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2. 20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역대 다른 선거에서는 없었던 특이한 선거풍토를 만들어 내고 있다.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상대 정당의 후보 깎아내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정책에서는 큰 차이 없는 포퓰리즘을 내걸고 있다. '비호감 경쟁'이라는 말처럼 선호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가 아니라, 반대 후보를 저지하는 선거가 되었다. 후보 배우자가 중요 변수로 떠오른 변칙 선거판에서 새로운 미래와 희망을 찾아야 하는 국민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흔히들 "진보는 깨끗하지만 무능하다", "보수는 유능하지만 부패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만큼은 정반대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출신 이재명 후보를 청렴하다고 여기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대장동 개발 의혹에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은 이 후보의 도덕성에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후보는 깨끗함 대신 일 잘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선거 슬로건 역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이미지는 올곧음이다. 검찰총장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그 일가 수사로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던 그는 정치에 입문하면서 캐치프레이즈로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다. 선거 슬로건으로는 정권교체를 뜻하는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을 선택했다. 10여년 전의 눈으로 보자면 보수와 진보의 슬로건이 뒤바뀐 셈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정당의 정강을 실천하는 정책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포퓰리즘 정책이 자리 잡았다. 영화 '타짜'의 곽철용(김응수 역)의 말처럼 '묻고 더블로 가'는 공약들이다. 두 후보 모두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정을 부동산 정책으로 여기고, 이에 실망한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을 선택했다. 윤 후보는 주택 250만호 공급과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80%로 제시했다. 현재 서울 등 투기지역의 LTV는 40%로 규제를 받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이 후보도 주택 311만호 공급, 생애 첫 주택구매자의 LTV 90%로 맞불을 놓았다. 20대 남성을 향한 포퓰리즘도 비슷하다. 윤 후보가 지난 1월 병사 월급 200만원을 제시하자, 이 후보도 임기내 병사 월급 200만원 보장에 휴대폰 요금 반값을 정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재원 마련에 대해선 두 후보 모두 얼버무리고 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공약이행에 각각 300조원과 266조원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일단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질러야 한다. 이쯤되면 선거판이 아니라 도박판이다.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에 대한 평가가 중요 변수가 된 것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1월 중순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전화취재 녹음파일 내용이 공개돼 무속 논란을 일으켰다면 1월 말부터는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에 대한 부정적 언론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씨가 부하 직원에게 김혜경씨와 관련된 사적 심부름을 지시한 전화내용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의전 논란을 넘어서, 법인카드의 사적 유용 및 이 후보 아파트 옆집의 임대 논란으로 번진 상황이다.
최근 리얼리서치코리아의 조사에선 응답자의 58.3%가 후보 배우자 관련 의혹이 이번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답변할 정도로 국민들은 배우자들의 과거 언행에 주목하고 있다. 후보 배우자가 파급력 있는 선거변수가 된 것이다.
많은 유권자들은 특정 후보가 절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를 너무 잘 안다고 말한다. 반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얼마나 대통령직에 적합한지를 설명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지지 후보를 말하지 않는 이른바 '샤이(shy) 지지층'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각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10%가량이 '의견 유보'라고 밝히고 있다.
이 후보를 지지하지만 지지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윤 후보를 뽑고 싶지만 뽑겠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하는 것이 머쓱하기 때문이다. 후보들의 변칙 경쟁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렇다고 투표를 유예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는 선거는 이번 20대 대선이 마지막이길 바랄 뿐이다.
홍성철 /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디지털타임스