의 장이기도 합니다. 분원리 붕어찜 마을 건너편 멀리에는 남양주시 다산 정약용선생이 살던 곳도 보입니다. 분원리에서 가까운 팔당호반에는 소내섬이 자그마하니 떠 있습니다. 소내섬은 1973년도에 팔당댐이 완공 되기 전에는 걸어서도 건널 수 있는 조그만 개천이었습니다. 팔당댐의 완공으로 경인지방에 전력을 공급하는 수력발전소가 가동이 되고 수도권의 상수원 보호구역이 됩니다. 1990년대 초에 강동구 약사회 임원들과 처음 찾은 곳이며 오늘은 15년만에 들렀습니다. 붕어찜 맛을 잊을수 없기에 지기들과 함께 그 때 그 집을 더듬으며 들어섭니다. 갈 때 마다 언제나 웃음으로 맞이해 주던 새악시는 어데로 갔는지 보이지를 않습니다. 우리 나이와 비슷한 또래의 할아버지가 반갑게 안내를 합니다. 주방에서 앞치마에 손을 훔치며 나오는 여인네가 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며 낯이 익습니다. 바로 그 때 그 당시의 그 여인입니다. 말이 없는 20대의 새색시였었는데 지금은 40대 후반의 중년 여인네가 되어 있습니다. 곱상한 얼굴에 항상 수줍은 듯한 그 새색시의 등에는 언제나 어린 애기가 업혀 있었습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찾은 노객들을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방으로 안내를 합니다. 위짜추의 내 뱉는 한 마디의 농담 같은 진담에 거리낌 없이 큰 소리로 웃어대는 모습이 낮설기까지 합니다. 그 때 그 새색시의 수줍음은 온데간데 없고 아마도 옛 기억이 새삼 떠오른 모양입니다. 흘깃 쳐다보는 눈빛에서 당신이 내 나이 즈음에 겁없이 헤집고 흘리며 다니던 찢어진 로망을 말 없이 지켜본 산증인이라는 말을 하고도 싶은 표정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실내 모습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2인분의 붕어찜을 두개 주문을 했으나 5인분으로 상을 차려 줍니다. 모처럼 오랜만의 발걸음한 노객들에게 후한 인심으로 대해주니 오히려 미안함이 들기도 합니다. 시레기를 냄비 밑에 얹어 넣고 어른 손바닥 보다 더 큰 참붕어와 손으로 빚은 수제비에 갖은 양념으로 덮었습니다. 붕어에는 제법 큰 알집이 그득하게 차 있으며 바글바글 끓고 있는 냄새가 식욕과 알콜샘을 자극합니다. 붕어알을 시레기와 수제비와 함께 씹으며 쐬주 한잔의 목 넘김은 그야말로 팔달호반에서 맛볼 수 있는 행복입니다. 동치미국과 냉이무침 도토리묵 열무김치 야채 감자전 갖은 반찬과 영양밥솥의 누렁지 까지 더 해지는 구수함은 토종의 입맛의 극치입니다. 깔끔하면서도 한국인들의 입맛에는 더없이 좋습니다. 1970년대 후반 부터 붕어찜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하여 오늘날의 성시를 이룹니다. 팔당댐 공사로 공사장 인부들에게는 잉어 쏘가리 장어 등만이 인기 메뉴였으며 붕어는 찬밥 신세로 버려지기도 했습니다. 아까운 마음에 마을 식당을 하는 여주인의 붕어매운탕을 시작으로 붕어찜 마을의 원조가 됩니다. 오늘 방문한 호수집도 3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토박이 음식점입니다. 붕어는 잉어과에 속하며 단백질이 풍부한 어종으로 위와 비장의 기능을 촉진 활성화 시키는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객들의 빠지지 않는 고정 메뉴인 권주가의 합창소리가 지금은 중년이 된 그 여인에게 그리고 함께 일하고 있는 그녀의 올케에게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합니다. 분원리 레포츠공원을 지나서 팔당호반을 바라보니 소내섬이 바로 눈 앞에 잡힙니다. 팔당호수가 꽁꽁 얼어붙고 그 위에 눈으로 하얗게 덮혀있는 호반 위를 겁없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갑니다. 빨리 나오라는 약사 동료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지금도 귓청을 때리고 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아릿한 추억은 노객의 가슴을 휘젓고 있습니다. 한잔 술에 젖고 일렁이는 한강물에 젖으니 아직도 마음만은 청춘의 꿈에서 헤매이고 있나 봅니다. 15년만인 70대 중반의 나이에 찾았으니,15년 후에 또 이곳 이 자리에서 오늘의 감회를 맛 볼 수 있으려는지 생각키도 버겁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