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처음에 하나의 세포, 수정란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은 60조 개 정도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세포의 수는 당신의 덩치에 따라 조금 더 많을 수도, 더 적을 수도 있다. 참고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인 흰긴수염고래의 세포 수는 10경(1017) 개 가까이 된다고 한다.
하나의 수정란에서 시작된 당신이 수십 조 개(혹은 백조 개)가 넘는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이 되기까지는 치열한 ‘세포 분열’ 과정이 있었다. 하나의 엄마 세포(母細胞) 가 쪼개지며 똑같이 생긴 쌍둥이(혹은 네쌍둥이) 딸세포가 되는 것이 세포분열이다.1)
1). 모세포가 분열한 세포를 왜 아들 세포 아닌 딸세포라 부를까? 대부분의 세포에서 세포분열은 반복되는데, ‘아들세포’가 자라 ‘엄마세포’가 되어 분열한다는 표현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비슷한 기능을 가진 세포가 모여 조직을 만들고, 기관을 만들고 기관계를 만들며 성장하여 지금의 당신이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세포의 전 생애를 통틀어 ‘세포분열’의 기간은 별로 길지 않다. 새로 태어난 세포는 무럭무럭 자라(단어 Growth에서 따 이 기간을 G1이라고 한다) 다음 세대의 세포를 생산할 때가 되면 먼저 DNA를 복제하고(Synthesis, S단계라 한다), 방추사를 만드는데 필요한 단백질인 튜블린이라는 것을 대량 생산하는 제2의 성장기(G2)를 거친다. 그제서야 비로소 앞에서 말한 본격적인 세포분열(유사분열Mitosis2)의 약자M으로 나타낸다)단계로 들어가는 것이다.3)
2) 유사분열은 세포분열을 할 때 염색체와 방추체가 나타나는 대다수 고등생물의 세포분열을 가리킨다. 실 사(絲)자를 쓴 이유는 염색사가 뭉쳐져 염색사가 되고, 방추체에서 방추사가 나오는 등 세포 분열 과정에서 실 모양의 존재가 관여해 그런 것이 아닐까. 분열할 때 염색체와 방추체가 나타나지 않고 핵이 바로 두 개로 쪼개지는 세포분열을 무사분열(amitosis)이라고 한다.
3) 이를 세포주기(cell cycle)라고 하고, 이중 G1-S-G2까지를 간기라고도 한다.
우리 몸의 세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딸세포를 만든다.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세포는 ‘생식세포분열’을 하고, 그 외의 세포는 ‘체세포분열’이라는 방법을 따른다. 학교 다닐 때 두 가지를 모두 배운 것 같은데 헷갈린다는 기억 밖에 없는가? 그런 이들에게는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바로 ‘염색체’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것이다.
세포 안에 들어 있는 양말과 장갑
염색체의 정체는 앞선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히스톤이란 단백질을 감싸며 구불구불 감겨있는 DNA 가닥이다. 평소엔 실(염색사)처럼 풀어져 세포핵 속에 들어있다가 세포분열이 시작할 때쯤 똘똘 뭉친 실타래 모양으로 나타난다. 생식 세포인 정자와 난자를 제외한 인간의 모든 세포(뼈세포, 혈액, 근육세포, 피부세포 etc.)에는 모두 똑같은 염색체가 46개 씩 들어 있다. 범죄현장에서 머리카락을 줍든, 침이 묻은 담배꽁초를 발견하든 그 DNA를 검사하면 범인을 찾아낼 수 있는 이유다.
뜬금없지만 바닥에 늘어놓은 스물두 켤레의 양말과 장갑 한 켤레를 떠올려보자. 장갑 한 켤레는 여자의 경우 두 짝 모두 손 등에 X가 그려져 있고 남자의 경우 한쪽엔 X가, 나머지 한 짝엔 Y가 그려져 있다. 양말을 한 켤레씩 자세히 살펴보면 모양은 같지만 짜여진 무늬가 살짝 다르다. 각각의 양말 한 켤레 중 한 짝은 어머니의 유전자로, 나머지 한 짝은 아버지의 유전자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눈치 챘는가? 이것은 인간 염색체에 대한 비유다. 인간 염색체 46개는 22쌍의 상동염색체와 한 쌍의 성 염색체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켤레를 이루는 양말 두 짝이 상동염색체이고, XX혹은 XY짝을 이루는 장갑이 성염색체인 것이다. 머리에 대충 인간 염색체의 그림이 그려졌으면 이제 체세포 분열에 대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